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오래 준비해온 대답
작가 : 김영하
번역 :
출판사 : 복복서가
읽은날 : 2020/07/27 - 2020/07/30
코로나 때문인가? 요즘 여행기를 자주 읽는다.
유명한 소설가라고 하는데 사실 이분 소설을 읽은게 하나도 없다.
그런데 여행기는 연속해서 읽는다.
여행기를 써내려가는 걸 보면 글이 참 매끄럽고 읽고싶게 한다는 생각이 든다.
시칠리아를 여행한 여행기다.
밀곡창지대로 포에니 전쟁 이후로 로마에게는 귀중한 지역이었던 시칠리아.
잘 짜여진 관광지는 아니지만 고대유적부터 사람의 삶을 볼 수 있는 괜찮은 관광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김영하 작가의 에피소드를 읽다보면 이곳이 이탈이라라는 것을 느끼게 해준다.
에전에는 페리에 기차를 싣고 건넜다고 했다. 이제는 다리가 놓여서 그런 건 없어졌으려나?
나중에 정말 나중 나중에 한번 가봐야겠다..
P10 스마트폰이 우리 삶의 일부가 된 지 십 년, 이제는 길을 잃고 싶어도 잃을 수가 없다
P23 나도 저 버스에 타고 떠나야 하는데, 타고 떠나버려야 하는데 그러나 나는 정류장에 남아 있는 대가로, 그들에게 손을 흔들어주는 대가로 돈을 받는 사람이었다.
P27 장편소설을 일단 시작하고 나면, 그리고 그 세계가 자신의 질서를 가지고 움직이기 시작하면, 그 안에서 빠져나와 일상을 마주하기가 점점 싫어진다. 일상은 어지럽고 난감하고 구질구질한 반면 소설 속의 세계는 언어라는 질료로 견고하면서도 흥미롭게 축조되어 있다
P31 몇 점의 그림도 샀다. 그 자체로 아무것도 생산하지 않는, 무용함 그 자체인 그림은 거실 벽에 걸린 채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P32 고대 그리스의 수사학 학교에서는 좋은 연설에 다음 세 가지가 필수적이라고 가르쳤다. 사람들을 감동시키든가 웃기든가, 아니면 유용한 정보를 줘라
P43 제작기간은 짧고 일정은 즉흥적이며 제작비도 적다. NHK나 BBC가 육 개월 걸려 찍을 일도 우리나라 방송사들은 이 주 안에 찍는다고 한다.
P48 나는 방송 프료두서나 카메라맨도 나와 같은 일종의 예술가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막상 겪어보니 그들은 예술가라기보다 군인에 가까웠다. 밤늦도록 읽하고도 새벽이면 벌떡 일어나 카메라와 삼각대를 지고 밖으로 나갔다
P78 술은 가능하면 언제가 그 지역의 것을 먹는다는 게 내 원칙인데, 무라카미 하루키의 위스키 성지여행이라는 책에서 하루키는 좋은 술은 여행하지 않는다는 더 멋진 말로 표현하기도 했다
P87 예나 지금이나 그리스인들은 바다를 사랑한다. 그들은 배를 타고 가다가 멋진 곳을 발견하면 상륙하여 임자가 없으면 말뚝을 박아 자기들 땅으로 만들었다.
P121 현대의 나는 고대 그리스인들과는 달리 그것이 화산활동의 결과임을 알고 있다. 그러나 알고 있다고 해서 그 경외감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P188 어쨋든 이 지브리라는 이름에는 그가 좋아하는 세 가지가 모두 들어 있다. 바로 지중해와 비행기, 그리고 바람이다
P194 양치기 폴리페모스는 아무 말 없이 오디세우스의 부하 두 사람을 붙잡아 동굴 벽에 때려죽인 뒤 맛있게 먹고는 잠이 들었다. 트로이전쟁 같은 세계정세야 양치기로선 알 바가 아닌 것이다
P207 엄청난 사건들도 시간이 지나면 말 그대로 '역사의 한 페이지'에 불과하다는 것을, 이렇게 태연하게, 그리고 기습적으로 알려주는 책은 여행안내서밖에 없는 것 같다
P213 정치가 혼란스러우면 많은 지식인들이 할 수 없이 정치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그에 따라 정치철학은 발전하지만 그때 발전한 사상들은 그 당대에는 별 쓰임이 없는 경우가 많다
P220 시라쿠사에서는 그리스인과 로마인이 어떻게 다른지를 단박에 알 수 있다. 이야기를 사랑한 그리스인들과 아드레날린에 중독된 로마인들의 차이는 그들이 지어놓고 떠난 극장과 경기장으로 드러난다
P234 관광안내소는 세시 반에야 문을 연다고 적혀 있었다. 아마 실제로는 네시 반에야 문을 열 것이다. 시칠리아는 언제나 그랬다. 적혀 있는 것보다는 늘 적게 일했다
P244 잭은 우리가 앞으로 만나게 될 노토 사람의 어떤 본보기 같은 인물이었다. 이들은 밀라노 같은 이탈리아 북부 대도시에서 사는 사람들보다 가난할지는 몰라도 자신이 하는 일에만큼은 그들 못잖은 자부심을 갖고 있었다
P247 사하라의 열풍이 불어오는 뜨거운 광장에서 달콤한 피스타치오 아이스크림을 먹는 즐거움을 왜 훗날로 미뤄야 한단 말인가? 죽음이 내일 방문을 노크할지도 모르는 일이 아닌가
P275 나는 어린 나이에 제 발로 감옥에 가는 한국의 여호와의 증인들을 생각하고 있었다. 군대 시절, 나는 수십 명의 어린 여호와의 증인들이 입소하자마자 집총을 거부하고 헌병대로 끌려가고 몇 달간의 영창생활과 기계적인 재판을 거쳐 수원교도소로 이감돼 생애 첫 사회생활을 감옥에서 시작하는 장면들을 여러 번 목격한 바 있다
P284 그후로 오랫동안 아내와 나는 힘든 일을 당하며 낙심할 때마다, 혹은 당황하여 우리 중 누군가가 허둥댈 때마다 그 멋쟁이 사장의 느긋한 대사를 서로에게 들려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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