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상

나도 한때는 착한 애였는데...

by 반란을_꿈꾸며 2022. 11. 25.

내가 중학교에 들어갈 때는 교복과 두발 자율화시기였다. 덕분에 나는 교복을 한 번도 입어보지 않았다. 

예쁘거나 몸매가 좋거나 패션에 관심이 있던 친구들은 이리저리 멋을 부리고 학교를 다녔던 것 같다.

외모에 관심이 없었던 나는 집에서 엄마가 주는대로 입었다.

도깨비 시장에서 사온 청바지와 남방, 그리고 타이거 운동화가 당시 나의 교복이었다.

머리도 엄마가 이발빗을 사다가 깎아줬다. 

가끔 양복점을 하시는 친척분이 양복을 만들고 남을 천조각으로 바지를 만들어 주셔서 그 바지도 종종 입었다. 

 

나는 그리 이상하지 않았는데 가끔 집에 놀러오는 사촌누나가 보기엔 영 아니었나보다.

어느날 누나가 내 옷을 사왔다. 마크를 보니 언더우드 티셔츠였다. 

그 옷이 맘에 들었는지 엄마가 도깨비시장 남방대신 언더우드 남방을 사다 입히기 시작했다.

나는 엄마가 어떤 옷을 사주든지 주는대로 입고 학교를 다녔다. 

엄마는 내가 옷투정을 안해서 너무 좋다고, 착하다고 항상 칭찬하셨다. 

 

그러다가 학교를 졸업하고 회사를 다니기 시작했다.

당시 IT열풍이 불었다. 직원들의 창의성을 높인다고 입고 다니던 정장대신 비즈니스 캐줄얼로 복장규정이 바뀌었다.

평소 집에서 입었던 남방과 바지를 입고 출근을 했다.

퇴근한 나를 보고 엄마가 한마디 하셨다. 옷이 그게 뭐냐고.. 옷좀 제대로 입고 다니라고...

옷투정이 없고 착하다던 나는 옷도 제대로 못입는 바보같은 애가 되어 버렸다...

 

'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오페레타 공연  (0) 2022.12.20
스포츠 신문 보던 시절...  (0) 2022.11.29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강연회  (0) 2022.11.16
아스트로스코프  (0) 2022.10.30
라흐마니노프 협주곡 연주회  (0) 2022.1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