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우리 옆집에 영국남자가 산다
저자 : 팀 알퍼
옮긴이 : 조은정
출판사 : 21세기북스
읽은날 : 2017/08/25 - 2017/08/29
재미있게 읽었다.
외국인의 시선으로 우리나라를 본다는 재미가 아주 쏠쏠하다.
한국과 영국에서 오는 언어적 차이, 문화적 차이, 그리고 생각의 차이가 여러모양으로 그려진다.
사이다라는 말이 영국에서는 술인데 우리나라에서는 단순 탄산이어서 생긴 에피소드는 단순한 에피소드이지만, 먹방이라든가 개고기에 대한 생각의 차이는 쉽게 좁혀들지 않은 큰 심연을 보게 한다.
저자는 중립적으로 본다고 생각하지만, 서양인으로서 자기들이 더 합리적이라고 생각하는걸 이곳저곳에서 볼 수 있다. 그리고 나도 서양인들이 우리보다 더 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
어떤 흥미가 있어서 우리나라에서 10년이나 살게 할까? 한국인으로 태어난 나는 경쟁이 치열해서 어떻하든 탈출하고 싶어하는 나라인데...
경쟁에 매몰되지 않고 한걸음 비켜서서 살아갈 수 있으면 우리나라도 나름 재미있고 즐겁고 유쾌하게 살 수 있는것일까 하는 생각이 든다.
사실 나에겐 영국이라는 나라가 흥미로운 나라인데...
해가지지 않는 나라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광대한 식민지를 가지고 있었고, 전쟁도 잘하고, 세계의 모든 부를 쓸어담았었던 나라. 아직도 시골의 할머니들은 대영제국인줄 알고 살고 있는 나라. 그러나, 이제는 늙은 호랑이 같은 나라.
국가의 힘이 약해지는 걸 보면서 자라는 국민들은 어떤 정서를 갖는지 참 궁금하다.
실제로 알아보기 위해서 영국으로 건너가서 살아봐야 하나? 나도 10년 살면 이 친구처럼 재미있게 영국과 한국을 비교하며 글을 쓸 수 있을까?
p8 한국에서 개그맨이란 사실상 개그하는 사람을 뜻하지 않는다. 과거의 엿장수같은 광대에 더 가깝다. 광대가 하는 일이란 과장하고 시끄러우며 무례하게 굴면서 정상적이고 예의바른 사회의 경계선 바깥으로 나가는 것이다
p19 한국인은 서양인처럼 "함께 시간을 보낼래?"라고 말하지 않고 "놀자!"라고 한다. 놀이는 한국의 민족정신에 깊이 새겨져있고 그 정신은 한국인의 언어, 한글에도 잘 녹아있다
p30 아재들의 정통 밤문화를 제대로 원한다면 '참치집-호프집-노래방-해장국집' 코스를 따르면 된다. 아직 자신이 젊고 쿨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이태리식당-지나치게 비싼 술집-역시 지나치게 비싼 클럽-편의점 라면'코스를 즐긴다
p44 승강기 문이 열리자마자 그들은 승강기를 향해 폭주기관차처럼 달렸다
p49 미국의 저명한 조사기관인 가너 서베이가 몇년 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여자들은 남자들을 이렇게 정의내린다. "남자=다림질을 할 줄 모르며, 아내나 여자친구에게 항상 잘못된 사이즈의 옷을 사다주고, 춤에도 전혀 일가견이 없는 사람들"
p75 한국인들이 서로에게 쉽게 화를 내는 이유는 한가지 일에 대해 의견이 분분하기 때문이다. 내면의 평화를 강조하는 불교와 자기절제를 강조하는 유교가 수백년동안 한국사람들의 정신세계를 지배해 왔지만, 정작 한국인이 평화로움이나 자기절제와 거리가 멀다는 사실은 많은 것을 말해준다
p79 제가 아는 한국인이 아닌 사람중에는 한국어를 전혀 말하지 못해도 한글을 읽고 쓸 줄 아는 이들이 꽤 있습니다
p112 영국에서는 제임스본드나 돼 길거리에서 오토바이를 그렇게 몰 것이다. 그리고 쇠고랑을 찰 것이다.
P145 고기 안주만 해도 그렇다. 오리불고기부터 삼겹살 그리고 중국스타일의 양고기까지, 한마디로 토요일밤 한국에서 바비큐가 되어 깻잎과 소주 한잔과 함께 먹히는 것을 피해갈 수 있는 동물은 그리 많지 않다
p156 서양 사람들은 허브라는 단어를 들으면 즉시 향을 떠올린다. 그러나 이곳 한국사람들은 한국의 허브인 나물하면 즉시 맛을 떠올린다
p160 상 위에 가득 놓인 반찬 수도 이색적이었지만, 밥과 국을 제외한 모든 것을 공유한다는 것이 내게는 더 놀랍게 다가왔다
p172 서양인들에게 떡의 생김새는 감동스러웠지만 맛은 매우 낯설다
p191 서양언론은 먹방의 긍정적인 면은 간과한 채 "푸드 포르노"라거나 "다른 사람들의 먹는 모습을 돈내고 시청하는 것'이라는 등 부정적 측면만 강조해왔다
p202 서양에서는, 특히 유럽의 경우에는, 어떤 옷을 입느냐가 나에 대한 다른 사람들의 판단에 큰 영향을 미친다. 만약 다른 사람들에게 인정받거나 좋은 인상을 주기를 원하는 사람이라면 옷을 고르는데 신경을 많이 쓸 필요가 있다
p204 눈에 띄고 남들과 달라보이는 것이 목표가 아니라 다른 사람들이 입고 있는 것을 따라잡는 것이 목표다
P242 여하든 언젠가는 공사가 시작된다. 한국의 소음이 지옥문을 두드리는 성난 악마를 연상시킨다면 영국의 공사현장소리는 고장난 수도꼭지에서 물이 새 나올때 나는 '또옥또옥' 소리와 닮았다. 일정한 박자로 들릴락말락한 소리가 끊임없이 2년 정도 들려온다
p255 집을 나서기 전 하늘에 회색빛 구름이 몰려오기 시작하면, 나는 할아버지에게 물어봤다. "할아버지, 비가 오면 어떻게 해요?" 그러면 할아버지는 항상 이렇게 대답하셨다. "그러면 빗방울 사이를 걸어보자꾸나"
p259 이것은 하키의 승리가 아니라 비의 승리인 것이다. 영국사람들은 사실 하키를 비롯해 어떤 스포츠건 쏟아지는 빗속에서 벌어지는 경기를 선호한다
p260 한국 사람들은 비오는 날이면 집에 들어앉아 감성적인 발라드를 틀어놓고 부침개를 떠올리며 멜랑콜리한 혼자만의 고독을 즐긴다
p263 한국 엄마, 이 나라는 그녀들을 발판으로 세워졌다. 한국 엄마의 끝없는 희생과 끝없는 강박증, 끝없는 노력, 끝없는 야망으로. 한국엄마는 자식을 위해서라면 불로 달궈진 돌이라도 걸을 것이다. 한국 엄마는 한국의 가장 큰 문젯거리인 동시에 구세주다
p265 서양인들은 아이에게 가장 좋은 선생님은 다름아닌 아이 자신이라고 생각한다. 아이 스스로 탐구해봐야만 진정으로 배울수 있다고 본다. 그래서 서양 부모들은 아이가 실수해도 내버려둔다.
p276 한국의 결혼식은 식사와 금전의 실용적인 교환이다. 일종의 비즈니스 거래의 사교적인 버전인 것이다
p296 오늘날 영국에서 뚱뚱한 몸짓과 창백한 피부는 오히려 가난의 표시다. 경제적인 여유가 없어서 저급한 음식을 먹고 햇살 가득한 나라로 휴가를 갈 수 없음을 드러내는 것이다
p316 언젠가 TV에서 카라콘서트를 본 적이 있다. 관중석에는 30대, 심지어 40대로 보이는 남자들까지 당나귀마냥 소리를 질러대고 있었다. 영국에서는 중년남자가 그런 콘서트에 가는 일 자체가 없다. 하는 수 없이 10대 딸의 보호자로 따라나서지 않는 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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