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내가 틀릴수도 있습니다.
작가 : 비얀 나티코 린데블라드
출판사 : 다산 초당
읽은날 : 2022/06/05 - 2022/06/12
특이한 이력에 진솔한 글이라 집중해서 읽었다.
20대에 기업체의 임원이 되었다가 태국에서 승려로 긴 세월을 보낸다.
이후 영국에서 승려로 지내다 다시 환속하여 가정을 꾸미고 불교의 삶을 전파하다 루게릭병에 걸린다.
에필로그는 마치 그의 죽는 순간을 그린것 처럼 보인다.
서양인으로 승려가 되어 살아간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승려가 되기 위해 그먼 태국까지 왔으면서도 명상을 하면서 온갖 잡생각을 하는 모습을 보면 웃음이 나기도 하고 너무나 인간다워서 공감을 느끼기도 한다.
사실 나도 기도하다보면 잠이 들때도 있고 다른 생각을 하고 있을 때가 많으니까...
글로벌하게 움직인 저자의 삶의 여정이라 각 지역에서 느끼는 감정이 참 다채롭다.
태국에서는 승려를 신성시한다. 그 신성시하는 승려에게 여러가지를 물어보는데 사실 영험한 승려의 힘을 빌려 로또번호를 맞추고자 하는 태국사람들을 본다. 이 또한 너무나 인간적이다.
영국에서는 지나가는 사람에게 '사람이 할 일이 없어서 빌어먹느냐'는 비난을 듣기도 한다.
참 다이나믹한 삶이다.
그런 삶의 마지막이 루게릭병으로 갑작스럽게 죽음을 맞이하는 것이라니 참 안타깝다.
더 충격적이고 몰입이 된 부분은 저자의 아버지가 선택한 안락사다.
안락사는 말만 들었지 이렇게 세밀하게 안락사 과정을 묘사한 책은 처음이다.
인생이란 무엇인가하는 생각을 읽으면서 여러번 하게 한다.
나는 기독교인으로 내 인생의 가는 길이 쉼표든, 마침표든 그분에게 온 것이라면 다 감사하겠다라는 생각을 항상 하면서 살고 있다.
저자는 또 다른 의미로 그 인생을 바라본다.
나와 많이 다르지만 충분히 존중한다.
기독교인이지만 꼭 읽어봐야 하는 책으로 손꼽는다.
14% 말은 이렇게 했지만, 저는 역사상 가장 멍청한 배낭여행자가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안 그래도 무거운 배낭에 도스토옙스키의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양장본을 넣고 다닐 말큼 허세 가득한 여행자는 저밖에 없었을 겁니다. 당연하게도, 밤에 천막을 치고 나면 예외 없이 너무 피곤해서 한글자도 읽지 못했지요
17% 명상을 진지하게 시도해보면 놀라운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지금까지 아무리 합리적이고 이성적이며 분별 있고 실용적인 사람이라고 자처하는 사람일지라도, 알고 보면 대부분 사고 과정이 이리저리 날뛰는 서커스의 원숭이처럼 제멋대로 오락가락하는 생각들로 이뤄져 있다는 걸 말입니다.
19% 떠오르는 생각을 다 믿지는 말라
23% 태국 사람들은 몸이 의지대로 되지 않는 그런 상황에 대해 무척 관대합니다. 어쩌지 못해 사소한 위반을 저지른다고 해도 망신을 주기보단 킬킬 웃고 넘어가곤 하지요. 인간적인 모습으로 여기거든요
30% 누군가가 저를 미워할까 봐 그토록 두려워했는데, 이유도 모른 채 그리 긴 시간 동안 끊임없이 미움을 받고 나니 그제야 모든 사람에게 호감을 사려고 애쓰는 게 얼마나 무의미한지 깨우친 것입니다
38% 저는 어쩌면 바로 이 순간을 위해 너무나 많은 것을 포기했습니다. 전도유망한 직장을 그만두었고, 재산을 다 나눠주었으며, 사랑하는 사람들을 떠나 머나먼 땅으로 왔습니다. 순전히 태국의 숲속에서 수행하는 승려가 되려는 목적으로 말입니다. 그런데 정작 승려가 해야 하는 일, 깨어 있는 시간 대부분을 들여 몰입하는 수행을 저는 좀처럼 제대로 해내지 못하는 것 같았습니다.
42% 나티코, 이 일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수행하느냐는 중요하지 않다네. 이 일을 끝내고 우리가 어떻게 느끼느냐, 그 점이 중요하다네
48% 보아하니 그들의 질문엔 어떤 양식이 있었습니다. 죄다 숫자로 답해야 했던 것입니다. 게다가 그들은 제가 답한 숫자를 종이에 기록했습니다. 뭔가 이상했지요. 그런 문답을 한참 하고 나서야 다음 날 복권 추첨이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태국인들 사이에 숲속 승려에게는 염험한 능력이 있다는 믿음이 널리 퍼져 있었거든요
50% 아잔 수시토 스님이 저를 온화하게 쳐다보면서 말했습니다. “나티코, 나티코, 혼돈은 자네를 뒤흔들지 모르지만 질서는 자네를 죽일 수 있다네”
51% 남들의 시선에 유난히 민감했던 제가 이젠 날카로운 모욕 앞에서도 차분히 제 안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목소리는 대답했습니다. 별일 아니야라고요. 얼마나 다행스럽습니까! 그 순간, 제가 남들이 감탄할 만한 성과를 이루거나 모두에게 좋은 인상을 주고 싶어 안달하는 삶에서 마침내 벗어났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52% 스님은 온화한 눈빛으로 나를 보며 말했습니다. “나티코, 기적이 일어날 여지를 꼭 남겨두세요”
61% 너무 힘든 시기엔 뒤로 물러나기 쉽습니다. 제가 그랬던 것처럼 혼자 고립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건 별로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아니, 전혀 도움이 안 됩니다. 우리는 사람들과 어울려 살아야 하는 존재입니다. 힘들 대는 더욱더 그러합니다. 될 수 있으면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줄 사람들과 함께 어울려야 합니다. 안전하고 편안한 관계에서 힘을 얻어야 합니다
71% 이슬람교에는 금언이 참 많은데, 특히 무함마드의 언행록인 하디스엔 이런 문구가 있어요. 알라신을 믿도 타고 갈 낙타는 묶어두라
83% 에이 뭘 그래. 사촌은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누가 알겠어?”. 아잔 파사노 스님은 그를 바라보고는 조용히 그리고 분명하게 말했습니다. “내가 알겠지”
87% 하지만 얘야, 이 해변엔 수십만은 못 되더라도 수만 마리나 되는 불가사리가 널려 있단다. 네가 몇 마리 구해준다고 별 차이가 있겠니? 아이는 아랑곳하지 않고 불가사리를 또 집어서 바다로 던졌습니다. 그리고 노인에게 말했습니다. “쟤한테는 큰 차이가 있죠”
88% 만나는 사람마다 네가 모르는 전투를 치르고 있다. 친절하라. 그 어느 때라도
91% 이쯤에 충고 한마디 하겠습니다. 화난 사람에게는 절대로 내려놓으라고 말해서는 안 됩니다. 그 말이 통하지 않는 건 물론이고, 오히려 상대를 자극할 뿐이니까요. 내려놓으라고 말해야 할 상대는 자기 자신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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