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조선의 걸크러시
작가 : 임치균
출판사 : 민음사
읽은기간 : 2024/02/08 -2024/02/15
제목이 맘에 들어서 읽었다.
억압받고 살았던 조선시대 여인들과는 좀 다른 삶을 살았던 여성들의 삶을 모은 책이다.
동성연애를 했던 사람도 있고, 저잣거리에서 술을 마시고 참형을 당한 죄인에게 호통치는 사람까지 당차고 강했던 여성들을 알려준다.
시대와 문화를 뛰어넘는 사람은 언제나 있기 마련이지만 상당히 불행하게 살아가는 사람이 많다.
난 그렇게 못살텐데, 정말 대단한 분들이다.
다만, 소설속 주인공까지 섞여 있다보니 실제인물인지 가공의 인물인지 헷갈릴 때가 있다.
잘 구분이 되었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다...
p18 몸종이 소용찬에게 하는 충고다. 거짓 명성 속에 살면서 잘난 선비인 척하지 말고 능력에 맞게 돈이나 벌면서 속세에서 평범하게 살아가라는 말이다. 계속 거짓 명성으로 살아간다면 이 세상에서 화를 당할 것이라는 경고도 잊지 않는다.
p40 청춘의 마음으로 성적 욕망을 이기지 못하여 밤마다 옷을 풀어헤치고 남편을 잠자리로 데려가 온몸을 어루만지며 성관계를 강하게 요구하였으나 그 남자는 들은 척도 하지 않았습니다. 긴 밤을 헛되이 보내고는 고달픈 아침을 기다립니다. 표정을 밝게 하고 말과 웃음을 꾸며 내어 지난밤의 서운한 마음을 물리치려 하다 보니 남편을 보아도 보이지 않습니다.
p54 간음에 관련된 다툼에서는 한번 지목되면 여러 사람이 따라서 사실로 여기게 된다. 도둑의 누명은 끝내 벗을 수 있으나 간음에 대한 모함은 씻기 어렵다.라고 한 속담은 바로 이를 일컬은 것이다. 만일 실제 음란한 행실이 있었다면 움츠러드는 것은 당여한 이친, 이처럼 통쾌하게 죽이지는 못했을 것이다. -정약용, 흠흠신서
p80 주부는 다모에게 상으로 돈 열 꾸러미를 준다. 그것이 어느 정도인지는 알 수 없으나, 적지는 않았던 듯하다. 이렇게 보면 주부는 법도 지키면서 사람의 인정도 살피는 참 괜찮은 법 집행관이다. 다모는 돈 열 꾸러미를 노파에게 주면서, 다시는 밀주를 빚지 말라고 당부한다. 빈곤해 밀주를 만들 수밖에 없었던 노파의 처지까지 헤아리는 다모의 모습은 끝가지 멋지다
p118 부랑이 여자였다는 사실도 놀랍지만, 주변 반응 역시 우리가 알던 조섬의 남성적 시선이 아니었다. 모든 비장은 놀라면서도 한편으로는 칭찬해 마지않았다.
p133 금원은 열네 살이 되었을 때 부모의 공식적인 허락을 받은 후 남자로 변장해 세상을 만나기 시작했다. 충청북도 제천에 있는 의림지를 시작으로 단양 지역을 거쳐 금강산 일대를 마음껏 누비고 관동팔경을 빠짐없이 유람한 후 설악산을 관통했다
p147 속된 말로 호연재에게는 스왜그가 있다. 가진 것이 없던 때에도 호연재는 시를 통해 자신이 원하는 바를 한껏 드러내고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현실적인 괴로움, 외로움, 그리움, 한가로움. 시는 호연재 자신을 표현하는 수단이었다.
p158 김삼의당은 조건이 달렸다. 향촌의 양반 출신이지만 실상은 거의 평민층에 근접한 몰락 가문의 여인인 김삼의당으로서는 학문과 문학이 사치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김삼의당은 악조건 속에서도 자기 계발을 멈추지 않았다. 그리하여 결국 김삼의당은 남성 중심의 문학 세게에서 인정받는 여성 문인으로 우뚝 선 것이다.
p168 허균은 기생들과의 염문으로 관직에서 파직될 만큼 천성이 자유롭고 호방한 사람이었다. 그러나 이매창에게는 수청을 요구하지 않았으며, 끝내 동침하지 않았다. 매창을 하룻밤의 수청 대상이 아닌 오랜 시간 시를 나눌 수 있는 벗으로 삼은 것이다. 매창으로서도 자기의 시를 품평해 주는 좋은 스승이자 친구를 만났으니 참으로 행복한 일이었다.
p181 이숙희는 조선의 이름난 여성 문학가도 아니요, 문집을 남긴 여성도 아니다. 그렇다고 뒤늦게 배움을 깨달아 본격적으로 학문을 시작해 남편에게 학문에 대한 자세를 일러 준 이름난 여성도 아니다. 숙희가 학문에 매진하고 싶어 어떤 큰 일을 벌였다는 이야기는 찾아볼 수 없다. 다만 이숙희에 관해 알 수 있는 것은 할아버지 아문건의 일기속에서 보았듯 그녀가 배움의 의지를 표현한 여아였다는 것이다. 이숙희는 단지 공부가 하고 싶었을 뿐이다. 배움의 목적과 깊이, 결과는 중요하지 않다. 이숙희가 배우고 싶다는 데 무슨 대단한 이유가 필요하겠는가.
p199 사주당은 자신이 어머니와 소통했던 편지 두루마리와 남편과 성리학적 이치를 논했던 기록, 그리고 마지막으로 자신이 직접 필사한 격몽요결을 제외한 모든 기록물은 불태워 달라고 부탁했다. 편지 두루마리는 여성이자 딸로서 사주당의 정체성을 상징하고, 남편과 주고받은 기록은 한 사람의 아내이자 학문적 동지로서 사주당의 정체성을 상징한다. 그리고 격몽요결은 율곡 이이가 지은 아동교육을 위한 교과서이기도 하므로 위대한 어머니로서 사주당의 정체성을 상징적으로 잘 보여준다.
p245 일상적인 사랑은 정말 매력적이다. 가히 종교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처럼 열정적인 사랑은 결국 두 사람의 관계를 제외한 인간관계를 파괴하기도 한다. 그래서 가정의 내적 관계와 사회적 질서에서의 책임과 의무라는 관점에서 보면 대단히 파괴적인 성격을 갖는다.
p273 무운은 무려 1년이 넘는 기간을 이경무와 함께 지내지만, 끝내 동침하지 않는다. 일전에 있었던 자신의 수절 의지가 진심이었음을 보여 준 것이다. 이렇게 무운은 이경무가 자신의 사랑을 배신하고 수절 의지를 무시했을지라도 스스로 한 다짐을 굳게 지켜 나간다.
p321 조선시대, 그것도 한양 한복판에서 한껏 멋을 낸 노처녀가 대낮에 술에 취해 저잣거리를 활보하는 장면도 특이하거니와, 국가에 반역을 꾀한 역적의 잘린 머리 앞에서 그 뺨을 후려치는 모습은 자못 기괴하다. 가부장의 말을 잘 듣는 착한 딸인 요조숙녀나 요리와 바느질, 옷감 만들기, 남편 내조, 자식을 돌보는 현모양처의 모습은 전혀 찾아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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