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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마태수난곡 듣기

by 반란을_꿈꾸며 2023. 5. 25.

때는 바야흐로 2020년 2월.. 코로나가 막 유행하던 시절이었다. 

우리집에는 바흐의 마태수난곡 CD가 있다. 자그마치 3장의 CD로 이루어져 있다.

나름 최애 클래식 작곡가가 바흐라고 이야기하고 다니고, 오직 바흐를 보겠다는 일념으로 라이프치히까지 다녀온 사람으로서 바흐의 최고의 작품이라 불리는 마태수난곡을 들어보지 못했다는 건 자존심이 좀 상했다.

바흐음악을 좋아한다고 하면서 맨날 토카타와 푸가 D마이너나 무반주첼로 모음곡만 듣고 있을 수는 없는일...

아이는 방학이라 외국에 나가 있고, 코로나때문에 어딜 돌아다닐 수도 없는 이때가 마태수난곡을 듣기 좋은 타이밍이라고 생각했다.

퇴근 후 옷을 갈아입고, 맥주와 치킨을 가져다 놓고(?) 거실에 앉아 시디를 틀었다..

부드럽지만 단호한 마태수난곡 서주의 음악이 흘러나왔다... 

'음.. 음악이 멋진데.. 역시 바흐음악..'

합창이 시작됐다.. 화음이 멋졌다.. 저녁으로 먹던 치킨과 맥주를 잠시 멈추고 음악에 빠져들었다.. 

독일어로 이야기해서 무슨 이야기인지 모르겠지만 화음만으로도 귀가 호강하는 느낌이었다.. 

레치타티보가 시작됐다.. 독일어로 여유있는 랩을 듣는 느낌이었다. 

그렇게 30분이 지났다.. 그런데 음악이 점점 어려워졌다..

무슨 말인지도 모르는데 CD에서는 계속 독일어로 나에게 욕을 하고, 솔로들은 더 어려운 노래를 불러대기 시작했다. 

갑자기 맥주가 잘 들어가기 시작했다.

'이거 언제 끝나지?' 하는 생각만 들었다. 두번째 시디가 끝날 무렵에는 내가 이거 계속 듣다가는 죽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세번째 CD는 듣지 못하고 나의 첫 마태수난곡 완곡도전은 실패하고 말았다.. 

집에 있는 마태수난곡 CD는 그 이후 CD장에서 한 번도 못나오고 있다. 저 대단한 작품 CD가 음악 모르는 사람네 집에 와서 수난을 당하고 있다. 

나중에 유투브에서 찾아보니 한글 가사와 함께 공연이 올라온 게 있었다. 한글 가사를 보며 노래를 들으니 훨씬 이해도 잘되고 몰입도 됐다.

내가 독일어를 배워서 알아듣기 전에는 CD장에서 못나올 것 같다.. 불쌍한 마태수난곡 CD같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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