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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제1회 청소년의 날 행사 자원봉사

by 반란을_꿈꾸며 2023. 5. 8.

대학생때 이곳 저곳에서 자원봉사를 했었다. 

내가 대학을 다닐때는 지금처럼 취업하기 위해서 목숨걸고 공부하던 시절이 아니었고, 학교에서 특별한 동아리 활동을 하지 않아서 시간이 많이 남았다. 

돈이 없어서 여행을 다니거나 취미활동을 할 수도 없었고, 겁이 많아서 민주화 운동을 할 용기도 없다보니 소극적으로 할 수 있는 자원봉사들을 많이 했다.

결식 노인들 도시락 배달, 장애인 산책, 시민단체 행사시 물건 나르고 설치하기등등.. 시간이 되고 연락이 오면 몸으로 때우는(?) 일들을 열심히 했다.

그러다가 어느 청소년 단체에서 제1회 청소년의날 행사를 진행하는데 진행요원으로 와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막상 장소에 가봤더니 생각보다 큰 행사였다. 큰 실내체육관을 빌리고, 서울시의 여러 높은 양반들이 와서 축사도 하고, 초대 가수도 있었던 나름 제대로 갖춰진 행사였다. 

내게 맡겨진 일은 무대 setting과 행사 진행중 인원통제였다. 무대를 완성하고 악기 setting이 끝나자 그날 밴드팀이 와서 악기를 다시 조율했다. 아직 가수들이 오지 않았고, 밴드팀은 노래를 못한다 해서 내가 마이크잡고 연습곡들을 불렀다.. 큰 무대에서 사운드 빵빵하게 밴드 음악에 맞춰 노래를 하니 기분이 정말 좋았다. 이 맛에 밴드하고 가수하나보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잠시후 초대 손님이 노래 연습을 위해서 들어왔는데....

최진실이었다. 오.. 생각못했던 인물 출현..

공연에서 부를 노래를 사전에 맞춰보는데, 정말 노래를 못했다. 몇 번 연습을 했지만 첫음잡는데 실패.. 그냥 노래 부르면 맞춰서 반주하기로 하고 연습끝...

실제 본무대는 화려했다.. 그런데 갑자기 관객석에 있던 청소년들이 모두 일어나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왜그런지는 모르겠고, 우선 자리 통제부터 했다.. 나중에 알고보니 당시에 가장 핫한 가수였던 윤상이 등장했던 것.(이별의 그늘을 불렀던 때였다)

행사는 저녁 늦게 끝났고, 오전부터 무대 만들고, 악기 옮겨주고, 연습곡 부르고, 인원통제했던 모든 자원봉사가 끝났다. 

생각해보니 이날 행사장에서 난 물과 햄버거 하나 먹었다. 저녁 늦게 끝났는데 저녁도 못먹고 집에 왔다. 

그래도 남들 모르는 뒷자리에서 열심히 뛰어다닌 덕에 청소년의날 행사가 잘 끝나서 행복했다.

자원봉사라는 게 그렇다. 내 노동을 제공했지만 돈도 못벌고 몸은 피곤한... 그렇지만 기분은 너무 좋은 일...

열정페이라는 말을 끼워넣어 자원봉사했던 또는 자원봉사를 하려는 사람들을 모욕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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