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잘해봐야 시체가 되겠지만
작가 : 케이틀린 도티
번역 : 임희근
출판사 : 반비
읽은날 : 2020/11/18 - 2020/12/02
저자의 직업은 장의사다.
책을 읽어보면 우리나라의 장의사와는 하는 일이 다르다.
우리나라 직업구분으로 보면 화장장에서 화장하는 사람이다.
죽음과 관련되어 철학적이고 형이상학적인 책은 많이 읽어보았지만 이렇게 죽음과 관련한 물질적인 책은 처음이다.
적나라하다. 미국의 화장장에서 벌어지는 일을 상상이 가게 써놓았다.
우리나라와 문화가 다르다보니 시체를 대하는 모습도 많이 다르다.
시체에게 화장(얼굴에 분바르는 화장을 말한다)을 해서 고인의 모습을 유족이 함께 본다든가, 참관화장이라고 해서 시체가 화장장 들어가는 버튼을 유족이 누르는 등 문화적 차이를 느낀다.
저자는 죽음을 대하는 과거의 모습과 현대의 모습이 무척 다르다는 것을 강조한다.
실제로 100여년전만 해도 죽음은 언제나 우리 주변에 있었다. 전염병을 통해 계속 주변의 사람들이 죽어갔으니까...
현대에서 죽음은 의료의 실패를 뜻한다. 의료는 어떻게든 죽지 않게 만들려고 한다.
그러다보니 존엄하게 죽음을 맞이하지 못하게 된다...
좋은 죽음이라는 게 있을 수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저자는 좋은 죽음교단이라는 사이트도 운영하며 죽음을 존엄하게 맞이할 수 있도록 하는 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종교에서 주는 죽음에 대한 의미보다 더 나은것 같다.
읽기에 편한 책은 아니었지만 재미있게 읽었다.
P13 추상적이었던 무언가가 구체성을 띠기 시작하면 비로소 구체적으로 해야 할 일들이 보인다.
P17 케이틀린 도티는 "한때 강력했던 죽음 의례가 요즘은 편의위주로 바뀌었고 그 의미가 덜해졌다고 느끼"면서 "죽음을 마주하는 세속적 방법을 계발하는 것은 매년 더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한다
P35 나는 시체를 태우기 위해 고용된 신입 여직원이었고, 그 일을 해낼 수 있든가 해낼 수 없든가 둘 중 하나였다. 지원도 없었고, 학습 과정도 없으며, 수련 기간도 전혀 없었다
P48 인체의 80퍼센트를 차지하는 물은 별 문제 없이 증발한다. 그러면 불길은 전신을 바삭바삭하고 까맣게 태우며, 인체의 부드러운 조직은 연소시킨다. 이 부분, 눈으로 보아 사람이라고 식별되는 것들을 태우는 데는 시간이 오래 걸린다
P64 이 이야기에서 가장 놀라운 것은 여덟 살짜리 아이가 죽음을 목격했다는 점이 아니라, 아이가 여덟 해를 꼬박 살고서야 비로소 죽음을 목격했다는 점이다. 100년 전만 해도 죽음을 본 적 없는 아이란 찾아보기 어려웠다
P80 병원의 위생적인 환경에서 죽는다는 것은 상대적으로 새로운 개념이다. 19세기 말에, 병원에서 죽는다는 것은 가진 것 없고, 식구도 없는 궁핍한 사람에게나 있는 일이었다. 누구나 선택지가 주어진다면 집에 있는 침대에서, 친구들과 가족에게 둘러싸여 죽고 싶어 했다. 20세기 초만 하더라도 미국인의 85퍼센트 이상이 집에서 죽었다
P85 시체를 끌어내는 일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절대 포기하지 않는 것이다. 어쩌면 진부한 말일 수도 있지만, 그것이 크리스의 주문이었다.
P88 죄의식이라고. 난 이런 걸 여러 번 보았지. 저 여자는 몇 년동안 자기 어머니를 찾아뵙지도 않았어. 그러고는 지금 엄마 없이는 못 살 것처럼 굴고 있는 거야. 다 헛소리야
P89 오늘날, 시체를 억지로 보지 않아도 되는 것은 선진국에서만 누리는 특권이다. 바라나시의 보통날, 인도의 갠지즈 강둑 위에는 80개에서 100개쯤 되는 화장터가 자리 잡고 불이 타오른다
P95 1800년대 후반, 파리 시민들은 매일 수천 명씩 시체 보관소에 와서 신원 미상의 시체를 구경했다. 장사꾼들이 과일, 빵, 장남감들을 팔았고, 구경꾼들은 들어가려고 몇 시간씩 줄을 섰다.
P112 와리족이 죽음에 임박해서야 식인을 했다는 뜻은, 그들의 식인 풍습이 죽을 때 행해지는 의례였다는 얘기다
P130 문화마다 모르는 사람이 보면 충격적이고 우리의 개인적인 의미망에 도전하는 힘을 지닌 죽음 의례가 있다
P146 비록 마이크가 내게 부정적인 피드백을 준 것은 아니었지만, 피드백이 없다는 것은 불안한 밀레니얼 세대에게 상처가 되는 일이었다
P155 애슐리라는 이름의 아홉살짜리 소녀, 이제 막 초등학교 3학년을 마친 이 소녀가 방금 병원에서 죽었는데, 그 부모들은 딸의 시체를 병원에 남겨둔 채 집에 가서 신용카드 번호를 웹사이트에 쳐 넣었고, 2주 후 우편으로 딸이 상자에 담겨 나타나길 기다린다는 것이다.
P158 미국 장의업이 가장 좋아하는, 죽음을 부정하는 완곡한 어구 중 몇 가지는 포리스트 론에게서 나온 것이다. 죽음은 고별이 되고, 시체는 사랑했던 사람, 유해 또는 아무개 씨가 되어, 정교한 방부처리를 거치고 화장이 더해지고 나면 가구가 잘 갖춰진 개인별 수면실에서 매장을 기다린다
P165 빅토리아 시대에는 성과 섹슈얼리티가 문화적 금기였다면, 현대에 와서는 죽음과 죽는다는 것이 금기 사항이 되었다
P192 당신의 시신을 과학계에 기증하는 것은 분명히 고귀한 일이지만, 익명의 부위들, 부분들, 조각조각들이 도시 주변에 흩어진다는 생각을 하면 울컥하네요
P207 여기서 유럽동화란 뻔하게 "그리고 그들은 그 후 영원히 행복하게 잘 살았습니다"로 끝나지 않는다. 그림 형제의 거위 소녀처럼 "그녀의 운명은 안에 뾰족한 손톱들이 박혀 있는 양동이에 홀딱 벗고 들어가... 여기에 매여진 백마 두 필에 거리마다 질질 끌려 다니다가 죽었다"라는 식의 결말로 끝났던 동화들이다
P265 고물차라니? 이 젊은 숙녀 분아, 그 차의 존엄성을 모독하지 말라고. 이 차는 나랑 20년을 함께한 차야
P267 그녀가 화장 계약을 하고 있는 아기는 바로 배 속의 아기였어. 이미 죽었는데 아직 태아를 꺼낼 수 없었던 거지. 그 아기는 8개월이었어. 기가 막히더군. 그 여자는 배 속에 죽은 아기가 든 채로 내 앞에 앉아 있었던 거야
P284 외양보다도 우리 실습에 쓰이는 시체들이 로스앤젤레스 카운티에서 죽은 극빈자와 노숙인인 것도 싫었다
P285 아들이 어머니를 사랑할 순 있지만, 막상 집이 압류되고 타던 차가 압류되고 나면 어머니의 시신은 유물에서 짐으로 아주 빨리 변하고 마는 것이다
P300 세계 역사상 한 문화에서 시체를 처리하는 전통적 방식과 장례를 둘러싼 믿음이 지금처럼 박살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P307 내게는 통제력을 잃는 것보다, 현대 생활의 밀어닥치는 외로움보다 더 두려운 것이 있었으니, 그건 아무 준비 없는 죽음에 대한 공포였다
P310 내가 볼 때 좋은 죽음이란, 지금까지 하던 일을 잘 정리하고, 전할 필요가 있는 좋고 나쁜 말을 전하고, 죽을 준비가 되었다는 뜻이다
P312 이렇게 서서히 죽어간다는 것은 사람들이 빨ㄹ, 종종 하루 만에도 죽던 옛날과는 확연히 다르다
P320 카프카의 말처럼 "인생의 의미는, 그것이 끝난다는 점이다"
P324 불자들은 말한다. 생각들은 뇌에 맺힌 물방울들과 같다고. 같은 생각을 계속 강화하다 보면 그 생각으로 의식 속에 새로운 물길이 뚫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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