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가 어렸을 때 나에게 시골은 외갓댁뿐이었다.
방학이나 명절이 되면 외갓댁이 있는 대신(여주 근처의 작은 동네)을 방문했었다.
차가 없던 시절이라 외갓댁을 가는 건 험난한 여정이었다.
우선 버스를 타고 마장동시외버스 터미널에 간다. 줄을 서서 표를 끊고나면 시외버스를 탄다.
완행이었던 버스는 출발 이후 계속 비슷한 시외버스 터미널에 정차한다. 어릴 때 내가 느끼기에는 같은 곳을 계속 왔다갔다 하는 것만 같았다.
수많은 사람들 속에서 같은 버스 터미널(?)을 계속 왔다갔다 하다 보면 어느 순간 팔당댐이 나온다. 팔당댐이 나오면 좀 안심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 내릴 것이기 때문이다.
대신 터미널에 내려서도 고행은 계속된다. 외할아버지 집까지 가려면 엄청나게 먼 논두렁 길을 걸어가야 하기 때문이다.
걷는것보다 더 힘들었던 것은 초입에 있는 돼지우리였다. 돼지 우리를 지나야 논두렁 길에 들어서는데 어릴 때 맡았던 냄새중 최악이었다. 숨을 참고 지나가야 하는데 호흡이 짧아 숨을 내쉬고 다시 숨을 들이쉴 때는 거의 죽을 것 같았다.
그리고 나면 구불구불한 논두렁 길을 걸어간다. 1차 목표는 멀리 보이는 느티나무였다. 느티나무 옆에는 구멍가게가 있었는데 이 곳을 돌면 외할아버지 동네가 드디어 보였다.
느티나무를 돌아 또 다시 열심히 걷다보면 드디어 외할아버지 댁에 도착한다. 명절때는 종종 삼촌이나 이모가 마중을 나오곤 했다. 그러면 언제 힘들었냐는 듯 삼촌에게 달려가 안기곤 했다.
언젠가는 한밤중에 외할아버지 집에 가게 됐다. 깜깜한 밤에 걷는 논두렁길이 사실 무서웠다.
그래서 하늘을 올려다 봤는데, 하늘에는 정말 엄청나게 많은 별들이 총총히 박혀 있었다. 그때까지 그렇게 많은 별을 본 적이 없었다.
하늘을 보면서 걷다가 혼나기도 했지만 그 때 처음 우주과학자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요즘은 주변이 밝아서인지 그렇게 많은 별을 본 기억이 없다. 아니 별이 있는지조차 모를만큼 별을 볼 수가 없다.
별보기가 좋다는 곳을 방문하긴 하지만 여전히 별은 잘 보이지 않는다.
별 볼일 없는 세상이 된 게 참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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