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김성곤의 중국한시 기행
작가 : 김성곤
출판사 : 김영사
읽은날 : 2021/05/07 - 2021/06/14
장강과 황하를 여행하면서 의미있는 여행지를 소개하고, 중국의 한시도 소개하는 여행책자.
마치 여행 다큐멘터리를 읽는 느낌이다.
이름만 들어도 대단한 소동파, 두보 및 이백의 시가 멋진 풍광의 사진과 함께 어우러진다.
어디를 가든 술과 시가 빠지지 않는다.
이거야말로 풍류가 아닐까 싶다.
서양이 장소와 신화가 어우러진다면, 중국은 시와 장소가 어울린다.
이 책에 나온 곳 중에 가본 곳이 한 군데도 없지만 술한잔에 시를 읊으러 가고 싶은 맘이 절로 든다.
이런게 답사여행의 묘미가 아닐까 싶다.
미국도 그렇지만 중국의 풍광은 대륙의 기상을 느끼게 한다. 부럽다.
p19 약 6,300킬로미터의 길이로 중국에서 가장 긴 강인 장강은 청장고원의 탕구라산에서 발원하여 티베트, 운남, 사천, 중경, 호북, 호남, 강서, 안휘, 강소, 상해를 거쳐 동중국해로 흘러간다
p20 침상 머리 밝은 달빛 땅에 서리 내렸나 했네 고개들어 밝은 달을 바라보고 고개 숙여 고향을 생각하네
p25 당나라와 송나라를 통틀어 가장 글을 잘 쓴 여덟 사람을 일컫는 당송팔대가에 이 삼부자가 들어 있으니 이 얼마나 대단한 집안인가
p38 모택동의 초서는 워낙 개성이 강해서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데 필체가 얼마나 활달한지 금방이라도 비문 밖으로 날아갈 기세다
p48 이 지역 사람들은 새로 차량을 구입하면 무조건 이곳으로 달려와 안전 무사고를 기원한다. 뱃길보다 더 험한 것이 자동차 길이요, 자동차 길보다 더 험한 것이 인생길이니 그저 이런저런 신령의 도움을 빌고 빌면서 조심조심 안전제일로 나아갈밖에
p66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무릉도원을 찾는 관광객들을 맞이하는 가게들이 줄지어 있는 풍경이었다. 이건 도연명의 설계도에는 없는 풍경이다
p70 악양루가 명루로 천하에 이름을 알리게 된 것은 한 편의 명시와 명문이 존재한 까닭이다. 당나라 시인 두보의 시 등악양루와 송나라 정치가요 문장가인 범중엄의 글 악양루기다
p77 조정에 있어 뜻을 펼칠 때에는 물론이고, 실의하여 강호에 머물 때에도 온통 나라에 대한 걱정뿐이니 자신의 처지를 비관할 틈도 좋은 풍경을 찾아 즐길 여유도 업다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북송시대 지식인들이 보여준 시대에 대한 우환의식이다
p90 청풍과 명월이라는 조물주가 허락한 무진한 보배를 누리는 삶은 결코 누추하지도 않고, 가난하지도 않다는 것이다
p96 여산의 진면목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선 그 여산으로부터 벗어나야만 한다는 것, 어떤 일이나 상황에 대해 객관적이고 전면적인 이해를 얻기 위해서는 그 일이나 상황에서 물러나서 거리를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p104 서문을 보면 마치 낙서처럼 두서없이 쓴 것 같지만, 이 음주 시들이야말로 도연명 시 중에서 최고의 작품으로 인정되고 있으니, 과연 명작은 '취여불취지간'에서 나온다고 하는 말이 도연명에게서도 실증되고 있는 것이다
p117 갱상일층루, 즉 '다시 한층 더 오른다'라는 뜻으로, 당나라 시인 왕지환의 시 <등관작루>의 마지막 구절이다. 천 리 끝까지 바라보고 싶어서 다시 한 층 더 올라간다
p122 항우가 이렇게 된 것은 천명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 그가 하늘을 원망한 것은 그릇된 것이다
p132 비탄과 절망의 노래 항우의 해하가와 쌍벽을 이루는 것이 환희와 자부심으로 가득한 유방의 대풍가이다
p143 어양선 요리의 내력에 대해서는 천하를 주유하던 공자가 먹을 것이 없는 처지에서 개발한 요리라는 설도 있으나, 한신의 고향 마을에서는 한신의 레시피로 전해지니 그려러니 하고 맛을 보지 않을 수 없다
p148 강소서의 성도인 남경은 중국의 오랜 고도로, 춘추시대에는 오나라에 속하였고 전국시대 초반에는 월나라에, 후반에는 초나라에 속하였다
p155 자신의 마음의 깊이를 강물에 비교하는 식의 표현은 이백의 증별시(이별할 때 주는 송별시나 유별시)에 흔히 등장하는 표현이다
p184 이야기 끝에 장건이 만난 견우와 직녀가 황하와 은하수가 이어지는 이 근처 어딘가에서 살았을 것이니 이 부근에 살고 있는 지금의 장족들은 어쩌면 견우와 직녀의 후손들일지 모른다는 즐거운 추론을 덧붙였다
p195 아들을 낳으면 흉한 일 딸을 낳아야 외려 길한 일이라네 딸은 이웃에 시집이라도 갈 수 있지만 아들은 죽어 잡초에 묻힐 뿐이라네
p199 그녀가 던진 일월보경은 두 쪽으로 갈라지면서 하나는 일산이, 하나는 월산이 되어 마침내 일월산이 솟아오르게 되었다느니, 거울이 떨어져 거울처럼 영롱한 청해호가 되었다느니 하는 전설이 마구 생겨나게 된 것이다.
p203 감숙성 남부의 황토고원 지대 670킬로미터 구간을 굽이굽이 흘러오면서 엄청난 양의 토사를 함유한 조하가 바로 이 유가협으로 흘러들어 황하 본류와 섞이면서 황하가 본격적으로 그 이름값을 하게 한다
p212 국물이 맑긴 했어도 간이 너무 세서 좀 느끼하다 싶었는데, 과연 일행 중에 두어 사람은 배탈이 나서 고생을 했다. 그래도 난주에 와서 중화제일면 란쩌우라멘을 먹어봤다는 자랑은 할 수 있게 되었으니 그만하면 됐다고 스스로 위로했다
p231 서하는 탕구트족이 세운 나라로 1038년부터 189년 동안 중국의 서북쪽인 지금의 감숙성, 영하회족자치구와 청해성의 동북부, 섬서성과 내몽고 일부 지역을 통치했다
p236 친생공주를 보낼 수는 없으니 후궁 중에서 한 명을 골라 보내기로 한 것이 바로 왕소군이었다. 아마도 추하게 그려진 초상화를 보고 아깝지 않다 여긴 까닭이었을 것이다
p239 재색이 뛰어난 왕소군은 덕망과 재능이 출중한 충신과 인재요, 그 왕소군을 추하게 그린 모연수 화공은 충신과 인재의 길을 막는 조정의 간신들이고, 그림만을 믿고 미인을 방치한 황제는 조정 간신배들의 참언을 믿고 충신과 인재를 멀리하는 어리석은 혼군이라 할 수 있다
p274 이름만 임금이었지 일반 백성들의 살아가는 모습과 별반 다를 바 없었던 것이다. 웅장한 건물 속 거창한 요의 동상은 권력으로 백성에게 군림하는 후대 제왕의 모습으로 요임금을 채색한 것일 뿐이다
p292 굽이굽이 유유하게 흘러오던 황하가 이곳에 이르러서는 일순간 표변하여 완전히 다른 모습이 된다. 좁고 깊은 협곡으로 앞을 다투어 쏟아져 들어가는 물줄기들이 저마다 내지르는 함성으로 귀가 먹먹할 지경이다.
p322 소사와 농옥의 사랑 이야기 때문에 화산은 애정의 산이 돼 수많은 청춘남녀가 험한 길도 마다하지 않고 손을 맞잡고 오르는 것이다.
p324 낙양은 황하문명 발상지 중 하나로, 4,000년 전에 미이 도시가 건설되었으며, 1,500년의 긴 역사 속에서 수많은 왕조가 수도로 삼은 유서깊은 고도이다
p329 안녹산의 난으로 동생들과 헤어진 뒤로 난리를 피하여 살길을 찾아 낯선 타향을 전전하며 늘 고향으로 돌아갈 날을 꿈꾸었던 두보, 인구에 회자되는 그의 수많은 명편은 고향에 대한 그리움이 빚어낸 것들이 대부분이다
p339 역대로 봉건적인 문화 속에서 측천무후에 대한 평가는 부정적이었지만, 지금은 그녀가 일군 정치, 경제, 문화적인 업적이 정당하게 평가를 받으며 대중들의 인식도 변하고 있다.
p341 이 멋진 시에서 특히 유명한 구절은 "들불이 태워도 태워도 다 태우지 못하니 ,봄바람이 불면 풀은 또 살아난다"라는 '야화소부진, 춘풍취우생'이다. 초원의 풀은 이별의 정서가 아닌 고난을 이겨내는 강인한 정신으로 읽혀 들불과 같은 고난 속에서도 인내하며 봄바람 속의 부활을 기다리는 희망의 노래로 대중에게 수용되었다.
p346 안녹산의 난이 일어나고 당나라가 내리막길을 가게 된 데는 당시 황제인 현종과 최장수 재상 이임보에게 무한책임이 있다고 해야 할 것이다
p354 시를 따라 떠도는 우리의 긴 여행길에 충실한 반려자가 되어준 소동파가 아닌가. 파란만장한 삶을 접고 편히 안식하고 있는 그의 무덤에 들러 시 한 수 낭낭하게 으류어 고마운 마음을 전하는 것이 마땅한 도리일 것이다
p363 왕옥산 입구에는 우공과 가족들이 산을 옮기는 현장을 묘사한 커다란 동상이 서 있는데, 그 동상 기저에는 우공이산, 개조중국이라는 모택동의 휘호가 새겨져 있다
p381 이원광이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은 채 곧장 붓을 들어 판결문이 적힌 공문서 여백에 다음과 같이 글자를 썼다. 남산가이, 차판무동. "종남산을 옮길 수는 있어도 이 판결은 바꿀 수 없다"
p391 일행들에게 내가 잡은 작은 붕어를 보여주며 말했다. "이런 자잘한 붕어 잡는 재미에 빠지면 강태공처럼 큰 낚시를 할 수 없는 겁니다"
p395 주의 무덤 뒤에는 그와 함께 주지육림의 환락을 즐기며 나라를 패망의 길로 이끌었던 달기의 무덤이 있다
p414 동방의 예루살렘으로 불리는 곡부는 세계 곳곳에서 오는 관광객들로 붐비고 있었다. 공자를 모신 사당 대성전이 있는 공묘로 갔더니 마침 공자께 올리는 팔일무 춤이 한창이다
p417 공자의 축원대로 공급은 훌륭한 학자가 되어 공자의 사상과 학문을 맹자에게 전해줌으로써 유학 도통의 전승 과정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p421 구몽정 서북쪽 산봉우리에 높이 218미터, 폭 198미터의 거대한 수성노인을 조각해놓았는데, 길게 늘어진 귀, 툭 불거진 이마, 흰 수염이 허리까지 흘러내리는 노인은 한 손에는 지팡이를 들고, 한 손에는 선도를 들고 산을 찾는 모든 관광객들을 환한 미소로 맞고 있다
p429 언젠가 저 산꼭대기에 올라 자그마한 산봉우리들을 한번 굽어보리라
p435 황하와 장강의 황톳빛 탁류만 늘 보고 자라서 그런지 중국인들에게 표돌천의 맑은 샘물이 주는 감동이 적지 않은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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