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방구석 시간 여행자를 위한 종횡무진 역사가이드
작가 : 카트린 파시히
출판사 : 부키
읽은날 : 2021/07/02 - 2021/07/16
역시 책은 컨셉을 잘 잡아야 한다.
평범할 수 있는 세계사 책인데 시간여행이라는 컨셉과 만나니 여행 가이드가 되어 버렸다.
컨셉으로 시간여행을 잡은 게 아니다. 실제 과학이론을 접목하여 시간여행이 가능한 것처럼 쓰여있다.
전지적 전능 시점에서 세계사를 보는 게 아니라 정말 그 시대에 현대인이 갔을 때 일어날 법한 주의사항과 에피소드들이 들어있다.
전쟁터는 시간여행자가 피해야 할 곳이고, 설령 전쟁을 관광하러 가더라도 영화에서 보듯이 보는게 아니라 뿌연 연기밖에 보이지 않는 다는 이야기는 한번도 생각해보지 못했던 내용이다.
어떤 음식을 먹어야 할지, 당대의 사람들을 만나면 어떻게 자신을 소개해야 할지 등 여러 상황속에서 현대인이 취해야 할 당부의 이야기를 통해 당시 시대상황을 더 재미있게 알 수 있었다.
나도 능력과 시간이 되면 한국사를 가지고 이런 책을 써보면 어떨까 싶었다.
좋은 컨셉의 책이었다. 재미있었다.
p0 이 책은 역사책이자 과학책이다. 돌아간 과거의 모습을 그 당시의 환경과 조건 안에서 과학적으로 묘사한다.
p25 과거에 다다르려면 아인슈타인의 일반 상대성 이론이 필요하다. 즉 시간을 시공간의 연속체인 사차원으로 설명하는 이론 말이다.
p26 중력의 크기에 따라 시간의 흐름이 달라진다는 일반 상대성 이론처럼, 지표에서 멀어지면 중력은 약해지고 시간은 빨라진다는 것이다.
p37 우리가 왜 몇 가지 이론적 모순을 증명하기 위해, 끝없이 많은 버전의 고양이들을 생각해내야 하느냐며 말이다.
p51 토머스 에디슨이 백열전구를 소개하고, 알렉산더 벨이 최초의 상용 전화기를 내놓으며, 베르너 폰 지멘스가 가공 전차선으로 가는 노면 전차를 최초로 선보이고, 구스타브 트루베가 실험적인 전기 자동차를 출품한다.
p53 인간 동물원과 같은 전시는 관람객들에게 프랑스의 발전과 이방인의 야만성을 명료하게 대비시켜 보여 주면서, 식민 지배의 정당함을 확인시키려 한다.
p62 당신에게는 고요와 평온이 주어진다. 마지막 150년 동안 나스르 왕조는 알함브라 안에서 거리낌 없이 독살되고, 칼에 찔려 죽고, 도 모략에 빠져 죽는다. 나스르의 거의 모든 통치자는 자연사 없이 이른 나이에 인위적인 죽음을 맞이한다.
p72 여행에서 당신은 신석기 후기를 경험하게 될 것이다. 이 무렵 섬의 주민들은 식량을 찾아 헤매는 일상을 멈추고, 차차 정착 생활로 넘어가기 시작한다.
p75 상당수의 구조물들은 하지의 일출 방향을 가리키거나, 반대 방향으로 돌면 동지의 일몰 방향이 된다.
p83 전체주의 독재 체제에서 권력자들은 자기 민중이 무슨 생각을 견지해야 하는지 간단명료하고 확실한 말로 전달한다. 다른 곳에서라면 오랫동안 탐구하고 숙고해야 하는 사상을 쉽게 주입해 버리고 만다.
p94 갈릴레이를 방문하기에 최적의 시기는 1610년 1월이다. 그로부터 두 달 뒤에 출간되어 훗날 저명한 서적으로 남는 그의 소책자 <시데레우스 눈치우스>(별들의 소식)가 어떻게 집필되는지 엿볼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이다.
p100 수학과 천문학에 능한 여성들에게 17세기 유럽은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 그래서 그녀의 남편인 엘리아스 폰 뢰벤은 <우라니아 프로티피아>의 서문에, 책의 저자가 본인이 아닌 여성이라고 명백히 밝히며 동료들과 서신을 주고받으면서도 이를 재차 확인시킨다
p103 우주의 법칙에 대한 깊은 통찰이 담긴 뇌터 정리는 쉽게 말해, 자연계에서 대칭성과 보존 법칙은 불가분의 관계라는 뜻이다. 즉, 대칭성이 있으면 그와 짝을 이루는 보존 법칙이 있으며, 둘의 관계는 자연 법칙의 근본적인 특징이라는 것이다.
p107 오직 여왕들만 특별한 조건 속에서 사는 시대이기에, 중세로 떠났다가 돌아오는 여행객들은 자신의 여행사에게 속았다며 번번히 불만스러운 평을 내놓는다.
p127 당시의 음악가들은 으레 곧바로 이해하는 걸, 우리만 괜히 헤매는 것일지도 모른다. 베토벤 작품의 템포가 워낙 빠르다 보니 이처럼 별의별 해석이 다 나오기도 한다.
p129 텔레만의 음악이 오늘날 생각하듯 고전적이고 신성한 음악이 아니라, 요즘 우리가 대중음악이라 칭하는 음악처럼 여겨진다면 어떤 느낌으로 들린다는 걸까?
p131 손으로 쓴 악보에는 실수가 가득하다. 작품을 세심하게 다듬고 꾸미는 연주법을 익히지 않은 상태이며, 다들 그저 순간적으로 떠오르는 대로 연주하는 편이다.
p144 오늘날 우리가 아는 마야 문명에 대한 지식의 상당수는 스페인의 주교 디에고 데 란다의 보고서 덕분이다. 하지만 그는 다른 업은 제치고 무엇보다 이 문명을 근절하는 일에만 전념한다.
p154 나침반을 챙겨 가더라도 너무 믿지는 말자. 지구의 자기장은 지구 역사에서 수차례 뒤바뀌며 그로 인해 극도 반대로 뒤집힌다. 이러한 지구 자기 역전이 마지막으로 발생한 시기는 78만 6000년전으로, 보통 브루느-마츠야마 역전이라 부른다.
p167 과거는 동물원이 아니며, 흥미로운 모든 동물 종들을 최적의 상태로 볼 수 있도록 보장하는 사파리 공원도 아니다.
p179 가장 스펙터클한 여행지는 누가 뭐래도 칙술루브 충돌이다. 약 6600만 년 전, 현재 멕시코에 속한 유카타반도의 척술루브 지역에 거대하고 둥근 바위 덩어리 하나가 하늘에서 떨어진다.
p191 화약이 등장한 이후에는(중국은 11세기, 유럽은 14세기) 아무리 전망이 좋아도 파브리치오처럼 연기 외에 다른 건 거의 보지 못한다.
p193 말을 섞지도 말고 술을 마시자 유인해도 넘어가지 말자. 특히 1713년 이후의 프로이센은 이 점에 있어선 170센티미터가 넘는 남성들에게 아주 위험한 여행지다. 영국의 왕립 해군도 17세기부터 19세기 초까지는 강제로 징집하기 때문에 그리 안전하지 않다.
p200 산고로 누워 있는데 누군가 제왕 절개를 제안하는 소리가 들린다면, 일단 당신의 아이라도 구하겠다는 의미다
p206 시대와 계절에 상관없이 언제든 따뜻하길 원한다면 한국에 정착하는 걸 고려해 보자. 이 나라에는 온돌이라는 바닥 난방이 대략 7000년 동안 자리한다.
p215 특별히 추천하는 여행지는 1961년 10월 30일 오전 부극해에 있는 러시아 군도 노바야제물랴의 상공이다. 바로 여기에서 전 시대를 통틀어 인류가 만든 가장 강력한 핵폭탄인 차르 봄바 실험이 이루어진다.
p218 지구보다 앞서 생성된 화성 크기의 다른 천체와 지구가 충돌한 결과 그 파편으로 달이 형성된다.
p222 빅뱅으로부터 100만 년 즈음 떨어진 시기에 이르면 승객들의 관심이 슬슬 창밖으로 향할 것이다. 하늘은 더 이상 완전히 깜깜하지 않으며, 언제 도착하느냐에 따라 검붉은 색이나 주황색으로 물든다.
p238 온갖 평행 세계를 지닌 다중 우주는 당신에게 책임이 있는, 당신의 행동으로 빚어진 결과로 인해 결코 달라지지 않는다.
p244 역사의 발걸음은 끊임없는 진보도 아니며, 정해진 최종 목표를 향해 나아가지도 않는다. 역사에는 진보도 목표도 없다. 이들 둘은 인간이 디딜 발판을 위해 고안된 신화돠
p265 1900년 즈음 미국과 유럽의 많은 여권 운동가들은 자전거가 그 무엇보다 여성 해방에 크게 기여한다고 말한다
p281 기회가 생길 때마다 재차 변동될 일이 없는, 명료한 계획이 세워지도록 돕는 것이다. 그러면 심지어 귀환하는 길에 식량과 연료가 극도로 부족해지는 상황으로도 이어지지 않을지 모른다.
p282 자연과학에서 지난하게 오래 끄는 다수의 문제들은, 아리스토텔레스가 도처에 실재한다 지적하며 자신의 저서에 담은 논리적 오류에 연원을 둔다.
p287 지구의 핵이 금속으로 되어 있다는 사실은 18세기 후반부터 알려진다. 스코틀랜드에서 지구 무게를 구하기 위해 시할리온이라는 산을 철저히 측량하다가, 지구 표면의 암석보다 지구 전체의 밀도가 명백히 높다는 결과에 이르면서 지핵의 금속성이 밝혀진다.
p290 남성의 경우 대부분 정액 배출이 오르가슴과 연결되기 때문에, 갈레노스와 아리스토텔레스는 여성의 몸에서도 남성과 동일하게 생식과 오르가슴이 짝을 이룬다고 보며 따라서 성폭력으로 임신이 일어날 수 없다고 여긴다. 그럼에도 강간을 당한 여성이 임신을 하면 실제로는 합의된 해우이였다 판단한다.
p298 이 문제는 결국 연구의 부족이 아니라, 여성들이 영향력 있는 위치에 접근하지 않았으면 하는 암묵적 바람에 있다. 이러한 바람에 대항하는 데 의학 지식은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
p338 중세 시대 유럽에는 새해 시작 선택지가 무려 일곱 가지나 되며, 이들은 각각 전 해에 걸쳐 골고루 흩어져 있다.
p355 이들을 비롯한 많은 동물들이 멸종하는 가장 큰 이유는 인간이 미식을 즐겨서가 아니라, 인간으로 인해 고유의 생활 터전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p363 여러 많은 시대에서 역병과 기근은 오늘날보다 일상적이기는 하나 그렇다고 아주 일상은 아니다. 시간 여행을 떠날 시대와 장소를 신중하게 고르면 최악의 경우는 면할 수 있다.
p368 용병으로 이루어진 샤를의 군대는 승리 후 각자 고향으로 돌아간다. 그러면서 매독은 온 유럽에 골고루 퍼진다.
p376 아메리카 대륙은 이처럼 극심한 인구 감소를 겪으며, 상당수의 학자들은 이와 동시에 일어나는 전 지구적 기온 하강이 여기에서 초래되었다고 본다. 이전에 농경지로 쓰이던 지역이 방치되어 다시 숲이 되면서,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대량 흡수하여 지구의 평균 기온을 떨어트렸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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