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사유하는 미술관
작가 : 김선지
출판사 : 알에이치코리아
읽은기간 : 2024/10/26 -2024/11/01
이런 책이 참 좋다.
특별한 주제를 따라 엮어나가는 책.. 역사에 따라 그림이 엮어나가는 책은 오랜만이다.
단순한 화파나 작가가 아니라 역사를 중심으로 그 역사를 설명하는 그림은 또 다른 매력이 있다.
저자의 이름이 낯이 익어서 살펴보니 그림과 천문학을 엮어서 쓴 책이 있었다..
그 책도 재미있었는데 이 책도 재미있다..
이런 책을 읽으면 기분이 좋다.. 해피해피..
p6 김선지 작가의 사유하는 미술관은 그림이라는 프리즘을 통해 역사라는 스펙트럼을 펼쳐 보인다. 저자는 그림이 색채로 표현되고 눈으로 감상하는 역사책이라고 말한다.
p9 이 책은 역사를 핵심 주제로 하여 여섯 가지 키워드로 풀어본 그림 역사책이다. 왕정 시대 국가의 구심점이었던 왕과 비, 성과 사랑, 음식 문화, 신앙과 종교, 힘과 권력, 그리고 근대 사회 명암의 역사를 통해 우리 인간이 어떤 생각과 가치관을 가지고 어떤 모습으로 살아왔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펼쳐 보았다.
p34 유럽인은 휘렘을 이런 오리엔탈리즘의 비틀린 시선으로 응시했다. 그녀의 이미지는 신비하고 이국적인 동방의 여왕, 하렘의 팜파탈로 고착되었다. 그녀가 지성과 의지, 인내와 결단력 덕분에 정치적 암투가 치열한 오스만 제국의 하렘에서 살아남과 종내 성공할 수 있었다는 점은 간과했다.
p51 결국 사람들의 지지를 얻어낸 메리 1세는 반란을 성공적으로 진압할 수 있었다. 그녀의 파란만장한 삶에서 반은 비극과 불안, 종교적 독선으로 얼룩졌지만 적어도 반은 용기와 통찰력을 가졌던 지도자로 기억되어야 하지 않을까
p84 후에 책임 추궁당할 것을 염려한 나폴레옹은 연출된 드라마를 그림으로 그리게 한다. 고국으로 돌아온 나폴레옹은 이집트 원정이 성공했다고 거짓 선전했다. 사람들은 그가 군대의 절반과 함대 전체를 잃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말을 믿었다.
p92 옥타비아누스는 정적 안토니우스를 무너뜨리기 위해 클레오파트라를 로마 남성을 유혹하는 악마로 만들어야 했다. 그는 로마인들이 안토니우스를 이방인의 유혹에 빠져 조국을 배신한 사람, 클레오파트라를 로마인 아내에게서 남편을 빼앗아 간 사악한 요부로 생각하기를 바랐다.
p108 진실의 입은 간음, 위증과 같은 행위를 저지른 사람들을 판결하기 위한 일종의 중세식 거짓말 탐지기였다. 이 관행은 아내의 간통을 확인하기 위해 종종 이루어졌을 뿐 남성이 이런 식으로 시험을 받았다는 기록은 없다
p128 그녀는 위엄있는 여왕보다는 현대의 할리우드 셀럽에 가까웠다. 어머니인 오스트리아 여왕 마리아 테레지아가 서신을 통해 딸에게 끊임없이 잔소를 할 정도로 왕비답게 처신하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p147 그녀는 시간의 운명을 받아들이고 나이 드는 일과 타협하지 못했따. 올도이니는 1900년 만국 박람회에서 세기의 가장 아름다운 여성이라는 제목의 사진 전시회를 열어 자신의 사진들을 선보이는 꿈을 꾸었지만 이루지 못한 채 1899년 62살의 나이로 외롭게 죽었다. 살아 있을 때도 악명이 높았지만 죽었을 때도 그녀에 대한 사람들의 평가는 좋지 않았따. 신문들은 그녀의 부고 기사에 허영심과 오만에 가득찬 나르시스트가 사망했다고 썼다.
p157 카트린은 프랑스에 이탈리아 르네상스 문화, 패션, 요리를 소개했다. 그녀는 결혼할 때 궁정 하인, 예술가, 음악가, 무용수, 자수 장인, 드레스 제작자, 헤어 스타일리스트, 향수 제조업자, 요리사, 제빵사 등 많은 측근을 데리고 왔다. 그녀는 이들을 통해 화장술, 헤어피스 가발, 염료, 고급 속옷, 식탁보, 자수 및 고급 손수건 등을 전파했따. 발레를 들어오고 최초의 향수 판매점을 열기도 했다.
p177 오스만 제국에서 영국, 프랑스, 미국에 이르기까지 커피하우스는 새로운 정신의 물결에 영감을 주는 장소, 뛰어난 지성인들의 만남의 장소가 되었따. 사람들은 갓 내린 향기로운 커피 한 잔을 마시며 담소하고 토론하며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냈다.
p200 대항해 이후 경쟁적으로 식민지 개척에 몰두한 유럽 국가들은 아메리카에 대규모 사탕수수 플랜테이션을 건설했다. 이때부터 설탕을 생산하기 위한 노예 노동의 참혹한 역사가 시작되었다.
p211 네델란드 정물화와 먹스타그램 간에는 한 가지 결정적인 차이가 있다. 이들 정물화는 입맛을 당기는 음식들을 자랑하는 동시에 독특한 삶의 철학을 내포하고 있다. 바니타스 정물화인 것이다.
p222 전염병은 중세 예술에도 극적인 영향을 미쳤다. 회화, 목판화, 조각 등은 이전보다 더욱 사실적인 표현으로 향했고, 거의 한결같이 죽음에 초점을 맞췄다.
p236 그의 접시 위의 뱀이나 개구리, 물고기 등의 생물들은 마치 살아 있는 실물처럼 피부 조직이 세밀하고 정교하다. 이렇게 세세한 피부 조직까지 캐스트를 떠내려면 엄청난 인내와 기술이 필요했을 것이다. 팔리시의 양식은 그의 사후에도 많은 추종자들에 의해 그 명맥이 이어졌다.
p246 이들의 금식은 거룩한 거식증으로 높이 추앙받았으며, 일부는 성녀로 추대되었다. 육체적 쾌락의 포기가 남녀 모두에게 요구되긴 했지만 특히 죄의 무게가 더 무거운 여성의 경우 몸을 혹사하는 금식 고행까지 하도록 내몰렸다.
p261 미켈란젤로의 최후의 심판은 문맹의 평신도가 아니라 박식한 엘리트층을 위해 설계되었다. 지식층 관중만이 그가 의도한 인문학적 은유와 암시를 이해할 수 있었다. 그들은 카론과 미노스에 대한 언급이 단테의 신곡 지옥 편에서 영감을 받았다는 것, 근육질 그리스도의 모습이 헬레니즘 시대 조각품 아폴로 벨베데레를 인용했다는 점을 이해했다.
p263 중세 유럽은 흔히 야만의 시대, 문명의 암흑기로 간주된다. 많은 사람들이 마녀 사냥 혹은 마녀 재판도 중세의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마녀사냥은 중세 말기인 14-15세기부터 시작되었지만 중세보다는 과학 혁명의 시대라는 17세기경 가장 극심하게 일어났다.
p292 17세기 정물화에서 노예가 다른 물건과 함께 주인의 소유물로 그려지는 것은 흔한 일이었다.
p304 후원자 앙리 2세가 마상창시합에서 심각한 부상을 입고 사망한 후 그는 와비 카트린 드 메디시스의 소유물이 된다. 그녀는 페트루스를 다시 동물의 위치로 되돌려 놓았다.
p309 미녀와 야수 이야기는 겉모습을 보고 누군가를 판단하지 말라는 교훈을 준다. 아이들에게 정신의 추함과 육체의 추함을 분별하고 마음과 영혼의 광채를 보도록 가르친다. 현실에서는 이 교훈이 얼마나 공허하고 위선적인가
p317 인디언 공주를 쓴 제임스 넬슨 바커 같은 극작가들은 미국인이 공유하는 신화를 만들어 초라한 식민지 개척자들의 나라가 하나로 통합되기를 열망했다. 그들은 연극을 통해 감동적이 위대한 미국의 서사를 만들어내려고 했다. 아메리카 인디언과 싸우는 영웅적인 식민지 개척자들의 이야기나 식민지 정복자를 포용하고 돕는 포카혼타스의 고귀한 야만인 신화가 그것이다.
p339 르누아르의 보트놀이 일행의 오찬은 목가적인 야외 식사의 매력을 보여준다. 그의 그림이 늘 그렇듯이 생생하고 채도가 높은 색채가 도드라지며, 사람들 사이의 따뜻하고 친밀한 분위기가 느껴진다.
p357 산업 혁명 시대의 대기 오염이 없었다면 터너와 모네의 그림은 탄생하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그들이 현대 추상화로 가는 첫 단추를 끼웠다는 것을 생각할 때 산업 혁명이 미술사에서 가지는 의미는 자못 크다. 물론 대기 오염이 전적으로 미술사의 방향을 결정했다는 건 아니지만 화가들에게 강력한 영감을 준 것은 분명해 보인다.
p373 화가들은 덩치를 부각하기 위해 몸통은 과장된 크기로 그렸고, 다리는 작고 가늘게 표현했는데 결과적으로 약하고 왜소한 다리가 어마어마한 몸집을 지탱하는 것처럼 보이게 되었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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