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제가 한번 읽어보겠습니다
작가 : 한승혜
번역 :
출판사 : 바틀비
읽은날 : 2020/09/21 - 2020/09/26
조금 자기계발에 관심이 있으면 어그로를 엄청 일으키는 한 사람을 알 것이다.
이 책의 머릿말에 그 사람의 이야기가 나온다.
"제발 베스트셀러좀 읽지 마세요"라는 말...
이 책은 바로 그 베스트셀러를 읽고 책을 비평한 것을 모은 책이다.
주례사같은 서평이 아니라 저자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서평이 담겨있다.
저자의 취향인지는 모르겠지만 꽤 많은 책들이 저자의 비판을 받는다. 특히 소설책...
그 비판에 수긍이 가는 책도 많고, '뭐 이렇게까지' 하는 생각이 드는 책도 있지만 베스트셀러가 주는 위압감을 벗어나서 마음껏 독자가 이야기할 수 있다는 것이 좋았다.
앞에서 말했던 그 어그로를 끄는 양반은 여러 온라인 채널을 동원하여 출판시장을 어지럽힌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분명 베스트셀러에는 출판사나 마케팅회사의 장난질에 의해 만들어지는 책들이 많을 것이다. 그런 책들가운데 라틴어수업같이 진주같은 책들을 찾아낼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이런 책들이 더 많았으면 좋겠다.
재미있게 읽었다..
P9 베스트셀러는 독자들 사이에서 탄생하는 대신 자주 출판사의 완력에 의해 만들어진다.
P36 사람 간에 적절한 거리감은 필수이며 타인의 마음은 내가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 나는 그저 최선을 다해 나의 삶을 살면 된다
P49 대부분의 독자들이 자기계발서의 상식을 뒤집었다는 책 소개를 보고 이 책을 집어들었을 텐데, 그런 책이 실제로는 영웅과 천재가 되라는 이야기일 줄은 꿈에도 몰랐을 것이다
P57 행복한 커플은 싸우지 않는다. 자존감이 낮은 사람이 바람을 피운다. 남성은 인정을 원하고 여성은 공감을 원한다 등 뚜렷한 근거 없이 편견과 선입견을 바탕으로 개인적 감상과 유추에 기댄 주장이 적지 않다
P63 습관은 의지의 문제이지 지식의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책을 읽는다고 의지가 생기지 않는다. 물론 동기부여가 될 수는 있지만, 커피를 마신 뒤 아주 잠깐 머리가 맑아지는 듯한 일시적 효과일 뿐이라 여겼다
P67 자신이 되고 싶은 정체성에 도움이 된다면 좋은 습관, 그것을 저해한다면 나쁜 습관이다
P83 다만 복잡한 수학 문제에서 간단해 보이는 숫자 몇 개를 답안으로 도출하기까지 엄청난 풀이 과정을 거쳐야 하는 것처럼, 인생에 대해서도 앞서 언급한 뻔한 교훈이나 결론을 얻어내기까지 사실은 상세한 풀이 과정을 거쳐야만 한다
P109 의사야 들어주는 것이 일이니 그렇다 치지만, 독자 입장에서 그것을 그대로 옮긴 책을 읽는 행위는 돈을 내고 남의 고민거리를 들어주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인 셈이다
P111 나이가 들고, 세상과 사람을 조금씩 더 겪어가면서 나는 자신이 특별히 뛰어난 존재가 아닌 만큼, 특별히 이상하지도 않은 존재라는 사실 역시 받아들이게 되었다
P120 애교와 눈치는 약자에게 유난히 요구되는 덕목이다. 그것을 생각하면 부당한 요구에 눈물을 흘린 카라를 보며 미숙하다고 아쉬워하는 대신 해당 요구를 한 남성 연예인들을 비판하는 것이 먼저 아닌가 싶었던 것이다
P130 결국 곰돌이 푸, 행복한 일은 매일 있어는 곰돌이 푸의 캐릭터 상품으로서 판매되고 있음을 뜻한다. 자연스레 본문 내용은 이래도 저래도 상관없는 부차적인 것이 되고 만다
P132 함량미달의 힐링 서적이 베스트셀러가 되는 현실이 문제가 아니라, 책이라고 할 수 없는 캐릭터 굿즈가 책으로 판매되는, 다른 책이 대신 놓일 수도 있었던 1권의 자리를 비집고 들어가는 현실이 문제라는 것이다
P153 마치 세계 현대사 100년을 만화의 형태로 압축해서 보는 느낌이다. 한 사람이 겪었다고는 도무지 믿을 수 없는 일들이지만, 어차피 핍진성 따위는 진작에 내던진 지 오래이므로 별로 신경쓸 필요는 없다.
P156 소설 내에서도 이에 대한 언급이 종종 등장한다. 오래전 어머니에게 "세상만사는 그 자체일 뿐이고, 앞으로도 무슨 일이 일어나든 그 자체일 뿐이란다"라는 말을 들은 뒤로부터 알란은 인생에서 절대로 불평하지 않기로, 그저 현재에 묵묵히 충실하기로 결심하고 평생에 걸쳐 어떤 역경이나 불운에도 어깨를 쓱 털고 일어나는 생활을 해왔던 것이다
P175 소설 오베라는 남자의 주인공 오베는, 비록 말은 거칠지만 사실은 부드럽고 상냥한 나의 속마음을 누군가 알아주었으면, 내가 아무리 까칠하고 무례하고 버릇없이 굴더라도 나를 보듬어주는 상냥하고 다정한 여성이 있었으면, 비록 젊어서는 사회성이 없고 사람을 싫어해서 인간관계가 좋지 않았지만 나이 들어서는 가족같이 지내는 사람들이 생겼으면 하는 모든 중년 남성의 속마음을 그대로 대변한 캐릭터라고 할 수 있다
P185 간혹 트릭에 대한 해설이 지나치게 자세한 소설을 읽을 때는 아, 그만하면 됐으니까 누가 왜 죽였는지나 빨리 좀! 하는 마음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이 정도로 떡밥을 뿌려놓고 단 하나도 회수를 하지 않는 작품은 참으로 보기 드문 것이다
P195 가까운 이 중에 가끔 잠이 안 올 때 일부러 뻔한 액션이나 로맨스 영화를 본다고, 그러면 마음도 편안해지고 잠도 잘 온다고 이야기한 사람이 있었는데,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이 소설을 읽으며 비로소 알게 되었다
P224 내가 몇 년째 상담 글을 읽으면서 깨달은 게 있어. 대부분의 경우, 상담자는 이미 답을 알아. 다만 상담을 통해 그 답이 옳다는 것을 확인하고 싶은 거야
P231 그의 소설 속 등장인물들은 문학, 음식, 음악 등 분야를 막론하고 다양한 장르에 관해 이야기의 큰 흐름과는 상관없는, 일명 TMI스러운 대화를 자주 나누는데, 그때 등장하는 소재들이 미묘하게도 대단히 마니악하지도 않으면서 그렇다고 아주 대중적이지도 않다는 공통점을 지녔다
P242 이것이 이 소설의 가장 큰 문제점이다. 말하자면 세계관 자체가 견고하지 않다는 것
P258 이런 류의 소설은 애당초 개연성을 찾는 것이 목적이 아니므로 그런 의문은 저리 치워두도록 하자
P267 사람들은 누군가를 좋아하게 되면 그와 가까워지고 싶어서 괴로워하고, 괴로움을 해소하기 위하여 거리감을 좁히기 위한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게 되는데, 정작 그러한 노력의 대가로 거리감이 좁혀지면 욕망 자체가 아예 사라지면서 아무런 자극과 즐거움을 느낄 수 없게 되고, 그러므로 또다시 괴로워하게 된다는 것이다
P299 스웨덴의 학자이자 의사인 한스 로슬링은 팩트풀니스에서 이러한 현상은 사람들의 간극본능과 과도하게 극적인 세계관 때문이라 이야기한다
P301 실질적으로 세계의 대다수는 더 부유해졌고, 더 여유로우며, 더 건강해졌다는 사실을, 전 세계 75퍼센트 이상의 사람이 부유하진 않지만 더 이상 가난하지도 않다는 사실을 매우 구체적인 수치를 통해 보여준다
P311 그런 저자의 설명을 따라가는 사이 우리는 언어가 문화와 역사에 큰 영향을 끼친다는 것, 어떤 단어를 발음하는 방법 하나에만도 수많은 요소가 결합되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그 과정에서 모든 지식은 입체적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P315 다만 라틴어가 여타의 다른 과목과 다른 지점은 역시나 있어 보이는 부분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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