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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

대한수도원에서..

by 반란을_꿈꾸며 2020. 7. 2.

내가 중학교때는 설 연휴가 없는대신 1월 1일부터 3일까지 쉬었다. 

내가 다니던 교회에서 3일간 학생부 수련회를 실시했다. 

장소는 포천 대한 수도원.

두꺼운 옷을 입고 도착한 수도원은 마치 교도소같았다. 썰렁함의 극치...

당시 우리 또래들 사이에서는 방언을 할 수 있느냐가 이슈였다. 그래서 많은 친구들과 학생들이 이번 수련회에서 꼭 방언을 하리라 다짐을 했었다. 

친했던 누나가 이야기해준게 있었다. 방언기도 하는 사람 옆에 있으면 방언을 할 수 있다고...

대기도실에서 기도를 하고 있는데 정말 그 누나가 방언하는 사람만 보면 옆에 가서 함께 기도를 하고 있었다. 

그 결과는?... 

실패..

그래도 이렇게 시도하다 보면 방언하게 될 거라고 누나는 웃으며 이야기했다. 

 

다음날 아침에 일어나 세수를 하려고 했는데 물이 다 얼어있었다. 

모두들 얼음에 손을 비벼 얼굴에 문지르는 세수라고 할 수 없는 세수를 했다. 

한참 외모에 민감할 나이인데도 너무 추워서 그런지 꾀죄죄한 모습을 보여주는데도 상처를 받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당시 수련회는 특별한 프로그램이 없었다.

일어나서 밥먹고 성경공부하고, 기도회하고.. 또 밥먹고 성경공부하고 기도회하고...

저녁에는 긴 설교듣고 기도회하고...

둘째날 저녁에는 전도사님이 산기도를 하시겠다고 했다...

이 추위에?

아무도 반대하지 못하고, 대신 두꺼운 옷과 장갑으로 단단히 무장을 하고 산으로 올라갔다.

도착한 곳은 꽁꽁 얼어붙은 호숫가..

전도사님이 예비해놓은 장소는 얼음 호숫가위였다.

찬양을 하자고 했는데 입은 얼었고 장갑때문에 박수도 칠 수 없었다.

전도사님이 옷이 불편하다고 겉옷과 장갑을 벗고 찬양을 시작했다.

고등학생 형들도 겉옷을 벗었다. 누나들도 장갑을 벗었다.

결국 모두들 찬바람이 쌩쌩 부는 한밤중에 겉옷과 장갑을 옆에 두고 찬양을 시작했다.

추위를 잊으려 했는지 신의 도움이었는지 기도회는 정말 뜨겁게 진행되었다.

2시간여의 기도회를 마치고 숙소로 내려와서 수련회에 온 소감을 이야기했다.

충분히 마음이 오픈된 상태에서 진솔한 이야기들을 주고받으니 서로에 대한 신뢰가 쌓인다는게 정말 느껴졌다. 

그 이후 여러 수련회나 부흥회에 참석했었지만 그때 느꼈던 감정이나 감동을 느낀 적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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