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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후감/2023_독후감

[2023-61] 중세 유럽인 이야기

by 반란을_꿈꾸며 2023. 12. 18.

 : 중세 유럽인 이야기

 : 주경철

 : 휴머니스트

읽은기간 : 2023/12/02 -2023/12/13

 

주경철님이 쓴 책을 처음 읽은게 주경철의 유럽인이야기였다.

그 책에는 다양한 르네상스시대 사람들 이야기가 있었다. 

왕이나 영웅이 아닌 사람사는 이야기라서 무척 좋았다. 

이번 책은 중세인 이야기다. 

중세를 암흑시대라고 편견을 심어놓은 탓에 중세의 멋진 모습들이 많이 가리워져 있었는데, 이책은 중세의 모습을 많이 복원하는 느낌이다. 

현대인의 생각으로는 잘 이해가지 않는 종교적 열정, 그렇지만 지금과 동일한 사랑이야기, 사람이야기가 담겨있어서 읽는 내내 미소가 끊이지 않는다. 

물론 전쟁으로 인한 무서운 이야기도 있다. 전쟁과 약탈에 의한 잔인함은 무섭기도 하고, 눈쌀을 찌푸리게 되지만 현대의 학살에 비하면 훨씬 덜하다.

중세는 멋진 삶이었다. 평훼당하기엔 너무나 멋진 시대였다. 

 

p6 우리는 이제 암흑의 중세사가 아니라 총천역색의 화려한 중세사를 마주하고 있다.

p15 우리가 바이킹이라고 부르는 사람들은 스웨덴, 노르웨이, 덴마크 지역 출신이다. 8세기 이후 약 300년에 걸쳐 사방으로 확산해 갔는데 그 범위는 가히 놀라운 수준이다. 남쪽으로는 대서양 연안 지역을 넘어 지중해까지 이르렀고, 서쪽으로는 콜럼버스보다 500년 먼저 아메리카대륙에 상륙했으며, 남동쪽으로는 러시아와 비잔티움제국에 도달했고, 어쩌면 더 멀리 인도와 중국까지 갔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p29 바이킹이 늘 약탈과 전투만 한 것은 아니며 교역 활동에도 능했다. 비잔티움 제국은 비단, 포도주, 향신료, 보석류 등 여러 지역의 산물이 모여드는 교역 중심지였다. 바이킹은 모피와 노예를 공급하는 대가로 이런 물품을 얻어 스칸디나비아로 가져갔고, 그 중 일부는 이웃 지역으로 재수출했다. 영국에서 발견되는 비잔티움 직물은 이런 경로를 통해 들어간 것들이다.

p43 환경파괴와 그로 인한 자원부족 사태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한 사람들의 적응력 부족이나 개선 능력 결여가 사회의 몰락을 초래했다. 이 작은 섬의 사례는 대륙 혹은 지구 전체의 미래에 대한 예시일 수 있다.

p64 이 숲소의 고독한 농부도 다음 해부터는 성실 납세자가 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이 자료를 통해 1086년 당시 영국 인구는 150-200만 명이며, 그중 노예가 10퍼센트일 것으로 추산한다.

p87 이슬람식 건물 안에 성모 마리아를 모시는 매우 특별한 모습이 연출되었다. 변화된 부분은 전체 건물 중 일부에 불과하지만, 신성로마제국 황제 카를 5세는 이를 애석해 하며 질책하는 서한을 보내왔다. “당신들은 누구든 지을 수 있는 것을 만드느라 세상에서 제일 특별한 건물을 부수었소”

p114 장기간의 소모적인 투쟁 끝에 양측이 타협을 모색한 것이 1122년의 보름스 협약이다. 이 협약에 따르면 추기경과 수도원장은 교회에 의해서만 자유롭게 선출된다고 천명했으니 이 점은 황제가 양보한 것이다. 한편 황제는 선거에 출석할 수 있으며 만일 다툼이 있으면 황제가 개입할 권리를 가진다고 했으니 이는 교황이 양보한 것이다.

p122 교회법은 교회 내부사항을 규정하는 내규뿐 아니라 세례, 교육, 혼인, 성범죄, 더 나아가서 신탁이나 계약 문제 등 민법사항까지 포괄한다. 이처럼 역설적으로 교회가 세속 권력에서 떨어져 나온 후 오히려 세상만사를 통제하는 권능을 가지게 되었노라고 주장했다.

p130 십자군운동은 유럽에서 가장 광포한 세력들을 외지로 내몰아 튀르크인과 싸우게 함으로써 폭력의 배출구를 확보하는 방식이었다. 12세기 초 기베르 드 노장의 표현을 옮기면, 같은 편끼리 서로 죽이지 말고 나가서 이방인을 죽이라는 것이다.

p155 두 사람의 결합으로 잉글랜드는 섬나라가 아니라 대륙 내 광대한 영토를 소유한 대국으로 커졌다. 오베르뉴에서 동부 아일랜드까지, 피레네산맥에서 스코틀랜드 변방까지 포괄한 당시 잉글랜드를 두고 역사가들은 앙주제국 또는 틀랜태저넷제국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후일 프랑스 왕위와 영토를 두고 양국기 다투게 될 백년전쟁의 먼 기원이 여기에 있다.

p169 부왕 헨리 2세는 리처드를 왕위 계승자로 정식 승인할 수 밖에 없었다. 공교롭게 바로 이틀 뒤 헨리 2세가 사망해서, 리처드는 곧바로 잉글랜드 왕, 노르망디 공작, 앙주 백작의 지위를 차지했다. 헨리 2세의 죽음에 대해서는 미묘한 기록이 있다. 리처드가 보는 앞에서 부왕 헨리의 코에서 피가 나왔다는 것이다. 이는 아들이 아버지를 살해했을 가능성을 암시하는 것으로 해석한다.

p174 중세 내내 국왕은 카톨릭교회로부터 권위와 정당성의 근거를 제공받았다. 이 점은 영국에서 종교개혁이 일어나 영국 국교회가 성립된 이후에도 변함이 없었고, 오히려 더 강화되어 영국 국왕은 신의 수호자라 불렸다. 사실 이 표현은 역설적인 면이 있다. 원래 이 타이틀은 16세기에 교황이 헨리 8세에게 부여한 것이다. 카톨릭 신앙을 철저히 지키고자 하는 의지가 참으로 가상하다고 하여 이런 명예로운 타이틀을 받았는데, 이후 헨리 8세는 자신의 이혼과 재혼문제에 시비를 거는 교황청에 처사에 반발하여 카톨릭과 결별하고 영국 국왕이 기독교 신앙의 최고 수장이 되는 국교회를 설립한 것이다. 결과적으로 그는 개신교 신앙의 보호자가 되었다

p188 가시관뿐 아니라 십자가 일부, 예수의 옆구리를 찌른 창, 예수의 입에 물렸던 해면 등을 함께 확보한 성왕 루이는 이 보물들을 보존하고 위해 왕실 예배당인 생트샤펠을 지었다. 이 건물은 13세기 고딕 건축의 보석으로서, 특히 벽면을 장식한 스테인드글라스는 환상적인 아름다움을 자랑한다.

p197 국와 42명, 왕비 32명, 대귀족 63명, 충신 10명이 잠들어 있는 생드니 성당은 왕실이 주도한 고딕 혁명의 선구였다.

p199 생드니 성당 건물 자체도 끔찍한 파괴를 겪었다. 한동안 성당 건물은 이성의 전당이라는 인위적 혁명종교의 숭배 장소로 사용되었지만 곧 폐허로 변했다. 생드니 성당 건물은 나폴레옹 시대 이후 다시 손을 보아 오늘날의 모습을 되찾았다.

p206 주파수가 높은 고음부터 먼저 지워지고 저음은 약간 더 늦게까지 남아서 독특한 효과를 얻는다. 각각의 성당은 모두 다른 구조와 재질을 하고 있으므로 오르간 음악 또한 다른 음색을 낸다. 오르간 주자는 ‘악기만으로 연주하는 게 아니라 건물과 함께 연주한다’고 하는 이유다

p209 1345년 완성된 노트르담 대성당은 16세기 위그노의 성상파괴, 18세기 프랑스 혁명기의 파괴를 거쳐 1845년 비올레르뒤크의 복원안에 따라 개수되었다.

p261 아퀴나스는 원론적으로는 이윤을 남기는 상업 행위가 죄라고 선언했지만, 각론에 들어가서는 상업 행위가 효용을 지니며 공공선에 이바지하므로 상인이 사회에 필요한 존재라는 지극히 상식적인 사실을 인정한 셈이다.

p265 우리나라는 그와 같은 장기적 흐름의 정점에 서 있는지도 모른다. 선진 17개국 시민을 대상으로 삶을 의미 있게 만드는 요소가 무엇인지 물어본 미국 퓨리서치센터의 2021년 설문조사 결과는 뜻밖이다. 다른 나라들은 개개 가족과 직업을 먼저 꼽은 반면 물질적 풍요를 1순위로 꼽은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 K-낙타는 능히 바늘귀를 뚫고 천국에 오를 기세다

p274 이 지도를 위에서 아래 방향으로 읽어 내려가면, 지상낙원에서 출발하여 구약과 신약의 중요한 내용들, 이어서 역사상 주요 사건을 차례로 볼 수 있고, 도달점에는 당시 유럽의 국가와 도시들이 등장한다. 그러므로 이 지도는 단순히 이 세상 모습을 평면 위에 나타낸 게 아니라 인류의 탄생이후 현재까지 이어져 온 인류사의 흐름을 표현하고 있으니, 말하자면 세계의 공간을 표현한 게 아니라 종교적으로 해석한 세계사의 시공간을 시각화한 셈이다.

p289 세스피어 작품 중에서도 가장 많이 공연되는 작품 중 하나인 리처드 3세에서 주인공은 지옥 같은 세상에서 정적들과 싸우며, 최후의 권력을 잡기 위해 기꺼이 모략을 일삼는 악마의 배우 역할을 한다. 악이 횡행하느 ㄴ어둠의 세계에서 절름거리는 몸짓으로 몸부림치며 권력을 향해 돌진하는 그의 모습은 실로 처참핟

p297 1503년 교황 알렉산데르가 사망했고, 체사레 역시 1507년 전투에서 사망했다. 루크레치아는 아마도 슬픔과 동시에 안도감을 느꼈을 법하다. 이후 그녀는 여인으로, 어머니로 그리고 예술 후원자로 평온한 삶을 살다가 1519년 39세의 나이로 열한 번째 아이를 낳던 도중 사망했다. 후대의 문학 작품과 영화, 드라마는 루크레치아를 타락한 모략가, 살인을 행하는 요부, 근친상간녀 등 악마적인 캐릭터로 각색하는 경향이 강하지만 실상은 오히려 잔혹한 운명의 희생자에 가깝다

p322 13세기 말부터 17세기 초까지 대략 3세기 동안의 피렌체 또한 유사한 사례다. 보카치오부터 브루넬레스키까지, 토리젤리부터 가릴ㄹ레이까지, 조토부터 미켈란젤로까지, 탄테부터 마키아벨리까지 회화, 조각, 건축, 문학, 과학, 정치학 등 광범위한 부문에서 천재들이 나타나 인간 활동의 모든 영역에서 신기원을 이루는 놀라운 성과를 거두었다.

p326 피렌체에서 문화가 가장 난만하게 꽃핀 때는 경제가 하강기에 들어선 시대다. 경제적 번영이 정점을 지나 쇠락할 때 문화 부문에서 마지막으로 빛을 발하여 보상을 받기라도 하는 듯 말이다.

p340 그는 신비로운 일들을 완전히 배제하는 건 아니지만 최소한 맹신하거나 먼저 경탄하는 태도를 보이지는 않는다. 이전의 마파문디가 보여준 것과 달리 이 세상은 놀랍고 신비로운 일들이 그득한 겨이의 세계가 아니다.

p344 당시 세계지도의 정확도를 파악하는 한 가지 기준은 아프리카를 어떻게 그리느냐인데, 이 지도는 아프리카 남단을 상당히 정확한 모양으로 나타냈고, 또 인도양과 대서양이 연결되어 있는 것으로 그렷다. 아마도 중국의 고지도와 일본에서 가지고 온 일본 지도를 더하고 여기에 우리나라 지도 내용을 넣어 편집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