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향문천의 한국어비사
작가 : 향문천
출판사 : 김영사
읽은기간 : 2024/09/23 -2024/09/27
매우매우 흥미로운 책을 읽었다. 사실 한번도 생각해보지 못했던 분야다.
한국어의 어원을 찾아본다라는 주제..
내용이 쉽지는 않다. 일단 매우 낯설다.
우리나라 언어와 일본, 거란, 중국, 여진의 언어를 비교하다니...
더구나 현대어도 아닌 고대 한국어를 찾기위해서...
단순히 발음이 비슷하니 이 단어가 이 단어에 영향을 받았다는 수준이 아니라 음운의 규칙성과 문화교류에 따른 음원 변화를 고려하여 찾아가는 길이라 더더욱 어려웠다.
더구나 거란어까지 한국어의 영향을 주었다는게 신기할 따름..
사실 옆에 있는 나라들인데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는게 더 이상할 수 있겠다.
전혀 생각해보지 않았던 영역이다보니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고, 따라가기 어려운 부분도 많았다.
역사란 정말 다양한 흥미를 끄는 분야다.
p32 고려는 신라가 아닌 고구려를 계승한 국가였기 때문에, 고려 시대에 확립된 한국어의 뿌리는 어쩌면 고구려어에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p43 한국어 계통론에 대한 국어학계의 전통적인 통설은 고구려어, 백제 귀족어를 부여계 언어로, 신라어, 백제 대중어를 한계 언어로 분류하는 것입니다
p54 백제가 고대 일본에 미친 문화적 영향을 잘 알려진 그대로이며, 고대 일본어가 백제어로부터 많은 어휘를 차용한 것 또한 맞습니다. 하지만 차용어는 계통적 동원어가 될 수 없습니다. 동원어는 친족 언어들 사이에서 태생적으로 가지고 있는 단어들의 집합입니다. 하지만 차용어는 원래는 없던 단어를 어느 시점에 다른 언어에서 받아들이면서 발생합니다.
p75 고대 일보넝의 위와 거란어의 우이는 무척이나 닮았습니다. 그리고 각각의 언어와 천연 관계에 있는 다른 언어에서는 이 단어가 나타나지 않습니다. 이는 곧 위와 우이가 고유어가 아니라 차용어임을 시사하며, 실제로 고대 일본어와 거란어의 사용 지역은 모두 한반도와 가까워 고대 한국어와 언어 접촉이 일어나기 쉬운 지역이었습니다.
p85 고구려의 지배를 받았던 거란인의 언어는 고대 한국어와 오랜 기간 접촉했지만, 한국어족에서 유래한 불교 관련 단어가 나타나지 않습니다. 이는 거란인이 한반도가 아닌 대륙을 경유해 불교 문화를 수용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p89 한국어족 집단은 역사적으로 숙신, 읍루, 물길, 말갈, 여진, 만주로 이어지는 한반도 인근의 퉁구스어족 세력 및 선비, 거란, 몽골 등의 선비, 몽골어족 세력과 오랜 세월 상호 언어적 영향을 주고받는 관계에 있었습니다.
p120 한국어족은 일본어족으로부터 자연과 농경에 관한 어휘를 차용했습니다. 반면 일본어족은 한국어족으로부터 기술과 문명에 관한 어휘를 차용했습니다. 이처럼 언어 접촉에 의한 영향은 쌍방향으로 발생합니다.
p143 조선의 대외전략은 큰 나라를 섬기고 이웃 나라와 화친하는 사대교린이었기에, 외국어 교육은 중대한 국책 사업이었습니다.
p148 노걸대는 몽골어, 만주어, 그리고 현전하지는 않지만 일본어로도 번역해, 흡사 전근대 동양의 로제타석이라고 불러도무방할 정도로 학술 연구에 큰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p169 이사금은 자비로운 지배자라는 뜻이었지만, 앞서 설명한 [네세] > [노세] “자비롭다”의 음운 변화에 따라 이러한 어원 의식이 상실되었고, 대신에 발음이 같은 “이의 금”을 통해 ‘이사금’의 의미를 설명하려고 한 것입니다. 한편 일부 학자는 이사금을 현대 한국어의 임금과 관련 짓곤 하는데 ㅅ이 ㅁ으로 변화할 개연성이나 동기가 전혀 없으므로 둘은 별개의 단어로 보는 것이 옳습니다.
p175 이란국립박물관장을 역임했던 역사학자 다르유시 아크바르지데가 페르시아의 대서사시에서 극적으로 발견한 신라, 페르시아 해상 교류의 증거는 한국을 떠들석하게 했습니다. 설화상의 인물인 아비틴 왕자가 중국을 거쳐 신라로 망명한 내용을 담고 있는 영웅 서사시 쿠시나메에는 베실라라는 섬나라가 등장하는데, 베실라 왕 태후르, 왕자 카람, 공주 프라랑이 주요 인물로 등장합니다.
p266 중국에는 소비자들에게 조금이라도 더 좋은 인상을 남기기 위해 ㅇㅇ리하게 음역된 기업명이 정말로 많습니다. 가구를 제조하고 판매하는 스웨덴 기업 이케아는 “가정이 화목하다”는 뜻의 이자로, 프랑스의 소매 기업 까르푸는 “집이 즐겁고 복스럽다”는 뜻의 자러푸로, 대한민국의 소주 브랜드 처음처럼은 “처음 마시는 첫 즐거움”이라는 뜻의 “추인추러”로 음역되었습니다.
p278 중화요리 이름에서 보이는 현대 중국어의 ao와 ai가 한국어의 ㅗ와 ㅐ에 대응되는 것이 흥미롭습니다. 이는 중국을 통해 한반도 북부를 거쳐 들어온 성경 속 고유명서 파라오와 시나이산이 한국어 성경에서 바로와 시내산으로 옮겨지는 원인이 되었습니다
p293 우리가 문학 작품에서 접하는 관용구, 신문과 텔레비전에서 날마다 접하는 굳은 표현들 가운데 어느 것이 한국어 고유의 것이고 어느 것이 일본어의 표현을 빌려온 것인지 가려내기란 문자언어로 된 정보가 모든 방면에서 흘러넘치는 이 시대의 일반 언중에게는 불가능한 일입니다
p302 이것 말고도 일본어의 영향을 받기 전의 전통 한자어 혹은 한국어 고유의 신어가 많이 기록되었습니다. 이들이 한국어에서 더 이상 사용되지 않게 된 것은 단순히 아쉽다는 감상으로 끝날 만한 사건이 아닙니다. 한국어가 품고 있는 옛 전통과의 단절을 통렬히 실감하게 해주는 역사언어학적 증거인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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