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여행의 이유
작가 : 김영하
번역 :
출판사 : 문학동네
읽은날 : 2020/05/29 - 2020/06/03
알쓸신잡에서 봤는데 말도 잘하고 참 재미있는 양반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방송에서 보는 것과 달리 무서운 소설만 쓴다고 해서 소설을 읽어본 적이 없다.
산문은 무섭지 않고 저자의 재미있는 글빨이 묻어나서 좋았다.
첫 장면에서 중국 추방장면부터 나오니 몰입이 금방 되었다. 이런 시기에 중국 추방이라니...
공부도 나름 잘했던 사람이 학교 다니면서는 학생운동, 학교 졸업후에는 글쓴다고 하면서 여행이나 다니고 했으니 부모님 속좀 썩였을 듯...
그 경험과 내공이 모여 지금의 작가를 만들지 않았나싶다.
공부 열심히 해서 좋은 대학 들어가고, 좋은 직장 취업해서 결혼하고 강남에 부동산 사서 돈 많이 버는 그런 테크트리를 타지 않아도 되는 사례여서 좋다.
물론 이런 사람이 한명 있으면 그렇게 하려다가 낙오된 99명이 있겠지...
나도 내 인생의 후반전은 지금보다 더 즐겁게 내가 원하는 모습으로 살아야지라는 생각을 하게 한다.
이런 생각을 하게 하는게 결국 여행의 이유 아닐까?
P16 여행이 너무 순조로우면 나중에 쓸 게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어느 나라를 가든 식당에서 메뉴를 고를 때 너무 고심하지 않는 편이다
P18 자기 여행을 소재로 뭔가를 쓰고 싶다면 밑에서부터 주문해조는 게 좋을 것이다. 때론 동행 중에서 따라 시키는 사람이 생기고, 그 인상적인 실패 경험에 대해 두고두고 이야기하게 될 것이고 누군가는 그걸 글로 쓸 것이다
P21 추구의 플롯에 따라 잘 쓰인 이야기는 주인공이 외면적으로 추구하는 목표가 아니라 내면적으로 간절히 원하던 것을 달성하도록 하고, 그런 이야기가 관객에게도 깊은 만족감을 준다
P35 여행하지 않는 사람은 편안한 믿음 속에서 안온하게 살아갈 수 있다. 그러나 여행을 떠난 이상, 여행자는 눈앞에 나타나는 현실에 맞춰 믿음을 바꿔가게 된다
P47 푸동공항에서 추방되던 그 순간에 나는 자연스럽게 처음 상하이에 도착했던 스물세 살 무렵을 떠올렸고, 그때로부터 얼마나 많은 것이 변했는가를 생각했고, 몇몇 기업가와 정치가가 구상했던 그 우스꽝스런 사회주의 제대로 알기 패키지여행이, 어떻게 그들이 전혀 생각하지 못한 방식으로 내 인생을 바꾸었는지를 생각하고 있었다
P49 멀미란 눈으로 보는 것과 몸이 느끼는 것이 다를 때 오는 불일치 때문에 발생한다고 한다
P57 모든 인간은 다 다르며, 자세히 들여다보면 어딘가 조금씩은 다 이상하다. 작가로 산다는 것은 바로 그 다름과 이상함을 끝까지 추적해 생생한 캐릭터로 만드는 것이다
P67 자기가 번 돈으로 청약저축 한 번 부어보지 않은 사람에게 그런 충고를 들었을 때도 나는 여행을 떠나고 싶었다
P77 발상은 무게가 없다. 지혜도 그렇다. 기술도 마찬가지. 그래서 이런 무형의 자산을 가진 사람은 어딘가에 붙들려 있을 필요가 없다. 자신을 필요로 하는 이들이 있는 곳으로 이동하는 것이 먹고 살기에도 유리했다
P80 영감을 얻기 위해서 혹은 글을 쓰기 위해서 여행을 떠나지는 않는다. 여행은 오히려 그것들과 멀어지기 위해 떠나는 것이다.
P86 여전히 사람들은 굳이 옷을 차려입고 밖으로 나가 공기도 별로 좋지 않은 극장까지 가서 옆자리 사람의 팝콘 씹는 소리를 견디면서 영화를 보고 있다
P88 그들이 사냥감을 마침내 잡게 되는 것은 누군가 활을 잘 쏴서도 아니고, 창을 잘 던져서도 아니다. 영양은 탈진하여 무릎을 꿇고 주저앉는다.
P99 다른 사람과 동행하고 싶으면 하고, 혼자 가고 싶으면 가고, 마음대로 하라는 것이었다. 정해진 시간에 저녁식사 자리로 돌아오기만 하면 되는 것이었다. 우리는 사파리에 풀어놓은 별로 위험하지 않은 동물인 셈이다
P103 사람들은 거울을 볼 때 무의식적으로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각도로 얼굴을 돌린다고 한다. 그래서 무방비 상태에서 찍힌 스냅사진을 볼 때 그게 자기 모습이 아니라고 여기게 된다고 한다.
P104 분명 함께 여행을 갔는데도 저녁식사 자리에서 가장 많이 하게 되는 것은 다른 출연자의 여행이야기를 듣는 것이다
P106 아주 드물게 출연자는 자기도 모르게 성 안에 들어와 있지만 자신은 그걸 알지 못할 수 있다. 아니, 제작진 그 누구도 그 순간에는 알지 못한다
P109 '아무개 피디라면 믿을 수 있어'라는 말을 나는 자주 들었다. 르네상스 이전의 인간들을 지배하던 태도, 다시 말해 절대적 믿음으로 회귀하는 것이다
P109 내가 여행을 정말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는 과거에 대한 후회와 미래에 대한 불안, 우리의 현재를 위협하는 이 어두운 두 그림자로부터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P117 한 층에 간접경험을 쌓고 그 위에 직접 경험을 얹고 그 위에 다시 다른 누군가의 간접경험을 추가한다. 내가 직접 경험한 여행에 비여행, 탈여행이 모두 더해져 비로소 하나의 여행 경험이 완성되는 것이다
P129 평소에는 있는지 없는지조차 신경쓰지 않는 것들, 그러나 잃고 나면 매우 고통스러워지는 것들. 그 그림자를 소중히 여겨라. 하지만 만약 그것을 잃었다면, 그리고 회복하기 위해 영혼까지 팔아야 한다면, 남은 운명을 방랑자가 되는 것뿐이다
P141 이런 환대는 정말 고맙지만 드물지는 않았다. 환대의 관점에서 지난 여행들을 돌아보면, 곳곳에서 많은 사람들이 불쑥 튀어나와 아무 대가 없이 도움을 주었다
P147 환대는 이렇게 순환하면서 세상을 좀더 나은 곳으로 만들고 그럴 때 진정한 가치가 있다.
P155 그는 '여행은 여행자가 외부 세계에 감행하는 습격이며, 여행자는 언젠가 노획물을 잔뜩 짊어지고 집으로 돌아가는 약탈자다'라고 덧붙인다
P164 오히려 여행자에게 너무 큰 관심을 갖는 현지인이 있다면 조심해야 한다. 그들에게 필요한 무언가를 갖고 있다는 뜻이고, 그 필요가 너무 절박하면 그들은 폭력을 써서라도 강탈하려 할 것이다.
P180 나이가 들면서, 점점 더 사회적으로 나에게 부여된 정체성이 때로 감옥처럼 느껴지는 순간이 많아지면서, 여행은 내가 누구인지를 확인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내가 누구인지를 잠시 잊어버리러 떠나는 것이 되어가고 있다
P181 여행자 오디세우스를 위험에 빠뜨린 것은 그의 허영심이었다. 그를 위험에서 구한 것은 스스로를 노바디로 낮춘 덕분이었다.
P190 아들의 고생담을 들은 족장은 동정은 커녕 크게 탄식했다. 아니, 영국까지 가서 도대체 뭘 배우고 왔단 말인가?
P199 현실은 줄거리가 없다. 어떤 일들이 불쑥불쑥 일어난다. 때로 우리의 통제력을 벗어난다.
P204 소설은 재미있는 일들을 집어넣는 게 아니라 무의미한 사건들을 배제하면서 쓰인다.
P212 인간보다 수명이 훨씬 짧은 개와 고양이를 반려라고 생각하면 너무 애닲다. 무슨 반려들이 이토록 자주, 먼저 떠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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