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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후감/2025_독후감

[2025-12] 더 클래식

by 반란을_꿈꾸며 2025. 4. 7.

 : 더 클래식

 : 김호정

 : 중앙Books

읽은기간 : 2025/03/28 -2025/03/31

 

나처럼 막귀는 클래식 음악을 들을 때 좋은 연주자와 평범한 연주자를 구분하지 못한다. 

음정대로 치면 잘치는 연주자일뿐..

평론가들이 연주자들을 평할 때도 들으면서 그런갑다 하는거지 실제로 그런 느낌이 들지는 않는다. 

이 책에서는 평론가들이 말하는 그 잘하는 포인트를 알려준다. 

임윤찬의 연주가 왜 좋은지, 백건우의 연주는 왜 깊이가 있는지, 손열음의 연주는 다른 연주자와 무엇인 다른지를 비교해서 알려주니 더 잘 캐치할 수 있다.

물론 그렇다고 내 귀가 열려서 훌륭한 연주자를 구분할 수 있다는 뜻은 아니다. 

다만, 단지 음정에 맞게 힘차게 연주하는 연주자만 대단한 연주자가 아님을 알 수 있어서 좋았다. 

특히 한국 연주자들에 대해서 설명하다 보니 더 애정이 간다. 내가 좋아하는 손열음님이나 백건우님 뿐만 아니라 외국의 유명한 연주자도 설명해주니 책읽는 재미가 있었다.

한번 잡으면 계속 읽게 된다. 

올해의 책으로 충분히 꼽을만한 책이다. 

좋았다. 

 

p5 음악가들이 인간의 감정과 신념을 음악으로 코딩한다면, 저는 디코딩하는 작업을 해본 겁니다. 예를 들어 ‘이 피아니스트의 연주는 왜 이렇게 좋지?’에 대해 조금이라도 궁금해 본 사람들과 이렇게 소통할 수 있으리라 희망했습니다.

p16 이 차이가 오직 속도 때문일까요? 그렇지 않고, 바로 무게 때문입니다. 백건우의 프레스토는 단지 빠르기만 한 것이 아니라 건반의 바닥까지 긁어내려 갈 정도로 묵직하면서 빠릅니다. 근육질의 전력질주죠.

p22 나는 미국으로 가기 전에는 음악이 뭔지, 피아노가 뭔지 모르고 그냥 쳤어. 한마디로 엉터리지. 어려운 곡을 쳤다 해서 최연소다, 최초다 했는데 아무 의미가 없었어요. 그리고 미국으로 가서 이제 가서 이제 공부 시작해야 하는데 한국에서의 경험이 너무 안 좋아서 오히려 피아노하고 거리를 두게 되더라고. 음악은 끌리는데 악기가 두려운 거라.

p28 손열음의 연주 영상을 보면 입으로 뭔가를 중얼중얼거립니다. 주문 거는 거 아니고요. 손으로 치고 있는 음의 계이름을 입으로 부르는 겁니다.

p35 초등학교 시험 때 ‘이것만 맞았으면 네가 1등인데 아쉽지도 않니?’하는 엄마에게 (1등 한) 그 아이는 원래 공부 무지 잘하는 애야. 나랑은 달라라며 도리어 엄마에게 무안을 주었으며, 콩쿠르에서 나보다 총점이 1점 낮게 발표된 친구와 공동 1등이 되었는데오 친한 친구와 상을 나누었다며 오히려 좋아해서 주변 사람들을 김빠지게 만들었던 나였다.

p44 사실 음악은 음악가 자신의 바탕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습니다. 피아니스트의 재능을 가장 잘 알아보는 김대진 한국예술종합학교 총장의 말을 참고할 만합니다. 수많은 제자를 길러본 후 그가 하는 말. “생기 대로 친다”는 명언입니다. 음악가가 가진 성격, 사고 방식, 말투가 음악에 어떻게든 묻어나옵니다.

p50 중요한 점은 재미입니다. 낯선 곡인데도 전혀 지루하지 않습니다. 임윤찬 돌풍의 진원지는 바로 이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듣는 아름다움, 감상하는 기쁨을 넘어서 특별한 재미가 있다는 것 말입니다.

p56 임윤찬의 화음은 균형이 다릅니다. 한 음만 깨끗하게 들리는 것이 아니라 다른 음도 목소리를 냅니다. 그러다가 내성이라고 부르는, 화음 안쪽의 음표들이 툭툭 튀어나오기도 합니다. 보통은 잘 들리지 않던 것들입니다.

p73 위험 감수자인 임윤찬이 만약 절대 틀리지 말자고 마음먹었다면 안전하게 그렇게 칠 수 있었을 겁니다. 가장 먼 지점의 음이 약간씩 늦게 나오도록 조절하면 됩니다. 새끼손가락이 제자리에 있는지 확인하고, 그때 건반을 누르면 되죠. 뭐 충분히 그렇게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건 임윤찬의 음악이 아니겠죠.

p79 제대로 된 음악가라면 아무 대가를 바라지 않고 매일매일 산을 넘어봐야 한다고 생각해요. 스물 살의 피아니스트 임윤찬이 이렇게 말하더군요. 요즘 그가 넘는 산은 쇼팽의 연습곡 전곡(27곡)입니다.

p83 임윤찬이 7번 연습곡을 설명해 주기 위해 악보를 펼쳤습니다. 거기에는 손가락 번호 같은 기술적인 것은 거의 적혀 있지 않습니다. 악보는 깨끗한 편이었죠. 대신 마치 시의 한 구절 같은 글귀들이 악보 곳곳에서 눈에 띄었습니다. 꿈속에서 사랑했던 여인이 사라지는 것, 슬픔을 체념하고 얼어붙은 마음, 왈칵 쏟아지는 눈물, 점을 하나 딱 찍는 느낌

p91 한 주 전 레슨 때 선생님이 ‘이런 이미지인 것 같다’라고 그러셨어요. 그래서 제가 적고서 다음 레슨 때 그렇게 쳤더니 선생님께서 막 웃으시더라구요. 그건 지난주의 생각인데 왜 그거를 그렇게 연습하냐고. 이렇게 하면 안된다고요. 상상력은 매번 다른 거죠. 그럼에도 전체적인 에튀드마다 이미지는 있는 것 같아요.

p97 항상 20세기 초중반 피아니스들의 에튀드를 더 좋아하더군요. 녹음 기술이 막 시작했을 때의 연주자들이죠. 그때의 피아니스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많이 넣고, 되게 자유로웠다고 생각해요. 깎아놓은 듯한 완벽한 음악에는 매력을 못느껴요? AI가 만든 자연을 보고 아름답다고 하지 않는 것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어요.

p107 피아니스트가 연주하러 나왔는데 난데없이 피아노 조율이라도 하듯 뚱땅거리며 건반의 소리를 내본 장면입니다. 이래도 되나 싶은데요. 말씀드렸듯 지금보다 자유로웠던 그 시대에 종종 있던 일이었습니다.

p118 다음 음악에는 정경화만이 구사하는 독특한 리듬이 나오는데요. 브람스의 협주곡 3악장입니다. 정경화는 시작 부분 첫마디의 16분음표 3개를 한 덩어리처럼 몰아붙여 연주하곤 합니다. 젊은 시절에도 그랬고 최근 연주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불같이 타오르고 물러서지 않는 정경화식 독특한 리듬입니다.

p140 진은숙의 작품은 왜 인기가 많을까요? 어떤 점이 그 음악의 매력이며, 왜 베를린, 뉴욕, LA,런던 같은 곳에서 그에게 새 작품을 위촉하고, 자꾸만 연주하는 걸까요. 결론부터 말하면 처음 들어보는 소리 때문입니다. 진은숙은 독자적 판타지를 위해 수없이 다양한 소리를 만들어냅니다. 피아노, 바이올린 같은 악기에서 새로운 소리가 납니다.

p157 고음을 부를 수 있느냐 없느냐가 아니라, 고음에서 어떤 색깔을 내느냐가 중요합니다. 조수미는 뭐니뭐니 해도 플루트입니다. 가벼운 금빛의 이 악기와 똑 닮은 소리를 냅니다.

p162 로마로 온 지 4개월 만에 편지로 이별 통보를 받은 조수미는 독한 마음으로 음악을 다져나가기 시작했다. 조수미는 자신의 책을 비롯해 곳곳에서 K군에게 감사를 표하고는 한다. ‘그와 사랑하면서 나는 인간의 감정이 얼마나 폭발적이고 섬세한지 배웠고, 그와 이별하면서 나는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배웠다. 그와의 사랑은 내 인생의 스승이었다’

p172 연주자 변경이야 흔한 일이지만, 이번엔 경우가 좀 달랐다. 메켈레와 유자 왕은 공인된 연인 사이였는데 최근 헤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교제 시절, 이들은 각각 소셜미디어를 통해 함께 시간을 보내는 사진을 올렸다.

p178 음악 재능은 음 높이에 대한 정확한 감각 같은 것과 연관되곤 하죠. 하지만 진짜 재능은 애정, 또 몰입하는 힘일 것입니다. 김정아의 스승인 첼리스트 이강호 또한 음악에 대한 관심이 재능이다라고 했습니다.

p183 엄마가 바깥에서 방문을 잠그고 아들,딸의 연습을 시키던 시대는 지나갔다. 잘파(Z+알파) 세대 음악 영재들은 공부도 잘하고, 축구 팀에서도 활약한다.

p192 호로비츠의 조용한 노래가 더욱 매력적이라 생각합니다. 그의 시그니처는 아무래도 콘서트홀의 지붕을 날려버릴 것 같은 충격적인 사운드와 꽉 찬 화음 같은 것이겠지만요. 사실 호로비츠의 진짜 내면을 들여다보는 것 같은 순간은 이런 조용한 노래들에서 나오고는 합니다. 이후의 모든 피아니스트에게 호로비츠만큼 못할 것이라는 공포증을 남긴, 슈만의 어린이 정경중 트로이메라이는 꼭 들어봐야 합니다.

p202 라디오에서 흘러나온 해설이 그의 인기를 한층 높였습니다. “우리는 지금 우리 땅에서 태어나고 교육받고 훈련받은 젊은 지휘자의 첫 무대를 경험했습니다” 미국의 자존심을 우뚝 세워준 음악인인 거죠.

p209 벨리 셀즈는 번스타인이 치욕적인 전향서를 쓰고 무대에 다시 설수 있었다는 사실을 찾아냈다. 또 정치 상황이 바뀌어도 늘 존재했던 위협때문에 번스타인이 작곡가로서 재능을 완성하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다고 봤다.

p213 사람들은 칼라스에 대해 이렇게 얘기했습니다. 여성을 수집하는 남자에게 기꺼이 수집당했던 디바. 그리고 열일곱 살 많은 오나시스에 대해서는 이렇게 수군댑니다. 칼라스의 명성과 젊을 모두 빨아들이고 떠난, 삐뚤어진 율리시즈라고요.

p235 그는 자신의 장례식이 밝은 분위기에서 치러지길 원했다. 식이 시작될 때 이탈리아 모데나의 휘장을 들고 들어온 이들은 그가 가장 좋아했던 축구팀 유벤투스의 선수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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