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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후감/2024_독후감

[2024-46] 유럽 책방 문화 탐구

by 반란을_꿈꾸며 2024. 10. 15.

 : 유럽 책방 문화 탐구

 : 한미화

 : 혜화 1119

읽은기간 : 2024/09/28 -2024/10/06

 

이런 책 너무 좋다.

유럽을 여행하는 데 한가지 주제로 다닐 수 있게 만든다.

우리나라를 여행할 때도 가능하면 그곳의 동네 책방을 들리곤 하는데 유럽에 있는 동네책방을 들러볼 수 있는 가이드라서 더 좋다.

사실 동네책방이라고 하기엔 너무 유명하고 큰 곳이 많다. 그만큼 역사가 있는 곳이라는 뜻이리라. 

유럽도 아마존의 등장이후 동네책방이 쇠락을 겪고 있다. 그래도 잘 버텨주고 있어서 참 좋다.

없어지기 전에 방문해보고 싶은 생각뿐...

 

 

p20 긴 역사를 듣고 나면 세실 코트는 어떤 곳일까 기대되지만 막상 가보면 좀 놀란다. 아주 좁고 작은 골목에 자리한 앤티크 상점 거리다.

p43 책 좋아하는 이들이 대책 없이 빠져드는 공통 품목이 있다. 연필, 펜, 노트 등의 문구류다. 하나를 더하면 에코백이다. 정확히는 캔버스 가방이다. 그래서인지 책 관련 상품으로 많이 나온다

p49 울스틴 크로프트는 대형 체인서점 매대는 출판사의 입김으로 만들어지지만 돈트북스는 직원들의 안목과 단골 고객의 리뷰로 꾸며진다며 자부심을 내보였다. 그는 또한 돈트북스의 멤버십 회원들이 쓴 리뷰는 일반 고객들의 흥미를 이끌어내는 데 매우 유용하다고도 했다.

p66 구텐베르크 이후 500여 년이 넘는 동안 책방은 값비싼 사치품인 책을 파는 곳이자 귀족이나 부유한 사람들이 드나드는 엄숙한 지식의 전당이었다.

p82 파리에서는 말로만 그치지 않았다. 파리 시청은 정말로 두 곳의 지베르 죈을 매입했다. 미국보다 어쩌면 더한 자본주의 국가가 된 한국에 사는 나로서는 이게 과연 현실적으로 가능한 일인지 선뜻 이해하기 어려웠다

p84 작고 개성있는 가게들은 모두 임대료를 감당할 수 없어 거리를 떠나고, 그 자리에는 어디에서나 흔히 볼 수 있는 프랜차이즈 상점이 들어선다. 정겨운 골목길 풍경은 사라지고 그저 그런 동네가 되고 만다

p90 3개 층을 모두 책방으로 사용하고 있었다. 바스와 에든버러에 있는 토핑은 일부러 시간을 내서 가볼 만한 멋진 곳이었다. 궁극의 책방을 만난 느낌이었다. 보르헤스의 말을 써먹자면 책방의 천국이 있다면 바로 바스와 에든버러의 토핑이다

p107 프랑스에는 독일처럼 민족도 없고, 영국처럼 구심점이 될 여왕도 없다. 프랑스에는 오직 피를 흘리며 만들어온 공화주의 전통만이 있을 뿐이다. 공화주의 전통의 핵심은 사회 정의다. 프랑스 사람들은 사회 불의보다는 차라리 무질서를 택한다는 말이 있다

p113 자본주의가 탄생한 나라 영국에서 서비스를 결정하는 건 돈이다. 모든 가치를 돈에 따라 정확하게 결정한다. 우리나라에서는 간혹 가격은 싸지만 품질 좋은 물건이나 맛있는 음식을 접할 때가 있다. 영국에서 이런 기대는 접는 편이 좋다. 지불한 돈만큼만 서비스를 받는다.

p126 이때 실비아 비치가 나선다. 책방을 운영하던 그는 겁도 없이 이 원고를 직접 출판하기로 결심한다. 세익스피어앤드컴퍼니와 제임스 조이스는 이렇게 역사에 기록된다

p127 조지는 숙박계 대신 책방에서 하룻밤을 묵으려는 이들에게 각자의 인생에 대한 글을 쓰게 했다. 일종의 창작연습을 시킨 셈이다. 책방을 거친 이들이 쓴 약 3만 편의 글은 2016년 3대 사장인 실비아 휘트먼이 ‘내 마음의 넝마와 뼈의 책방’이라는 회고록으로 출간했다

p139 레 되 마고와 이웃한 카페 드 플로르는 1885년 시작했다 드 풀로르의 단골 명단은 어마어마하다. 생택쥐베리, 앙드로 말로, 피카소, 헤밍웨이, 기호학장인 롤랑 바르트, 대통령이 되기 전 미테랑도 있다. 영화배우 알랭 들롱이나 디자이너 라거펠트도 이곳을 좋아해 무시로 드나들었다.

p155 에든버러의 책방 중에는 조앤 롤링과 관계가 있는 곳은 없을까. 그럴리가! 로열 마일 남쪽의 주택가에 있는 에든버러 북숍에 종종 조앤 롤링이 나타나 책을 산다고 한다. 가디언은 “이런 책방이 바로 우리 동네에 있었으면 좋겠다”는 말로 이 책방의 진가를 명쾌하게 표현했다.

p184 글래드스턴 도서관은 영국에서 유일하게 잠자리를 제공하는 곳이다. 우리도 책방에서 운영하는 북스테이는 여럿 있다. 나 역시 해본 적 있지만, 도서관 스테이는 처음이었다. 방에는 텔레비전이 없고 대신 검박한 침대와 나무 책상이 있다.

p204 파리 사람들은 부키니스트가 없는 파리는 곤돌라가 없는 베네치아와 같다고 여긴다. 그런 프랑스 사람들이니 안전은 명분으로 몇백 년 동안 파리 중심부에 자리잡아온 부키니스트에게 내려진 올림픽 기간 폐쇄 명령을 가만히 보고 있을 리 없었다. 르 몽드에 곧장 실린 반박 칼럼의 첫 문장은 알베르 카뮈의 말로 시작한다. “문화를 타락시키는 모든 것은 노예의 길을 앞당긴다”

p223 긴 세월동안 블랙웰스를 사랑한 사람도 많다. 반지의 제왕을 쓴 톨킨은 블랙웰스에서 외상으로 책을 산 적이 있다. 그는 외상값을 시로 갚았다. 고블린 발이라는 톨킨의 첫 시는 이런 이유로 블랙웰스 출판사에서 발표됐다. 옥스퍼드 대학교수로 재직하며 반지의 제왕과 나니아 나라 이야기를 쓴 톨킨과 루이스를 기념하는 코너가 블랙웰스에 별도로 있다.

p237 문을 열고 들어가면 무척 넓은 메인홀에 입이 벌어진다. 네 벽에 손으로 짝 서가가 높이 서 있다. 서가가 높으면 독자는 책 속에 파묻힌 기분이 든다. 현실과 거리를 둔 은밀하고 비밀스러운 공간, 책들의 신전이다.

p251 기차역 말고 마터북스에는 유명한 게 또 있다. keep calm and carry on 이라고 쓴 포스터다. 우리말로는 침착하게 계속 나아가자 정도로 해석할 수 있겠다. 이 문구가 새겨진 머그잔이나 열쇠고리는 우리나라에서도 볼 수 있는데 그 시작이 이곳이다.

p267 서점 일기와 귀한 서점에 누추하신 분이를 읽어보면 손 비델의 위트를 느낄 수 있다. 영국 코미디를 보고 있는 듯하다. 가까운 동네책방 주인 중에 책방의 민낯을 약간은 시니컬하게 드러낸 서점 일기를 재미있게 읽었다는 이도 있었다.

p267 헤이온와이가 성공한 것은 왜일까. 헤이온와이에 가보기 전에는 특색 있는 책방들이 이루어내는 조화 덕분일 거라고 막연하게 생각했다. 막상 가보니 책도 책이지만 평온한 자연 환경이 한몫을 단단히 하고 있었다. 책을 읽으려면 여유가 필요하다. 바쁜 현대인에게 책 읽는 시간은 휴식과 같다. 아름다운 자연 아래 책방을 거니는 시간을 만끽하는 것. 그것이야말로 사람들이 이곳에 오는 이유가 아닐까

p288 P&G 웰스에는 못 갔지만, 상상의 나래 덕분에 새로운 제인 오스틴을 만났다. 200여 년 전 빅토리아 시대를 살았던 제인 오스틴의 작가의식은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제인 오스틴이 자신을 작가로 여겼다는 사실 자체가 놀라웠다. 그도 그럴 것이 제인 오스틴은 여성을 가정의 꽃 정도로 여겼던 빅토리아 시대를 살았고, 여성이 돈을 벌 수 있는 길이 없어 결혼이 필수인 시대를 살았다.

p304 이 책은 1791년 9월에 집필을 시작해 1792년 충분한 퇴고 없이 서둘러 출간되었다. 문법적 오류가 많고 완성도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많았다. 이런 지적에 대해 울스턴 크래프트는 이렇게 말했다. “시간이 좀 더 있었더라면 더 나은 책을 쓸 수 있었겠지만 상업적인 용도로 글을 쓰는 작가로서는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p317 당시 부모들은 어린이가 재미있는 이야기가 담긴 책을 읽으면 버릇없고 난폭해질 거라며 질색했다. 이 쓸데없는 걱정을 200년도 훨씬 더 지난 요즘 부모도 한다.

p335 정말로 대단한 건 따로 있다. 포터는 이렇게 벌어들인 돈으로 개발 위험에 처한 레이크 디스트릭트의 땅을 사들이고 이를 모두 내셔널 트러스트에 유증했다. 1943년 77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날때까지 사들인 토지는 농가 15채와 농장 20곳을 포함, 약 1,750만제곱미터, 530만 평이 이른다. 1,75만제곱미터란 얼마나 넓은 땅일까. 경기도 고양 일산 신도시가 1,551만 제곱미터다. 레이크 디스트릭트 국립공원으로 보호되는 지역은 모두 포터의 땅이라고 여겨도 된다. 이토록 넓은 땅을 개발위험으로부터 지켜낸 것이다. 그가 해 낸 일이 이렇게나 크고도 넓다

p339 성당에는 중요한 유물이 여럿 있다. 하나는 1217년 마그나카르타 사본이다. 또 1300년 경 만들어진 세계지도 마파문디도 남아있다. 할딩햄의 리처드라고 불리는 무명의 성직자가 송아지 가죽에 세계 지도를 새겼다. 우리가 지금 보는 세계지도와는 많이 다른, 그래서 중세 기독교인들이 세상을 어떻게 이해했는지 보여주는 귀중한 자료다.

p357 당시 서적상이 그렇듯 래킹턴 역시 출판을 겸했다. 1818년 래킹턴은 무명 작가 메리 셀리의 소설을 500부 정도 출판했다. 그 소설이 프랑켄슈타인이다. 뮤즈의 신전은 19세기 영국 출판업과 서적 유통업이 정점에 올랐음을 보여주는 신호다

p363 1812년 존 머레이 2세는 바이런의 장편 시집 차일드 헤럴드의 순례를 출간해 자신의 책방에 진열했는데, 단 5일만에 매진되었다. “자고 일어나니 유명해졌다”는 바이런의 말이 여기서 나왔다. 바이런은 뭇 여성에게 환호를 받았던 문학계 최초의 아이돌이자 우상이었다.

p381 구텐베르크는 인쇄술을 발명했지만 가난헤 허덕였다. 푸스트와 쇠퍼는 발명가는 아니지만 수완이 좋았고, 결정적으로 인쇄술 발명으로 생긴 사업 이익을 충분히 얻었다. 역사의 아이러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