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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후감/2022_독후감

[2022-20] 떠난 후에 남겨진 것들

by 반란을_꿈꾸며 2022. 3. 22.

 : 떠난 후에 남겨진 것들

 : 김새별

 : 청림출판

 : 2022/03/17 - 2022/03/20

 

나이가 들어서인지 죽음과 관련된 책을 주의깊게 읽게 된다.

예전에 읽었던 책중에 좋은 시체가 되고 싶어라는 책이 있었다. 

미국에서 시체처리하는 분의 에세이였는제 나라마다 장례문화가 참 많이 다르다라는 생각을 했었다.

이 책은 유품정리사가 쓴 책이다. 

보통 죽음 이후 유품은 유족들이 정리하는 걸로 알았는데 생각보다 유품정리사를 부르는 경우도 많은가보다.

고도사로 인해, 살해당해서, 또는 아무도 정리하기를 원하지 않아서 유품정리사가 투입된다고 한다. 

실제로 존재하고, 또 이 분들에게 많은 신세를 지면서도 결코 옆에 두고 싶어하지 않는 직업이라고 한다. 죽음은 언제나 우리 주변에 있는데 없는듯 잊어버리고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죽음 혐오의 모습이 그렇게 나타나나 보다.

웃으며 이야기할 주제는 아니다보니 저절로 얼굴이 굳어진다.

예전에 축제라는 영화를 봤는데 할머니의 장례를 치르고 모든 유가족이 모여서 사진을 찍는 장면이 있다.

그때 사진사가 "누가 죽었나? 좀 웃어요"하는 이야기에 모든 유가족이 웃음을 터뜨리고 사진을 찍었다. 장례를 치르는 게 슬픔을 위로하고 서로에게 덕담을 나누는 축제가 되었으면 한다.

슬픈 죽음은 좀 적었으면 좋겠다. 

 

 

p32 언제인가 변사체가 발견됐다는 연락을 받고 수습하러 간 날, 머리카락이 긴 것으로 보아 여자로 짐작할 뿐 형체를 알아볼 수 없는 시신 앞에서 모두가 코를 막은 채 멀리 떨어져 있었다. 그런데 그때 누군가 뛰어들어오더니 사체를 끌어안고 울기 시작했다. 고인의 아버지였다. 아버지는 딸의 얼굴에 자신의 얼굴을 비비며 한참을 그 자리에 머물러 있었다. 살아있든, 죽었든, 부패했든 아버지에겐 그저 소중한 딸이었던 것이다

p41 누군가는 해야할 일, 결코 기분 나쁘거나 불쾌할 이유가 없는 일. 그러나 누구한테도 환영받지 못하고 몰래 숨어서 해야 하는 일. 이것이 바로 이 직업의 모순이다

p53 할아버지, 내가 나이도 있고 여기서 살다 보면 저세상에 갈 수도 있는데... 나 여기서 죽어도 돼요? 우리 같은 늙은이는 다들 그렇거든. 이제나 죽을까, 저제나 죽을까 자다가 조용히 죽어야 할 텐데, 그러잖아. 그래서 별 뜻 없이 괜찮다고 했지. 그런데 이렇게 빨리 죽을 줄 누가 알았누

p98 할머니는 자신의 죽음을 예상했던 것일까 다시 집으로 돌아오지 못할 것을 알고 있었던 것일까. 그저 나 죽으면 쓸 만한 물건은 가져가라가 아니라 세탁기는 친구, 냉장고는 폐지 할아버지, 소형 가전이랑 겨울옷은 옆집 할머니, 구체적으로 정해 일러놓고 가셨다

p122 외부와 단절된 채 고독하게 죽어가는 이들이 점점 늘고 있다. 어쩌다 이렇게가지 되었을까. 문제는 있는데 답이 없다. 나로 시작해 우리가 함께 풀어야 할 숙제일 것이다

p141 아이의 삶은 그의 소관이 아니다. 부모가 없이 때문에 아이가 불행하고 비참한 삶을 살게 될 거라는 생각은 터무니없는 오산이다. 자신만이 아이를 행복하게 해줄 수 있고, 부모 없는 아이는 모두 불행하다는 착각이다

p148 죽고 싶다는 말은 거꾸로 이야기하면 이렇게 살고 싶지 않다는 거고, 이 말은 다시 거꾸러 뒤집으면 잘살고 싶다는 거고, 그러니까 우리는 죽고 싶다고 말하는 대신 잘살고 싶다 말해야 돼. 죽음에 대해 말하지 않아야 하는 건, 생명이라는 말의 뜻이 살아 있으라는 명령이기 때문이야

p158 고독사는 더 이상 홀로 사는 노인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지역 복지관이나 주민센터에서 시행하고 있는 돌봄 서비스 덕분에 노인 고독사는 오히려 줄어들고 있다. 문제는 젊은이들의 고도사다

p168 친절하고 예의 바른 가족이었다. 가식적인 느낌은 없었다. 다만 여느 유가족들처럼 슬프거나 침통해 보이지는 않았다. 집을 나오는데 마치 이사 청소를 해주고 온 느낌이었다

p171 누구에게도 당신의 이웃이었던 한 젊은이가 죽었다고 알릴 수 없었다. 청년의 죽음은 비밀에 부쳐진 채 현장은 정리되었다. 무슨 일이냐고 묻는 사람들에게 있지도 않은 개가 죽었다고 거짓말을 해야 했고, 애도는 커녕 개를 버려 굶어죽게 만든 사람으로 고인을 비난받게 만들었다

p189 혼자 살면서 반찬은 사 먹어도 됐을 텐데 각종 장아찌며 간장, 고추장까지 직접 담가 먹고, 공짜로 얻어왔을 새 옷은 아까워서 꽁꽁 싸매놓고 입어보지도 못했다. 결국 모조리 폐기물 처리장으로 가게 될 것이다

p197 꽤 긴 시간, 아이는 혼자 울었다. 이모가 돌아와 박스를 전해주자 비로소 울음을 그치고 언제 울었냐는 듯 덤덤한 표정이 되었다. 묵묵히 짐을 다시 챙겼다. 아이는 앞으로 얼마나 많은 날을 혼자 울어야 할까. 언제까지 그 슬픔과 고통을 숨죽여 삼켜야 할까. 그날만 생각하면 엄마 옷에 얼굴을 묻고 울던 아이의 모습이 떠올라 아직도 가슴이 아프다

p206 아버지는 지병으로 시한부의 삶을 사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편지에는 의례적인 건강상의 안부 인사 정도만 있었다. 아버지는 타국에 있는 딸이 걱정할까 봐 자신의 병을 숨겼던 것이다

p212 근데 참 희한한 게 봄만 되면 이 집 꽃들이 활짝활짝 잘도 피더라고. 보살펴주는 사람도 없는데 심어줬다고 곧잘 펴. 마당이 다 환했다니까. 꽃이 사람보다 낫지. 자식들은 애비도 나 몰라라, 죽어나가도 모르는 데 말이야

p218 아니 죽은 사람 집 청소하러 다니느 사람이 그것도 못해? 못 하겠으면 밖에 내다 버리든지, 아님 직접 데려다 키우든지. 고인에게는 소중한 가족이었지만 남에게는 버려도 되는 물건이나 마찬가지였다

p225 장례지도사로 일할 때도 겪어본 일이었다. 무연고자인 줄로만 알았으나 유가족을 찾게 되어 연락을 취하면 가족들은 시신 인수를 거부한다. 인수를 거부당한 시신은 의학해부용으로 쓰이거나 화장된다. 고인도 같은 경로를 거칠 것이다. 끝내 가족을 찾을 수 없는 경우도 적지 않다

p230 현장에서 나온 가구나 집기, 쓰레기 등은 즉시 폐기물 업체에 처분한다. 사무실로 가지고 오지 않는다. 하지만 사람들은 우리는 물론이고, 사무실이나 차량조차 근처에 두고 싶어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