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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후감/2023_독후감

[2023-60] 세상 모든 것의 기원

by 반란을_꿈꾸며 2023. 12. 14.

 : 세상 모든 것의 기원

 : 강인욱

 : 흐름출판

읽은기간 : 2023/12/05 -2023/12/11

 

나도 어릴 때 꿈이 역사학자나 고고학자가 되는 것이었다.

꿈은 접었지만 이런 책은 언제나 즐겁다.

과거와 조우하고, 과거가 들려주는 소리를 듣는 시간은 항상 즐겁다. 

업으로 이 일을 한다는 것은 정말 힘들고 고된 일이겠지만, 그들이 들려주는 이야기는 눈을 크게 뜨게 하고 귀를 쫑끗하게 한다. 

시간이 흘러도 아직 인간은 그렇게 많이 변하지 않았다.. 

유물을 보면서 느끼는 감정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과거의 사람을 만나게 해 주는 고고학.. 정말 좋은 학문이고 좋은 책이다.. 

 

p21 학자들은 제단 근처에 술독을 묻어서 잘 관리하다가 제사 때가 되면 그것을 꺼내어 함께 마시면서 신이나 조상에게 제사를 지낸 것으로 추정한다. 자후 유적의 토기를 통해 제사 때 음복하는 풍습의 역사가 1만 년 가까이 거슬러 올라가게 된 것이다

p26 도토리를 묵형태로 가공해서 먹는 나라는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뿐이다. 가까운 중국이나 일본에도 도토리묵이라는 요리가 없다

p32 피지배인들을 알코올로 다스렸던 것은 몽골뿐만이 아니었다. 오죽하면 술 식민주의라는 용어가 따로 있을 정도다. 지배 국가가 피지배인들에게 술을 공급하여 저항의 의지를 상실시키는 식민주의 전략이다.

p42 스탈린 집권 시절 카자흐스탄으로 강제 이주를 당하자 황무지에서 구할 수 있었던 몇 안 되는 채소로 김장을 하곤 했다. 이러한 고려인들의 전통은 유라시아 일대에서 기나긴 겨울 내내 채소를 먹을 수 있는 방법으로 널리 사랑받으며 구소련 일대에 널리 퍼졌다.

p55 살로와 삼겹살의 또 다른 공통점은 바로 최고의 술안주라는 점이다. 삼겹살에는 소주이듯이 살로에는 보드카가 제격이다. 여기에 상큼하고 아삭한 양배추 절임까지 곁들이면 우크라이나에서는 가히 최고의 안주 조합이라고 할 수 있다

p85 정한 술 애호가의 첫 번째 조건은 무엇일까? 그것은 아마 준비와 절제가 아닐까? 여기에서 준비라 함은 평소 체력 관리가 되어 있어야 한다는 의미다. 또한, 절제는 순간의 기분에 휩싸여 과음하지 않는 것을 뜻한다.

p91 다 같이 모여 해장을 하면서 전날 과음으로 인해 상했을 서로의 건강을 생각해주고, 간밤의 여흥을 맑은 정신으로 거듭 이어가는 해장 문화는 공동체를 중요시하는 한국 특유의 문화라고 여겨진다.

p101 수렵도에 그려진 전사는 맹수도 아닌, 도망가는 사슴을 향해서 파르티안 사법을 구사한다. 다소 쓸데없이 유려한 기술을 선보이는 셈이다. 이는 곧 이들이 사냥을 하는 중이 아니라 새로운 활쏘기 방법을 수행하는 중이라는 의미다

p106 농사는 언제 어디서부터 시작되었을까? 예전에는 근동의 비옥한 초승달 지대에서 처음 발생해 전 세계로 퍼져나갔다는 설이 우세했다. 하지만 오늘날 고고학계에서는 다지역 기원설을 더 지지한다.

p109 한반도 최초의 벼농사 모습을 추정할 수 있는 유적은 충남 부여의 송국리 유적이다. 지금으로부터 약 3,000년 전 금강 유역을 중심으로 서남부 일대에 널리 퍼져 있던 청동기시대 문화인 송국리 문화는 한반도의 대표적인 선사시대 문화다.

p128 마야문명의 공놀이는 경기에서 지면 목숨을 잃었다. 팀을 가르고 운동장 벽에 달린 골대에 골을 넣는 경기를 했는데, 경기에서 진 사람들은 인신 공양 제물로 바쳐졌다. 흔히 배수의 진을 치고 싸우는 경기를 데스 매치라고 부르는데, 고대 마야인들에게는 단순한 수사적인 표현이 아니었던 것이다

p140 인류가 오래전부터 타지로 이동하고 교류했음을 보여주는 유물은 상당하다. 발굴 작업을 하다 보면 발굴지와는 관계없는 머나먼 지역의 물건으로 추정되는 유물이 출토괴디고 한다. 가령, 크림반도에서는 3,000년 전의 것으로 짐작되는 중국 주나라 전사가 쓰던 칼과 창이 발견되었다.

p149 온핌은 이 필기 뭉치를 수업을 다녀오던 길에 하수구에 빠뜨렸던 것일까? 온핌의 필기 뭉치는 800년 후 통째로 후대 러시아인들에 의해 발견되고 러시아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유물로 지금까지 사랑받는 중이다

p172 우리나라의 고양이도 실크로드를 통해서 전래되었을 가능성이 크다. 사료로만 따지면, 한국에서 고양이에 대한 기록은 고려시대가 되어서야 등장한다. 하지만 가야시대의 유물 중에는 식량 창고지붕 위에서 쥐를 노려보는 고양이를 묘사한 토기가 발견되기도 했고, 고양이뼈들도 제법 발굴되었다.

p181 한반도에는 잘 깨지지 않는 단단한 석재인 차돌이 풍부했다. 재료 자체의 가공이 어려우니 거칠게 제작한 찍개를 더 선호했던 것이다. 그 편이 여러모로 효율적이었기 때문이다. 모든 학문 연구가 그렇겠지만 눈에 보이는 것으로만 판단해서는 단순하고 한쪽으로 치우쳐진 결론에 이를 수밖에 없다.

p197 300여 기의 무덤 중에서 황금 인간이 묻혀 있었던 43호 무덤에서는 1,000여 점이 넘는 황금 유물이 발견되었다. 바르나에서 발견된 유물의 거의 절반에 가까운 수다

p225 파지리크 문화권의 기마민족들은 동토층을 파서 무덤을 만들고 그 안에 시신을 담은 관과 유물 등을 묻었다. 그다음 커다란 돌로 덮어 태양열을 막았다. 덕분에 짧은 여름 동안 내리쬐는 햇볕을 차단할 수 있었다.

p278 북방 유목전사들은 전쟁이 끝나고 승기를 잡았다고 해도 적의 무덤을 찾아 그 인골을 훼손해야 비로소 전쟁이 끝났다고 생각했다.

p289 죽은 사람이 아프다고 불평할 일은 없으니 관에 안치했을 때 말끔해 보이기 위해 미라를 만드는 과정에서 시신을 훼손하는 경우도 종종 벌어졌다. 아무리 화려한 황금 마스크를 덮었다고 해도 신체 여러 곳에 상처가 나고 심하게 변형된 것이 이집트 미라의 실제 모습이다.

p318 이제 죽은 사람을 위로하는 마스크 대신에 산 사람을 살리는 마스크의 시대가 시작되었다. 마스크는 그 형태가 단순한 것 같지만 수백만, 수천만 명의 희생으로 검증된 의료 도구다. 아마 수천 년 뒤의 고고학자들은 만주와 한반도 일대에서 시작된 인류의 발명품 목록에 의료용 마스크도 함께 올릴지도 모르겠다.

p338 흉노에 적대적이었던 중국은 그들의 야만성을 다음과 같이 기록했다. 그들은 글자가 없고 나무에 새겨서 표시를 하거나 끈을 꼬아서 뜻을 전한다. 이 기록처럼 흉노는 민조 ㄱ고유의 문자를 갖추지는 못했으나 간결한 방식의 메시지로 제국을 통치했다. , 국가 조직을 최대한 단순화해서 조직을 정비했다.

p343 흉노인들은 중국인들의 생각과는 달리 글자를 몰라서 안쓴 것이 아니라 자신들의 효율적인 국가 통치를 위해서 쓰지 않았을 뿐, 필요한 때에는 적절히 활용할 줄 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