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공부란 무엇인가
작가 : 김영민
번역 :
출판사 : 어크로스
읽은날 : 2020/11/09 - 2020/11/13
추석이란 무엇인가?라는 제목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공감을 줬던 김영민 교수님의 책.
이번에는 공부란 무엇인가?라고 묻는다.
대학교 저학년 학생들이 읽으면 좋겠다. 대학교 교수님이라 그런지 대학교 학생들이 공부하고 리포트쓸 때 필요한 마음가짐과 준비자세가 많이 나온다.
나는 대학때 이런 마인드로 공부를 했었나 싶다.
우리 엄마가 맨날 나보고 놀고먹는 대학생이라고 이야기했던게 생각이 난다.
수업 열심히 듣고 교과서와 레퍼런스 열심히 읽고 노트필기 달달 외우면 학점이 잘 나왔다. 그런데도 시간은 많이 남았다.
남는 시간을 주체할 수 없어 고전음악 감상실에서 맨날 음악들으며 학창시절을 보냈다.
나야 열심히 놀면서 후회없는 대학생활을 보냈지만 공부를 좀 더 열심히 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외우기만 하는 공부가 아니라 스스로 찾아서 하는 공부, 남들과 토론하며 자신의 지성을 날카롭게 벼리는 공부를 하고 싶다면 이 책을 읽으며 방법론을 찾아보는게 좋을듯 싶다.
이 책을 읽다보면 냉담한 것 같기도 하고, 시니컬한 것 같기도 한 김영민 교수님 특유의 문체에 중독되기도 한다. ^^
재미있었다.
P13 오스카 와일드는 "우리는 모두 시궁창에서 살아가고 있지만, 그 와중에도 몇몇은 별빛을 바라볼 줄 안다"고 말한 적이 있다
P40 세상에 대해 논술문을 쓰기 위해서는 정교하게 정의한 개념과 분석적 논리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외부 세계에 대한 충분한 경험적 지식이 필요하다
P42 그보다는 모순적으로 보이는 대상에 관심이 있다고. 철저한 독립운동가나 친일파보다는 양쪽을 우왕좌왕했던 인간. 지주나 소작농보다는 그들 사이를 부지런히 오가야만 했던 마름.
P46 시인은 독자가 모호한 뜻을 스스로 알아차려주기를 바라지, 나서서 설명하려 들지 않는다
P79 그렇지만 개인의 주관적인 소망과 객관적인 평가 결과가 반드시 일치하리라는 법은 없습니다
P84 자신의 독특한 경험에 맞는 섬세한 언어로 자신의 경험을 포착하지 않는 한, 그 경험은 사라지고, 그만큼 자신의 삶도 망실된다
P87 현실적으로 무슨 이득을 가져다주는지 언뜻 불분명한 일들에 성심껏 종사하는 이들에게는 자기 통제력을 놓지 않은 파계승 같은 '간지'가 감돈다
P95 헛소리를 믿는 사람이 아무리 많아도 그것은 여전히 헛소리라고.
P101 체력이 부족한 사람은 팔과 다리를 몸통에 붙이고 있기 위해서만도 안간힘을 써야 한다.
P103 공부에 있어 이처럼 체력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고, 나는 아놀드 슈왈츠제네거나 실베스타 스텔론 같은 근육 덩어리를 볼 때마다,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 없다. 저들이야말로 학문에 적합한 인재인데
P109 내 경우, 미국에 도착하고서야 미국 사람들이 내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영어를 잘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P120 그래서 80대의 우스키 상에게 물었다. 산다는 것은 좋지 않은 일입니까? 우스키 상이 대답했다. 좋은 일도 있습니다.
P133 생각을 하나만 해서는 창의적이 될 수 없다. 여러 가지 잡다한 생각을 해야 한다
P137 그곳이 험지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 유익하고 재미있는 강의는 대개 많은 과제가 따르고, 흥미롭고 탄성을 자아내는 환경은 위험하기 마련이며, 창의적인 사람은 예민하거나 괴짜인 경우가 수두룩하다
P140 책은 사회와 자아의 중간에 있다. 사회로부터 도망치기 위해서 독서에 몰입할 수도 있고, 자아로부터 달아나기 위해서 책을 읽을 수도 있다
P142 책 읽기보다 훨씬 더 좋을 게 있어요. 읽은 책을 다시 읽는 것인데, 이미 읽었기 때문에 더 깊이 들어갈 수 있고, 더 풍요롭게 읽을 수 있습니다
P159 잘 정리되어 적절히 배치되지 않은 자료는 아직 묻힌 상태의 자료라는 사실이다. 간혹 귀중한 사료가 발견되었다는 언론 보도가 있을 때 보면, 해당 사료가 발견된 곳이 박물관이나 도서관 수장고인 경우가 종종 있다
P175 "사생아가 비천하다고? 사생아는 자연스럽게 불타는 성욕을 만족시키다가 생겨난 존재이니, 지겹고 따분한 침대에서 의무 삼아 잉태된 정실 자식들보다는 낫지!"
P177 성균관대 신소재공학부의 원병묵 교수는 티라노사우루스가 파충류보다 조류와 가깝다는 사실을 입증해내고 말았던 것이다
P183 이미 졸고 있는 이들보다 어려운 상대는, 적극적으로 경청하지 않겠다는 결기를 가진 청중, 혹은 매의 눈으로 글을 읽어 기어이 흠집을 잡아내고야 말겠다는 앙심을 품은 독자다
P192 제도화된 하계에서 프로포절을 쓸 때는, 관련된 기존 학술 담론과 자신의 연구 프로젝트의 관계를 명료히 해야 한다
P199 나이, 학력, 성별, 출신 지역, 인생관, 교육 배경, 혈압, 혈당, 성질머리 등 어느 한구석도 동질성을 찾기 어려운 사람들이 신랑 신부를 축하한다는 명분하에 그 자리에 모여 있는 것이다
P203 논문에서는, '양자가 조화롭게 섞인다'와 같은 표현보다는 '양립 가능하다'와 같은 표현이 대개 해상도가 높다. 표현의 해상도를 알아보는 방법 중에는, 머릿속에서 그 표현을 여러가지 외국어로 시험 삼아 번역해보는 것도 있다
P209 예리한 비판을 제기해야할 순간에 불필요한 공격성을 드러낸다면, 그것은 미성숙의 표지일 뿐이다.
P211 상대의 주장에서 강점을 영 찾을 수 없으면, 이토록 형편없는 주장을 공개적으로 발표하는 용기 자체를 칭찬하면 된다
P214 활자화된 주장은 똑똑함이나 멍청함을 대대로 홍보하는 최고의 수단이니, 언젠가는 자신의 똑똑함이나 멍청함을 제대로 이해해줄 사람이 나타날 것이다
P217 김소연 시인은 언젠가, "저는 언젠가 수정하더라도 항상 견해를 가지려고 노력합니다"라고 한 적이 있는데, 그런 태도가 토론 참여자에게 필요하다
P234 핵심주장을 파악하고, 그 주장을 세부적으로 구성하는 하위주장들을 판별해내고, 그 주장들의 관계를 살피고, 그 주장들이 타당한 근거를 가지고 있는지까지 고려해서 요약을 한다면, 그것은 이미 단순한 요약을 넘어선 것이다. 발제를 위해 필요한 것은 단순 요약이 아니라 이처럼 분석적인 요약이다
P236 발제는 크게 분석적 요약, 해석, 문제의 제기로 이루어진다
P240 이처럼 세미나는 자신을 설득하기 위한 논리를 만들고, 그것을 정련된 언어로 표현하여 타인을 설득하고 또 설득당하는 맹렬한 지성의 교류 현장이다
P252 강의는 서로 얘기를 나누고 헛소리도 하고, 의도하지 않은 엉뚱한 얘기로 번지는 과정에서 더 배우는 면이 있지 않나.
P264 산악인 존 크라카우어는 어떤 바보라도 정상에 오를 수 있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살아서 돌아가는 것이라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P267 무슨 수를 써더라도 여행하고 빈둥거리며, 세계의 미래와 과거를 성찰하고 책을 읽고 공상에 잠기며, 길거리를 배회하고, 사고의 낚싯줄을 강속에 깊이 담글 수 있기에 충분한 돈을 여러분 스스로 소유하게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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