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아버지의 해방일지
작가 : 정지아
출판사 : 창비
읽은기간 : 2023/07/07 -2023/07/11
우리나라에서 빨갱이, 빨치산은 금기어다.
이 낙인이 찍히고 나면 그 어떤 사람도 우리나라에서 정상적인 삶을 살 수 없다.
대통령까지 되긴 했지만 김대중 전 대통령도 평생을 이 빨갱이 낙인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아니, 사망 이후에도 이 낙인은 두고두고 그를 괴롭힌다.
빨치산이었던 아버지를 둔 딸..
아빠는 선택이라도 했지, 자신은 선택도 하지 않았는데 태어났더니 빨갱이의 딸이 되어 있었다.
변명할 수도, 해명할 수도 없는 상황에서 평생을 살아간다.
그리고 이제 아버지의 장례식을 치르고 있다.
장례식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오고, 그들의 이야기가 과거와 어울리며 책은 전개된다.
빨치산인 형때문에 아무것도 할 수 없어 평생 원망하며 살던 동생인 줄 알았는데 자랑스러웠던 형을 서북청년단 앞에서 자랑하다 아버지를 죽게 만든 자신을 평생 원망했었던 삼촌이야기.
좌익들의 위협속에서 살려준 순경이 좌익에 들어오려고 하자 우리는 이미 졌으니 우익으로 살라고 돌려보내는 장면.
10대 문제아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그를 위로했던 것이 고마워 아무도 없는 새벽에 장레식장을 찾아온 10대 문제아의 모습...
시대가 좋았으면 더 훌륭하고 좋은 일을 했을 사람이 빨치산이라는 이름으로 평생 아무도 안보이는 곳에서 살아갔다.
딸은 아버지의 유골을 추억의 장소에서 뿌리며 아버지와 화해한다.
아버지의 해방일지가 아니라 딸의 해방일지다.
시대의 무게앞에 인간은 너무나 무력하다. 내가 결정하는 것이 아니니까..
가슴이 먹먹하다. 내가 던져진 이 시대에 내가 어떻게 살아야 할까 생각하게 한다.
p11 뼛속까지 사회주의자인 아버지의 피를 받고 그런 아버지의 교육을 받았지만 나는 어디까지나 현실주의자다. 남들에게는 빼도 박도 못하는 빨치산의 딸이겠지만
p13 열일곱의 나는, 방물장수 하룻밤 재우는 일에 민중을 끌어들이는 아버지나 그 말에 냉큼 꼬리를 내리는, 꼬리를 내리다 못해 죄의식에 얼굴을 붉히는 어머니나, 그때 읽고 있던 까뮈의 이방인보다 더 낯설었다
p40 탓을 하는 인생은 이미 루저다라고 아버지 닮아 냉정한 고등학생쯤의 나는 판단했고, 그 이후 작은아버지를 소 닭 보듯 보았다
p61 아버지와 달리 인간을 신뢰하지 않는 나는 어쩐지 미덥지 않았다. 비쩍 마른 아버지가 시래깃국을 먹을 때 그 여자는 아버지 돈으로 삼겹살을 배불리 먹었을 거라는 추측이 차라리 믿을만했다
p68 고통이든 슬픔이든 분노든 잘 참는 사람은 싸우지 않고 그저 견딘다. 견디지 못하는 자들이 들고일어나 누군가는 쌈꾼이 되고 누군가는 혁명가가 된다.
p76 아버지는 선택이라도 했지, 나는 무엇도 선택하지 않았다. 나는 빨갱이가 되기로 선택하지 않았고, 빨갱이의 딸로 태어나겠다 선택하지도 않았다.
p90 한편으로 아버지는 입만 열면 옳은 말하는 잘나고 똑똑한 양반, 또 한편으로는 잘나서 빨갱이짓 하다가 집안 말아먹은 양반이었다. 그러니까 아버지는 고씨 집안의 자랑인 동시에 고씨 집안 몰락의 원흉인 것이다.
p102 또 그놈의 오죽하면 타령이었다. 사람이 오죽하면 그러겠는냐는 아버지의 십팔번이었다.
p148 무엇에도 목숨을 걸어본 적이 없는 나는 아버지가 몇마디 말로 정의해준다 한들 이해할 수 없었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옳았든 틀렸든 아버지는 목숨을 걸고 무언가를 지키려 했다.
p181 질 게 뻔한 싸움을 하는 이십대의 아버지는 어떤 마음이었을까? 목숨을 살려주었던 사람을 위해 목숨을 걸려 했던 이십대의 그는 어떤 마음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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