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진짜 프랑스는 시골에 있다
작가 : 문정훈
출판사 : 상상
읽은날 : 2021/04/25 - 2021/05/02
제목에 동의한다.
프랑스의 진정한 멋은 파리에 있지 않고 액상프로방스나 아비뇽같은 곳에 있다.
액상 프로방스 근방의 시골 투어를 다니면서 프랑스가 정말 아름다운 곳이라는 걸 알게 됐다.
아쉬운 건 그렇게 아름다운 곳에서 편안하게 밥을 먹거나 와인을 마시지 못했다는 것.
그런데 이 책의 저자가 내가 해보고 싶은 여행을 했다. 부럽다!!
이 책은 아비뇽보다도 작은 시골 소도시의 음식과 와인 이야기다.
자동차를 렌트해 천천히 돌아다니며 시골 식당에 들러 와인과 음식을 먹으며 시골의 정취를 느끼는 것.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여행의 맛 아닐까?
언젠가 나도 이런 슬로우 여행을 할 날이 오겠지?
올해의 책에 뽑을만한 책이다.
p26 포도밭을 둘러볼 때에는 나무에 매달려 있는 포도 열매를 주로 보게 되는데, 앞으로 포도밭을 가게 된다면 나무 아래에 있는 땅을 제대로 관찰할 것을 추천한다. 시골 여행의 백미다
p34 이 바윗덩어리 인근에 있는 작은 네 마을이 모여서 만든 와인에 표기하는 지역 명칭이다. 와인병의 라벨에 푸이-퓌세라는 단어가 보이면(물론 프랑스어로 쓰여 있다) 솔뤼트레의 바위로부터 영향을 받은 와인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p44 이 지역에 존재하는 최고 궁합의 음료가 바로 와인인 것이다. 부르고뉴에서 와인은 김치이자 주스다. 부르고뉴의 음식은 부르고뉴의 피노 누아 품종의 포도로 담근 루비빛 와인과 함께 먹을 때 그 맛이 가장 화사하고 아름답다
p46 학창시절 내가 쓰고 있던 논문의 주요 논리들을 연결해줄 만한 거인의 어깨를 기가 막히가 잘 찾아내는 것으로 동료 학생들로부터 부러움을 샀는데, 그 재능이 이제는 식당 찾는 쪽으로 발전했다. 이제야 정말로 쓸모 있어진 재능이랄까
p55 부르고뉴의 웬만한 와인 산지는 보나 마을에서 다 1시간 반 이내에 있다. 점심 식사 후에 다른 마을을 둘러보는 것도 좋다
p63 뛰어난 요리사이자 소믈리에인 블랑은, 어렸을 때 동네에서 기르던 브레스 토종닭이 정체 모를 닭에 의해 대체되어 사라지는 것을 보고 참을 수 없는 분노를 느꼈다고 한다. 그때의 분노를 근간으로 조르주 블랑은 한 단계 더 나아가 프랑스 브레스 토종닭 생산자협회의 협회장이 된 것이다
p65 천재 셰프 조르주 블랑도 뻑뻑해지는 닭가슴살에 대해서 고민하고 있다. 바꾸어 말하자면, 이 세상에 원래 뻑뻑한 닭가슴살만 존재한다는 것이다
p74 대부분의 식당에선 두세 개만 고를 수 있다는 대답이 돌아오곤 한다. 물론 20여 종을 다 골라 먹는 진상 손님은 거의 없겠지만, 치즈를 많이 고르는 손님은 자연스레 와인을 한 병 더 주문하게 된다.
p79 내가 들은 도미니크 아저씨의 영어 단어 중 명사는 닭과 와인이, 동사는 먹자와 마시자 이 2개였고, 실은 이것만으로도 충분했다
p87 조르주 블랑과 도미니크 아저씨네 농장에서 영감을 받아서 신 셰프도 자기네 업장에서 토종닭 요리를 팔고 있으니 궁금하신 분은 신 셰프네 레스토랑으로 가보시길..
p89 유럽의 오래된 도시의 길바닥엔 매끄럽지 않은 돌길이 많은데, 프랑스의 이런 울퉁불퉁하고 삐쭉빼쭉한 돌 박음은 독일의 관점(완벽하게 평평하고, 단 1mm의 오차도 없이 돌을 일렬로 줄 세우는)에서는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수준이다
p99 몰수한 포도밭을 여러 개로 쪼개어 지역의 농부들에게 경매로 팔았다. 그렇게 포도밭을 확보하게 된 부르고뉴의 농부들은 대대로 포도 농사를 지으며 이 포도밭을 자손들에게 물려주었고, 지금도 그렇게 이어지고 있다
p101 부르고뉴의 등급체계에 따르면, 부르고뉴의 모든 포도밭은 4개의 등급으로 나뉜다. 1등급인 그랑 크뤼는 부르고뉴의 전체 생산 와인의 최상위 1.4%이고, 2등급인 프르미에 크뤼는 차상위 10% 정동의 양이다. 3등급인 빌라주 등급은 대략 40% 정도이고, 나머지 절반 정도는 4등급인 레지오날 등급이다
p116 부르고뉴의 전통은 와인을 양조할 때 다른 밭에서 생산한 포도를 함부로 섞지 않는다는 것을 명심하고 맛을 보면 정말 희한하다는 생각이 든다. 어찌 이리 다른 맛이 날까?
p118 뫼르소 와인은 비싸다. 9월 20일 이전에는 굳이 이 정도의 금액까지 내고 술을 마셔야 해?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뫼르소 이후 '굳이 이 정도의 금액을 쓰면 정말 어마어마한 경험을 할 수 있구나!'로 바뀌었다
p137 전 세계에서 평균 가격을 기준으로 가장 비싼 와인을 1위부터 10위까지 뽑으면 그중 8,9개는 부르고뉴의 그랑 크뤼 와인들이다.
p140 필립 공이 가메로 빚은 와인을 마시고는 '이걸 먹으면 인간이 죽을 수도 있다'라고 했다는 기록이 있다. (진짜다!) 그래서 그는 부르고뉴의 가메를 다 뽑아버리라는 광적인 명령을 내렸다
p146 서울에 정말 좋은 레스토랑이 오픈했길래 가봤더니, 화이트와인이 너무 달콤하기만 하니깐 못 먹겠더라고요. 첫 잔을 비우려면 산미가 좀 있어야 해요
p160 보졸레 지역의 프리미엄급 와인 중 모르공과 물랭아방의 와인은 국내에서도 그리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다. 가메로 만들었음에도 밸런스가 잘 맞고, 주스처럼 벌컥벌컥 마실 수 있는 여타 보졸레 누보의 와인과는 확연히 구분되는 묵직한 숙성 와인이다
p171 Le Verger des Papes의 돌담 바로 옆에 앉아 프로방스에서의 첫 식사를 즐긴다. 확실히 부르고뉴와는 음식의 모습이 다르다. 버터가 사라지고 그 자리를 올리브오일이 대체하고 있다
p178 당시 이 마을을 점령하던 독일군이 이 여름 별궁을 무기고로 썼고, 연합군의 프랑스 진입으로 퇴각하게 되자 아무런 죄가 없는 교황의 여름 별장을 폭파시키고 도망쳤다. 극악하다. 1687년까지 완벽한 모습을 하고 있었던 아테네의 파르테논 신전을 화약저장고로 쓰다가 베니스군과의 전투에서 파르테논 신전을 완전히 날려먹을 오스만튀르크만큼이나 극악하다. 다행이 샤토뇌프 뒤 파프 성의 남쪽 벽면의 일부가 폭발에서 살아남았는데 멀리서 보면 타워처럼 보였다
p182 마을에는 석회암이 섞인 포도밭이 있고 모래로 덮인 포도밭도 있는데, 페고 양조장에서 제일 잘 나가는 다 카포 와인의 경우 주로 이 모래 포도밭에서 열리는 포도들로 만든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이 다 카포가 바로 신의 물방울에 나오는 제3사도다
p190 이 시골 마을의 연극 축제는 마치 모두 함께 어울려 놀기 위한 핑계인 것처럼 사람들은 밤늦게까지 연극은 보러 가지 않고 와인과 맥주를 마시며 앉아 있었다
p198 많은 사람이 보라색을 카메라에 담기 위해 발랑솔에 모여든다. 그러나 우리는 발랑솔 마을은 지나치고 라벤더 꿀을 따는 꿀벌마냥 라벤더밭으로 바로 돌진한다.
p207 프로방스에선 그라나슈나 시라와 같은 레드 와인용 품종의 포도로 농사를 짓고 그 포도로 시원하게 벌컥벌컥 들이킬 수 있는 로제 와인을 양조해 먹는다. 떼루아가 문화를 만든 것이다
p212 인구 1,300명의 작고 예쁜 언덕 마을이자 허브 마을로도 유명하다. 그리고 이 보니유 바로 옆에는 인구 400명의 더 작고 예쁜, 예로부터 아주 악명 높은 마을 라코스트가 있다
p222 론 강을 타고 아를의 남쪽은 지중해, 상류로 거슬러 올라가면 아비뇽과 우리가 지나온 샤토뇌프 뒤 파프에 도달할 수 있겠지만 강의 물살이 험하니 배가 뒤집힐 것이 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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