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김상욱의 과학공부
작가 : 김상욱
번역 :
출판사 : 동아시아
읽은날 : 2017/11/17 - 2017/11/27
분류 : 육아
난 팔랑귀다. 그만큼 남의 말을 잘 듣고 또 쉽게 믿는다.
그러다보니 종종 손해를 보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그만큼 이익을 얻는 경우도 있다.
이 책이 남의 말 듣고 읽어서 도움이 된 경우다.
페이스북의 책 많이 읽으시는 분이 쓴 글을 보고 읽기 시작했는데...
깊이도 있고, 어려운 내용을 이해하기 쉽게 써서 읽기도 편하고, 또 생각도 많이 하게 한다.
저자는 이론 물리학자고, 과학자의 시각에서 우주, 학습, 핵, 인공지능등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펼쳐나간다.
학교에서 배운 거라곤 뉴턴의 만류인력의 법칙 정도가 다인 나에게 상대성이론이나 양자 역학등은 이해할 수 없는 분야이긴 하지만, 저자는 과학에 문외한인 내 눈높이에 맞춰서 적당히 가지를 쳐내고 내용을 전달해준다.
글도 잘 썼지만, 담겨 있는 내용도 꽤 깊이있다. 상대성이론으로 양자역학의 길을 열었던 아인슈타인이 끝끝내 양자역학에 대해서는 거부하는 모습이 참 인상깊다.
이만큼 지식과 기술을 늘려온 인간의 능력도 대단하지만, 자신이 한계가 있는 사람임을 깨닫고 겸손해야 할 필요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저자의 글에서 가장 감명깊은 부분은 사실 시에 대한 설명이다. 우리는 필요없다는 생각을 하면서 글을 압축해서 시를 만들고, 사람들이 압축을 풀며 새로운 해석을 덧부친다는 해석이 내게는 참 신선했다. 원래 시를 이렇게 표현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쨋든 나에겐 신선했다. 왜 나는 이런 글을 쓰지 못할까 자괴감이 든다.
올해의 책중의 하나다.
p25 특허청직원 아인슈타인의 잉여연구가 상대론을, 고장난 기계를 고치던 스티브 잡스의 잉여짓이 애플을 낳지 않았던가
p38 빅뱅이론과 평행우주론을 합치면 현재 인류가 가진 최첨단 우주론이 된다. 우리의 우주는 거북이나 코끼리의 위에 얹혀있는 것이 아니다. 먼 옛날 한 점에서 폭발로 생겨났으며, 그 이후 수 많은 가능성을 끊임없이 만들어가며 모든 가능성의 조합으로서 동시다발적으로 존재한다. 이런 말을 듣다보면 차라리 벼룩의 다리를 자르는 과학자가 정상으로 보일지도 모르겠다
p44 전문가가 자신의 영역을 넘어서는 순간 오류를 범하기 쉽다. 하지만 우주를 통합적으로 이해하고 인류가 직면한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서라면 그정도 위험은 감수해야 되지 않을까?
p61 기계지능은 버려야 할 자아나 욕심이 아예없다. 기계지능은 인간이 도달하고자 한 열반의 경지에 이미 도달한 것이 아닐까?
p67 우리는 본능이외에 알아야 할 모든 것을 학습을 통해 배운다. 학습은 생명의 위대한 발명품이다. 뇌과학에서 학습은 자주 사용하는 신경회로의 연결이 강해지는 것을 말한다
p78 핵융합을 눈으로 직접 보고싶은 사람은 맑은날 고개를 들어 하늘을 쳐다보면 된다. 태양의 에너지원이 바로 수소핵융합이기 때문이
p88 달은 날아가며 동시에 낙하한다. 지구가 편평하다면 달은 결국 땅에 닿는다. 하지만 지구는 둥글다. 달이 표면에 수평하게 날아가며 지구 표면에 가까워지지만, 달이 지구로 떨어지는 정도와 지구의 곡률이 일치하면 지구표면에 도달하지 못한다
p108 사실상 국교가 하나 있으니 그것은 이른바 공부교다. 우리 모두 공부를 통해 구원을 받고자 하며, 자녀의 공부를 위한 일이라면 어떤 희생도 감수할 준비가 되어 있다
P129 전근대의 페스트는 각양각색의 인간을 평등하게 모조리 죽였다. 눈에 보이지 않는 세균이 페스트를 일으킨다는 것을 깨닫기까지 얼마나 많은 사람이 죽었는지는 집계조차 불가능하다
P170 두번째 사람이 용기를 내어 바보의 대열에 합류했을 때, 춤은 그냥 미친 짓이 아니라 의미를 가진 행위가 된다
p182 화성은 원형궤도가 아니라 타원 궤도를 돌고 있었던 것이다. 아마 당시에 행성의 궤도가 원형이 아니라는 것은 지구가 태양 주위를 돈다는 것보다 더 충격적인 사실이었을지 모른다
p190 물리는 섹스와 같다. 물론 그것은 실용적인 결과물을 준다. 하지만 그것 때문에 우리가 그걸 하는 건 아니다
p195 시간이 한 방향으로 흐르는 것처럼 보이는 이유는 우주가 빅뱅에서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인간의 의식은 뇌에서 일어나는 열역학적 과정의 산물이고, 이것 역시 엔트로피의 변화로 기술된다
p199 원자나 전자가 사는 미시세계에서는 중첩이 일상적으로 일어난다. 사실 이 때문에 물리학자들은 일찌감치 돌이길 수 없는 정신적 충격을 받았다
p215 고전 역학의 대상이 되는 많은 계들은 카오스를 보인다. 카오스를 보이는 계의 가장 중요한 특징은 초기 조건에 지수함수적으로 민감하다는 것이다
p229 문제는 인공지능 자체가 아니라 거기서 얻은 이익을 어떻게 사용하느냐이다. 인공지능이 우리의 일자리를 대체할까 걱정하기보다 인공지능을 소유한 사람들이 어떻게 행동할까를 걱정해야 한다는 말이다
p236 양자역학은 물체가 소리와 같이 사방팔방으로 퍼져나가며 동시에 여러장소에 존재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P244 비선형방정식에서 일어나는 일은 카오스였던 것이다. 교과서에서 배우는 단순한 상황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이처럼 다루기 힘든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래서 교과서에서는 학생들을 긍휼히 여겨 풀리는 문제만 다룬 것이다.
p255 수학자 버코프는 아름다움의 척도를 나타내는 M=O/C라는 공식을 제안했다. M은 아름다움의 척도이고, O는 심미적 질서도, C는 복잡도를 나타낸다. 버코프는 M이 클수록 아름답다고 했지만, 진중권 교수는 미학오디세이에서 M이 1에 가까울 때 아름답다고 이야기한다
p261 관찰자는 원래 있던 물체의 위치나 모습을 보는 것이 아니라, 그가 보는 순간 결정된 위치와 모습만을 볼 수 있다
p268 이런 간단한 실험결과로부터 뉴턴은 만물이 색을 갖는 이유를 깨닫는다. 빛이 모든 색을 가지고 있고, 물질은 특수한 색의 빛만은 흡수,반가하기 때문에 세상 만물의 색이 생기는 것이다.
p278 아인슈타인은 맥스웰의 방정식이 옳다고 보고, 뉴턴의 시공간 개념을 바꿨다. 빛의 속도를 일정하게 유지시키기 위해서 움직이는 물체는 시간이 느리게 가고 길이가 짧아진다. 뉴턴이 가정한 절대 시공간이 빛때문에 무너진 것이다
P284 압축은 상실의 과정이다. 상실되어도 좋은 것을 고르는 행위야말로 창조적이며 문학적인 과정일 것이다. 왜냐하면 세상에 상실되어도 좋은 것이란 애초에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p289 이제 이 식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이 쓸 수 있다. 아마도 여기가 가장 어려운 부분일 것이다. 물리학자들도 논문을 읽을 때 "식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라는 부분을 두려워한다
p306 결정되어 있으나 예측할 수 없다면 미래에 벌어지는 사건에 대해 자유가 있다고 해도 괜찮은 걸까? 대니얼 데닛은 그렇다는 입장이다. 그렇다면 이 자유는 우리의 주관적 무지에서 기인하는 것이 된다
p325 시인이 과학에서 느끼는 매력은 '사실'을 알려주는 냉철함이 아니라 '가설'을 세울줄 아는 '모험심'이라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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