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박물관에서 속닥속닥
작가 : 이난영
출판사 : 진인진
읽은기간 : 2023/08/17 -2023/08/23
이런 역사책 너무 좋다..
왕, 궁궐, 금관 등 화려하고 웅장한 유적과 유물이 아니라 토기나 토우같은 작은 유적에도 깊은 의미가 숨어있음을 배운다.
저자가 국립경주박물관장을 오래 하신 분이시다. 연세도 꽤 있으시다.
그런데 세대차이를 느끼지 않고, 글에 빠져들게 된다.
내가 늙은걸까?^^
토우 장식을 통해서 이렇게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게 신기하다.
신라인들의 의식주와 정신세계도 얼핏 느낄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
특히 금령총 이야기는 추정일 뿐인데도 눈물이 그렁그렁 맺혔다..
금령총의 주인공을 이렇게 해석하고 있었다니...
다음에 경주에 가면 금령총과 금령총의 유적을 자세히 봐야겠다.
경주에 갈 이유가 자꾸 생긴다. 경주.. 참 좋다..
p12 소를 끌고 가던 노인이 이러한 헌화가를 바쳤다고 하니, 삼국유사의 기록에 나오는 소를 끌고 가는 노인을 무시할 수 없다. 흥미로운 것은 황성된 석실분에서는 노인과 소가 함께 출토되었다는 점이다. 이 스토리에 매우 잘 어울리는 유물들이 아닌가?
p21 신라에서 가장 잘생긴 남자상은 아마도 경주 용강동 석실분에서 출토된 복두를 쓴 남자상일 것이다. 앞서 이야기한 황성동 출토 수로부인과 함께 신라 제일의 남자상이라고 모두가 칭찬하는 상이다.
p27 서역인이 가진 천문, 수학, 과학에 대한 재능을 인정하면서도 그 재능을 배우고 이용하기 위하여 그 인물됨을 과장하였을 것이다.
p29 현존하는 신라 유물 중에도 서역인과 관련된 형상이 종종 나타나는데, 괘릉의 무인상이나 불교의 사천왕상은 가장 서역적인 인물상을 잘 보여주는 상들이다.
p67 안압지에서 나온 다량의 신라 왕실 문물들은 일본 쇼소인 소장 문물들 중 상당수가 신라 제품이었음을 밝혀 주었다. 안압지라는 명칭은 삼국유사와 삼국사기 등에 나오는 이름으로 오랫동안 안압지라고 불려왔다.
p77 현재 국립경주박물관에는 수백여 점의 장식토우가 남아 있는데. 이들은 대부분 일제강점기에 일본인들이 경주역의 차고를 만들기 위해 흙을 퍼 나르는 과정에서 황남동 미추왕릉지구의 땅속에서 발견되었다고 한다.
p88 고구려의 고분 벽화나 일본의 다카마쓰즈카 고분 벽화의 여인들은 색동으로 길게 주름을 잡은 치마를 입고 있는데, 모양과 길이가 같고 치마폭은 널찍하다. 치마 아래로 살짝 발을 내밀고 있는 점도 비슷하다. 비슷한 시기의 고구려, 신라, 일본이 같은 패션 양식의 치마를 입고 있다는 점이 흥미롭다.
p96 추녀 끝에는 고드름이 주렁주렁 매달렸고, 아침에 눈을 뜨면 작은 유리창에 성에가 하얗게 서려서 재미있는 그림을 그려 보이기도 했다. 부지런을 떨면 저녁 짓는 아궁이에 깨짓 기왓 조각을 구워서 잘 싸두었다가 이불속에 넣어 자리를 덥히기도 했다. 그래 그때는 그랬지!
p109 종종 토우에서는 개도 보이는데, 사냥용이었는지 애완용이었는지는 확실하지 않다. 삼국 시대에 개가 사냥용과 애완용 이외에, 희생제물이나 식용으로 사용되었다는 사실은 고구려 고분벽화에서 찾아볼 수 잇다. 고구려 안악3호분 벽화에는 개가 푸줏간에 매달려 있는 모습이 표현되어 있다.
p124 보통 그릇은 음식을 먹고 마시기 위한 식기가 많지만, 앞에서 살펴본 것처럼 음식을 보관하기 위한 그릇, 음식을 덜어내기 위한 그릇, 제사와 같은 의례를 행할 때 음식을 바치기 위해서 사용하는 재례용 음식을 담는 의례용 용기, 즉 공헌용기 등과 같이 다양한 기능이 있다.
p139 옛날 우리들은 수저의 사용을 밥상머리에서 기본예절로 배워야 했다. 어른보다 먼저 수저를 들어도 안 되고, 먼저 자리에서 일어나도 안 되는 것이다. 어른들이 얘기가 길어져 먼저 일어나도 좋다고 허락이 있어야만 자리를 뜰 수 있었다. 요즈음처럼 거의 앉지도 않고 먹는 둥 마는 둥 먹고, 어린 사람이 숟가락 던지며 먼저 가버리는 일은 동서양 어디에도 없었던 이상한 식사 매너이다.
p151 신라인들이 집 안에서 보내는 나날은 어떠했을까? 지금까지 알려진 유적으로 신라인들의 주거지 모습을 상상하기는 다소 어렵고 분명하지 않은 부분이 많다. 특히 뜨듯한 온돌을 깔고 좌식 생활을 했는지 단언하기 어렵다.
p164 삼국시대 백제의 미륵사지에서부터 석등이 사용되기 시작했으며, 통일신라시대의 사찰에는 대부분 석등이 세워져 있다. 통일신라시대의 가장 대표적인 석등은 화엄사 각황전 앞에 있는 석등이며, 부석사 무량수전 앞의 석등도 비슷한 형식으로 역시 통일신라시대의 유물이다. 법주사 팔상전 앞의 쌍사자 석등은 두 마리 사자가 등을 받쳐 들고 있는 독특한 형식으로 너무나 유명하다.
p170 향은 덥고 습기가 많은 인도에서 피우기 시작했다고 하며, 우리나라에는 불교의 전래와 함께 삼국시대 즈음에 전해진 것으로 알려져왔다. 삼국사기에 의하면, 눌지왕 때 승려 묵호자가 향의 사용법을 신라에 알려주었다고 한다.
p176 백제 왕실에서 발원한 불교 사찰인 부여 능산리사지에서 출토된 유명한 백제금동대향로는 삼국시대의 대표적인 거향로중 하나이다.
p214 황남대총의 금동제안교는 한쪽 편에만도 비단벌레 수백 마리의 날개가 장식품으로 사용되었다. 금빛으로 번쩍이는 금속판 아래에 부지갯빛으로 영롱하게 빛나는 비단벌레 날개를 깔아서 장식한 안교의 화려함은 상상 이상이다.
p232 성애의 장면을 나타낸 토우들을 보면 보통 남자보다 여자가 크게 표현되어 있다. 아마도 여자의 생산능력을 위대한 자연의 섭리로 해석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성애 장면을 표현한 토우들은 번영을 추구하는 기원과 주술적인 의미를 표현한 것으로, 단순한 본능적인 쾌락을 나타내는 것 이상의 심오한 의미가 담겨있다고 해석된다
p256 현재 남아 있는 신라의 장식 토우들은 앞에서 이야기한 바와 같이 일제강점기에 일제가 경주역의 차고를 만들기 위해 흙을 퍼 나르는 과정에서 발견되었다. 처음 발견 당시에는 토기에 토우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었지만, 발견한 일본인들이 토우가 재미있는 것이 많고 신기해서 , 원래 몸체에서 하나씩 뜯어내 버려서 지금과 같이 다 따로따로 전해지게 된 것이다.
p272 서양의 성당이나 교회 종은 종 아랫부분이 나팔꽃 모양으로 떨 벌어져 있어서 소리가 밖으로 쉽게 퍼져나가게 된다. 그러나 동양의 종은 아랫부분을 오므려서 소리가 안에서 한번 모였다가 흩어지며 울려 퍼지는 효과를 살리고 있다.
p278 출토유물이 대부분 작고 귀여운 것이여서, 무덤에 묻힌 주인공은 어린이였다고 추정하고 있다. 작은 공자가 금방울을 허리에 차고 돌아다니면, 그 방울 소리를 들으면서 공자 곁애 있던 부모는 자식의 존재를 실감했을 것이다. 경쾌하게 뛰면 건강할 것이고 느리면 걱정을 했겠지. 일찍 죽은 어린 공자의 허리에 방울을 채워 묻어주면서 그 부모는 얼마나 아프게 오열하였을까?
p284 종 명문 중에서 또 하나 주목할 것은 만든 사람을 주종대박사라고 부르며, 그의 직위는 대나마, 이름은 박종일이라고 밝히고 있다는 점이다. 대나마는 신라의 관직 17등급 중에서 10번째의 관등으로 5두품에 해당한다. 이 명문은 당시 사회에서 장인을 존중하고 있었음을 알 수 있는 좋은 예가 될 것이다.
p287 성덕대왕신종은 30여 년간의 고생 끝에 완성된 대종으로 당시 봉덕사에 봉안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오랫동안 이 종은 봉덕사종이라 불려왔다. 그러나 현재까지도 봉덕사라는 절의 위치가 어디였는지는 확실하지 않다.
p293 현존하는 고려종은 대부분 중형이나 소형종이 많으며, 대종은 그다지 많지는 않다. 세종대왕이 성덕대왕신종과 함께 지켜준 연복사 대종은 개성 남문에 걸려 보관되어 온 고려시대 말기의 대표적인 대형 범종이다. 연복사종은 전통 신라종이나 고려종과는 완전 다른 형식으로, 고려 범종의 형식을 따르고 있는데, 이러한 중국식 범종의 출현은 전통범종 양식에 큰 변화를 불러오는 계기가 되었다.
p300 출토 유물이 대부분인 전시품들은 어두운 무덤이나 땅속에서 오랜 세월 묻혀 있다가 세상으로 나왔기 때문에, 박물관 내부의 지나친 조명과 관람객의 입김 및 눈총에 익숙하지 않아서 매우 곤혹스러워 할 것이다.
p309 나 자신이 그런 다리미를 어렸을 때 실제로 사용했었다는 사실은 이번에 이 책을 쓰면서 새삼스럽게 기억해내게 되어서 스스로도 놀라고 있다. 다만 내가 옛날에 사용하던 다리미는 백제계 형식이 아니라 신라계 형식의 다리미를 사용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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