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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후감/2022_독후감

[2022-01] 그러라 그래

by 반란을_꿈꾸며 2022. 1. 11.

 : 그러라 그래

 : 양희은

 : 김영사

 : 2022/01/05 - 2022/01/09

 

투박하긴 하지만 진솔한 양희은님의 에세이집.

에세이는 사실 내 취향은 아닌데 교보의 샘을 통해서 전자책으로 읽었다.

얼핏봐도 평탄한 인생을 사신것 같지는 않지만 강단있게 잘 사신 것 같다. 

책 중간중간 친구들 이야기가 나오는데 그 나이가 되도록 그렇게 좋은 친구분들이 있다는게 부럽다. 

언제까지일지는 모르겠지만 그 멋진 목소리로 계속 노래를 들려주시면 좋겠다.  

 

 

p11 잔뜩 긴장하여 방어기제로 똘똘 뭉쳐있는 나를 보고 누군가는 잘난 척한다며 비아냥거리기도 했다

p15 봄꽃을 닮은 젊은이들은 자기가 젊고 예쁘다는 사실을 알고 있을까? 아마 모를 것이다. 나도 젊은 날에는 몰랐다. 그걸 안다면 젊음이 아니지. 자신이 예쁘고 빛났었다는 것을 알 때쯤 이미 젊음은 떠나고 곁에 없다

p24 여행다녀. 신이 인간을 하찮게 비웃는 빌미가 바로 사람의 계획이라잖아. 계획 세우지 말고 그냥 살아

p44 김민기는 요주의 인물로 찍혔고, 급기야는 학교 축제 때 꽃 피우는 아이를 부르다가 어디론가 끌려가기도 했다. 그때부터 긴 세월 동안 성가신 일들을 많이 당했다. 간단하게 넘어갈 얘기는 아니지만, 본인이 그러한 일들에 대해 드러내놓고 언급한 적이 없어서 이 정도로밖에는 얘기할 도리가 없다

p44 나는 서슴없이 서울로 가는 길과 거치른 들판에 푸르른 솔잎처럼 앨범을 꼽겠다. 서울로 가는 길은 1972년에 김민기의 곡으로만 취입한 음반이고, 거치른 들판에 푸르른 솔잎처럼은 1978년에 7년 만에 겨우 졸업하게 된 나의 대학 졸업기념으로 그가 만들어준 음반이다

p95 냉면에 고명이 하나도 없었기 때문이다. 수육, 오이, 배, 달걀 반 개, 백김치가 함께 올려지는 게 보통인데, 그 댁 냉면은 오로지 면과 국물이었지만 그렇게 강렬한 맛은 처음이었다

p98 여하튼 생명에 관여한다는 것에는 책임과 의무가 따르기에 함부로 손을 내미는 것이 좋은 것만은 아니다. 하지만 불쌍하고 여린 생명을 보고 모른척할 수도 없으니, 이래저래 난감하다

p115 많은 일을 해낼 수 있는 건강을 구했는데, 보다 가치 있는 일을 하라고 병을 주셨다. 이렇게나마 내 몸을 돌아볼 기회를 가진다는 게 그저 고마울 따름이다

 

p115 무생채도 감자조림도 주먹밥도 차가웠다. 우리 어렸을 때를 떠올리면 그땐 땅바닥에 떨어진 것을 아무렇지도 않게 툭툭 털거나 흙만 떼어내고 먹었다. 두 명의 꽃돼지는 나이가 들어서도 이렇게 차 바닥에 떨어진 주먹밥을 맛나게 먹을 수 있다. 근 두 달째 주먹밥 도시락을 싸 갖고 다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