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작가 : 룰루 밀러
출판사 : 곰출판
읽은날 : 2022/09/13 - 2022/09/18
과학분야에서 베스트셀러 1위를 몇주간 하고 있는 책.
책에 대한 평을 보면 스포일러 없이 읽어야 한다는둥 마지막에 짜릿한 반전이 있다는 둥 호기심을 갖게 하는 내용이라 기대감이 생겼다.
책을 다 읽은 지금 느끼는 생각은 '이 책이 왜 베스트셀러 1위를 이렇게 오랫동안 하고 있는거지?'다.
반전이라고 하기엔 너무 많은 암시가 책 중간중간에 나오는 거 아닌가싶다.
처음 책을 읽기 시작하면 책의 제목과 전혀 상관없는 이야기가 쭉 나온다. 지루하다.
과학책인줄 알았는데 에세이를 읽는듯한 느낌이 든다.
그리고 데이비드 스타 조던이라는 어류분류학자에 대한 탐구가 쭉 나온다.
나는 누군지 잘 모르겠는데 이 사람에게 꽂힌거 보니 과학계에서는 유명한 사람인가보다.
어류분류를 위해 인내를 가지고 하나하나 수집해나가는 모습을 따라가게 된다.
그런데 갑자기 의문의 죽음 이야기가 나오고 내용은 의문의 죽음에 대한 은폐의혹과 우생학으로 넘어간다.
마지막엔 뜬금없이 어류분류란 건 없다는 과학적 사실을 밝히며 우리가 하는 분류라는 건 의미없을 수 있다는 이야기로 끝을 맺는다.
하고 싶은 이야기가 뭘까?
다양성을 획일적으로 분류하면 안된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은것 같다.
획일적 분류의 위험성으로 우생학을 끌어들여 설명하고, 그 우생학을 집요하게 밀어붙였던 데이비드 스타 조던이 우생학에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들을 제거했다고 주장하고 싶은 것 같다.
그리고, 그 이유는 저자가 양성애자로 분류되며 받는 불이익때문이 아닐까 싶다.
처음부터 자기의 주장을 내놓기에는 반발이 심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걸까?
책을 읽는동안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 건지 알 수가 없어서 좀 답답했다.
이런 책은 과학책이 아니라 에세이로 분류되어야 하는게 아닐까 싶다.
책은 별루다.
p38 마치 이제는 때리거나 구기거나 내다 버려도 자신의 열정을 없앨 수 없다는 듯이. “나는 내가 동정한 다양한 식물의 이름을 그 순서대로 벽에 장식했는데, 마침 벽히 흰색이어서 장식하기에 알맞았다. 이런 행동은 아마 그렇게라도 내 의지를 분명히 밝히려는 노력이었을 것이다라고 그는 썼다
p54 실제로 아가시가 쓴 글을 보면 그 생각을 분명히 알 수 있다. 그는 모든 종 하나하나가 신의 생각이며, 그 생각들을 올바른 순서로 배열하는 분류학의 작업은 창조주의 생각들을 인간의 언어로 번역하는 것이라고 믿었다
p72 그 안식처에서는 계피 냄새가 났고, 어설픈 언어유희와 서투른 라임으로 만들어진 안식처의 벽은 점점 더 높이 쌓여 올라가 세상의 냉기를 막아주었다
p75 데이비드는 이렇게 썼다. “나는 아이에게 꼬리를 붙들려 카펫 위로 끌려가는 고양이처럼 우아하게 진화론자들의 진영으로 넘어갔다” 아, 이 문장 때문에 내가 그를 얼마나 흠모하게 되었던가
p87 수전이 데이비드가 출장 다니는 것을 한탄하며 외롭다는 글을 쓰고, 그가 너무 많은 시간을 가족과 떨어져 보내는 것에 불만을 드러냈던 반면, 제시는 그냥 자기도 함께 가도 되냐고 물었다
p141 자연은 인간의 사정을 봐주지 않으니까! 그조차도 절망에 완전히 집어삼켜지지 않으려면 그 거짓말이 진실이기를 믿어야만 했던 것이다
p147 데이비드가 연구실 바닥에서 유리 파편을 쓸어 담고 있을 때, 부서진 자기 인생의 조각들을 다시 이어 붙이려는 노력을 끌어내고 있을 때 그가 자신에게 속삭인 건 거짓말이었다. 운명의 형태를 만드는 것은 사람의 의지다
p149 정신질환 진단 및 통계 편람은 몇 차례에 걸쳐 수정되었다. 몇 가지는 건강하지 않은 특징들 항목에서 건강한 특징들 항목으로 옮겨졌다. 기만이라는 용어는 긍정적 착각이라는 중립적 표현으로 바뀌었다.
p153 데이비드 스타 조던에 관한 논문을 쓴 역사가 루서 스피어도 똑같은 현상을 눈여겨보았고, 데이비드가 자신의 이미지를 해칠 수 있는 정보는 교묘하게 편집하거나 삭제하는 재주가 있음을 포착했다
p174 제인의 증상들과 뱃속과 약병에서 발견된 스트리크닌을 볼 때 제인은 독살당한 게 분명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제인의 사망 이후 데이비드 스타 조던이 한 행동들을 추적해본 뒤로는, 데이비드가 독살을 은페하려 했다는 결론을 피할 수 없었다고 고백했다
p186 그가 책을 하나 쓰기 시작했다. 자선과 호의가 부적합자 생존을 초래하는 일이라 믿고, 그러한 자선의 위험을 세상 사람들에게 알리고 경각심을 심어주는 게 그 책을 쓰는 목적이었다. 전 세계에서 인류의 쇠퇴를 예방할 유일한 방법은 이 백치들을 몰살하는 것이라고 권고하는 책, 겨우 몇십 년 전에 처음 생겨난 한 단어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책이었다
p189 데이비드 스타 조던은 신실한 청교도라 법을 어기는 일을 그리 좋아하지 않았기 때문에, 우생학적 불임화의 합법화를 주장하기 시작했다
p192 다윈은 종의기원의 거의 모든 장에서 변이의 힘을 칭송한다. 그는 다양성이 있는 유전자 풀이 얼마나 건강하고 강력한지, 서로 다른 유형 개체 간의 이종교배가 그 자손에게 얼마나 큰 활력과 번식력을 만들어주는지, 심지어 완벽하게 자기 복제할 수 있는 벌레들과 식물들까지도 새로운 변이형을 만들어낼 수 있게끔 유성생식 능력을 갖추고 있는 것을 발견하고 “이 사실들은 정말로 이상하고나” 하고 경탄을 금치 못했다
p194 연구자들은 데이터를 조작하고 소문을 사실인 것처럼 끼워 넣는 습관이 있었다. 예를 들어 가난이나 범죄성이 다음 세대로 이어지는 것은 소용돌이처럼 복잡하고 은밀하게 작용하는 환경요인들 때문이라는 것이 지금은 확고히 규명된 상태다
p198 캐리 벅 소송의 대법원 판결은 이후 한 번도 뒤집히지 않았다. 우리가 도달한 가장 높은 발전 단계에서도, 만약 당신이 부적합하다고 여겨지는 사람이라면 정부는 당신을 집에서 끌어내 당신의 배를 칼로 긋고 당신의 혈통을 끊어버릴 권리를 지금도 갖고 있는 것이다
p229 어떤 사람에게 민들레는 잡초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다른 사람들에게는 그 똑같은 식물이 훨씬 다양한 것일 수 있다. 약초 채집가에게 민들레는 약재이고 간을 해독하고 피부를 개끗이 하며 눈을 건강하게 하는 해법이다. 화가에게 민들레는 염료이며, 히피에게는 화관, 아이에게는 소원을 빌게 해주는 존재다. 나비에게는 생명을 유지하는 수단이며, 벌에게는 짝짓기를 하는 침대이고, 개미에게는 광활한 후각의 아틀라스에서 한 지점이 된다
p238 한 국가가 낳은 최고의 인재들을 파괴하는 일에 내보내면, 차선의 사람들이 그들의 빈자리를 메울 것입니다. 약한 자들, 악한 자들, 낭비하는 자들이 번식하고… 나라를 다 차지해버릴 것입니다. 다시 말해서 그는 자신의 우생학적 목표를 이루기 위한 수단으로 평화주의자가 된 것이다
p244 실상 물속 세상을 들여다보면, 비늘로 된 의상 밑에 산꼭대기 산어류들만큼이나 서로 다른 온갖 종류의 생물들이 숨어 있다
p269 물고기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또 무엇을 잘못 알고 있을까? 과학자의 딸인 나로서는 깨닫기까지 오래 걸리긴 했지만, 내가 물고기를 포기할 때 나는 과학 자체에도 오류가 있음을 깨닫는다. 과학은 늘 내가 생각해왔던 것처럼 진실을 비춰주는 횃불이 아니라, 도중에 파괴도 많이 일으킬 수 있는 무딘 도구라는 것을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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