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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후감/2020_독후감

[2020-26] 시를 잊은 그대에게

by 반란을_꿈꾸며 2020. 6. 3.

제목 : 시를 잊은 그대에게

작가 : 정재찬

번역 : 

출판사 : 휴머니스트

읽은날 : 2020/05/22 - 2020/06/03

 

내가 어릴 때 밤을 잊은 그대에게라는 라디오 프로그램이 있었다.

AM에서 하던 프로였는데 내가 좋아하던 가요와 팝송이 많이 나왔고, 진행자들의 멘트도 재미있어서 즐겨듣곤 했었다. 

정말 밤깊어가는 줄 모르고 듣다가 엄마에게 혼도 많이 나고 라디오도 뺏기곤 했었다. 

그 프로가 생각나게 하는 책의 제목...

오래전부터 읽고 싶었는데 기회가 안되다가 우연히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시에 대해서 경기를 일으킬만큼 싫어하는 내가 시를 읽어보고 싶게 만드는 책이다. 

나는 처음 접하는 책인데 저자는 당연하게 알고 있으리라고 이야기한다. 나는 시의 초보가 아니라 시작도 못한 사람인가보다. ㅜㅜ

뭔가 있을것처럼 이단어 저단어 엮으면 시가 되는 줄 아는 나에게 단어와 연이 어떻게 맺어지고 그 안에 숨겨진 뜻이 무엇인지 읽어주는데 그 풀이가 쏠쏠하게 재미있다. 

여행지에서 이런 책 한 권 들고 호숫가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읽는다면 얼마나 좋을까...

 

P5 의술, 법률, 사업, 기술, 이 모두 고귀한 일이고 생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것이지만, 시, 아름다움, 낭만, 사랑, 이런 것이야말로 우리가 살아가는 목적이라고. 

P20 그는 몰랐다라는 표현은 결국 이제는 안다란 뜻이 되기 때문이다 

P23 그런 의미에서 보면, 신경림의 <갈대> 읽고 가슴 한편이 퀭해지는 것도 인간적인 진실이요, 그 비애를 넉넉히 받아들이며 관조하게 되는 것 역시 인간다운 모습일 것이다 

P25 그러기에 1970~1980년대의 민중시는 물론 1960년대 김수영 같은 시인의 참여시조차도 교과서에 소개될 수 없던 그 시절, 보란 듯이 이 시가 중학교 국정 교과서에 실리게 되었을 때-중학생이 읽기에 무리가 아닐까 하는 염려는 있었지만- 나로서는 적잖은 감격과 흥분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P26 이 시의 주제는 가난한 이 혹은 노동자로 하여금 인간적인 삶을 포기하게 만드는, 우리 현실에 대한 분노와 자조라고 말하는 편이 에누리 없는 진실이라 할 것이다 

P28 가난하기 때문에 이 모든 것을 체념하고 포기해야 한다는 것을. 그것은 초연이나 초월, 초탈과는 거리가 멀다. 다만 익숙할 뿐이다 

P40 남녀가 아무도 없는 산속에서 밤을 지새우는데 별 사건이 없었다는 것. 그것이야말로 소설이 이루는 사건인 것이다 

P54 그런데도 왜 하늘의 별을 바라보는 걸까. 외롭기 때문이다. 외로운 자들은 하늘을 본다. 거기서 그들은 별을 만나고 대화를 하며 위로를 구한다 

P65 매화는 질 때, 꽃송이가 떨어지지 않고 꽃잎 한 개 한 개가 낱낱이 바람에 날려 산화한다. 매화는 바람에 불려가서 소멸하는 시간의 모습으로 꽃보라가 되어 사라진다 

P70 작별 앞에서 구름에 달처럼 지내는 것, 그러한 초월과 달관은 인간적이지 ㅇ낳다고, 적어도 청춘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일이라고 시인은 항변한다 

P78 "꽃이 지기로서니 바람을 탓하랴" 그러면서도 주렴 밖에 성긴 별 사라지도록 밤을 새우는 것이 시인의 마음이다. 

P90 배고픈 이에게 배고픔도 나중에 추억이 되리라는 말이야말로 물정 모르는 이의 잔인하고 무책임한 말이다 

P92 슬픔을 아는 자는 정녕 복이 있도다. 슬픔은 슬픔을 고칠 줄 알게 해 주는 힘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 공감의 능력이 사라진 사회는 죽은지도 모르고 있는 이미 죽은 사회다 

P110 황동규는 1938년 평안남도에서, 본인은 이렇게 불리길 좋아하지 않지만, 소설가 황순원 선생의 아들로 태어났다. 

P113 시를 자기 것으로 삼는 데 응원을 하면 했지 말릴 수는 없지만, 그래도 이 시는 짝사랑에 더 잘 어울리는, 수줍고 소박하고 자신 없으면서도 동시에 그렇게 비치고 싶지만은 않은, 자신의 사랑과 능력도 드러내 보이고 싶고 기회를 얻고자 눈길도 끌고 싶은, 짝사랑을 고백하는 이의 이중적인 마음에 어울리는 노래인 것이다 

P134 기다려본 적이 있는 사람은 안다. 세상에서 기다리는 일처럼 가슴 에리는 일 있을까 

P142 그 갈등과 긴장의 결과가 '다 못 찬 굴 바구니'로 표상된다. 타협은 절묘했다. 다 채워도 안 되고 텅 비어도 아니 되는 것. 아니, 다 채워야 하지만, 엄마는 게서 멈추었다 

P148 오해도 오해려니와 더욱 억울한 것이 초록저고리 다홍치마로 겨우 귀밑머리만 풀리운 신세인데 그래도 혼인한 몸이 되어버렸으니 장차 이를 어이한단 말인가. 제 손으로 벗을 수도 없고 남의 손을 탈 수도 없다. 그녀로선 초록저고리 다홍치마로 그저 신랑만을 고스란히 기다릴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p153 든 기다림은 결국 시간과 변화의 문제다. 어린왕자 여우의 말이 기억나는가? 기다림이란 오늘 하루를 다른 날과 다르게 만드는 일이다 

P162 젊은 날 이들은 '아무도 귀 기울이지 않는 노래'를,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노래'를, '돈을 받지 않고 부르는 노래'를 불렀고 그것은 하늘로 올라가 '별똥별'이 되어 다시 떨어졌다 

P164 이건 다소 억울한 일이다. 학교에서도 보면, 어느 날 지각생이 많으면 아직 오지 않은 이들은 놔두고 일찍 온 애먼 사람들만 정신 상태가 나태해졌다고 혼나는 경우가 있듯이, 포커 치고 춤추러 간 무리들은 잘도 살건만 그나마 순수한 마음을 유지한 이 소시민들만 도리어 양심의 가책을 받게 되는 꼴이 아니겠는가 

P178 냉정한 것은 두찬이가 아니다. 실은 두찬이처럼 생존 자체가 절박한 문제였던 월남민의 현실을 있는 그대로 그려 내려는 이 작가야말로 냉정한 사람이다 

P185 어른이 된다는 것은 노래를 잃어버리는 것과 같다. 그래서 <희미한 옛사랑의 그림자>든 <탈향>이든 현실은 우리에게서 노래를 박탈해 가고 그것을 성장이라 이름하는 것이다 

P189 언제나 그렇듯 '못난 놈들만' 고향의 옛 시절이 그리울 뿐이다 

P198 빼앗긴 유년, 빼앗긴 자신의 삶, 그것이 문학에 대한 열정으로 치달아야 마땅할 터인데도, 그는 짧은 생애에 당대 그 어느 시인보다 다작을 하면서도 손에서 생업을 놓은 적이 없다 

P201 특히 <산유화>의 '저만치'라는 시어처럼 김소월의 마음을 잘 표현한 시어도 드물다. 그는 늘 자신이 추구하고 욕망하는 대상으로부터 '저만치' 떨어져 있다 

P218 부를 수만 있다면 듣는 내가 오히려 한 옥타브 더 올려 가슴 터지게 후렴구를 불러 보고 싶은데 정작 가수는 절규에까지 이르지는 않는 수위에서 어쩌란 말이냐는 말만 반복한다 

P228 오면 민망하고 아니 오면 서글프고 행여나 그 음성 귀 기우려 기다리며 때로는 종일을 두고 바라기도 하니라 

P230 그것은 바로 이 두 구 사이의 한 줄, 곧 "오늘도 나는 너에게 편지를 쓰나니"라는 대목. 하루가 멀다 하고 편지를 보낸 그 정도의 정성과 사랑을 바친 이에게만 그 경구와 헌사가 합당하다는 사실을 말이다 

P231 세상을 뜰 때까지 청마는 거의 하루도 빠지지 않고 20년 동안 정운에게 편지를 보냈다.  

P238 '멜로디를 내 힘으로 붙일 수 있으면 나의 민요풍 시들이 지금보다 훨씬 더 멋질 것이다. 그러나 확신컨대, 나의 시어에서 음률을 찾아 그것을 내게 되돌려 줄, 나와 비슷한 영혼을 가진 사람이 분명히 있을 것이다" 그 사람이 바로 슈베르트였다 

P253 그는 중앙정보부에서 석 달, 교도소에서 석 달씩 갇힌 채 모진 고문을 받아야 했다. 비록 그해 12월에 집행유예로 풀려나긴 했지만 그의 심신은 이미 정상 상태가 아니었다 

P253 누가 그의 얼굴에 그토록 찌그러진 주름살을 덧입히고 그의 눈에서 광채를 빼앗아 갔던가? 그런데 바로 그가 그러한 자신의 생애를 아름다웠노라고 아름다웠던 소풍이라고 노래하고 있는 것이다.  

P256 논다는 것은 무엇인가? 아무런 실용적 목적도 없이 즐김 그 자체가 목적이 되는 행위가 아닌가? 

P264 세계 미술 전집을 구하며, 거기 침몰하는 듯하여 나는 급속히 회화의 바다에 표류하기 시작했다. 시집보다 화집이 책상 위에 쌓이기 시작했고, 내 정신세계의 새로운 영양은 이렇게 해서 이루어진 것과 같다 

P267  우리 누구나 경험해 보았듯이 밤눈은 눈치도 못 채고 있다가 무심코 창밖을 보거나 방을 나서야 알 때가 많다 

P270 눈 내리는 밤은 '머언 곳에 여인의 옷 벗는 소리'가 들릴 정도로 고요하거나, 눈 내릴 때 나는 소리는 '머언 곳에 여인의 옷 벗는 소리'처럼 거의 소리가 나지 않는다는 뜻 둘 중 하나가 될 것이다. 그 어느 쪽이든 설야는 고요하고 적막하다 

P284 축제는 소란스럽고 시끄러워야 제격이다. 축제답게 서로 자기의 목소리를 높이고, 동시에 다양한 이야기를 흥미있게 듣고 전하는 생동감이 있어야 하는 것이다. 그러려면 무엇보다 하나의 목소리가 전체를 제압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 

P289 시인들은 제각각 대상을 바라본다. 소재가 개성적인 시는 드물다. 같은 소재라도 그것을 바라보는 시인의 시각과 그것을 표현하는 언어가 개성적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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