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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문학의 밤

by 반란을_꿈꾸며 2022. 7. 12.

내가 중학교를 다닐 때는 가을에 교회마다 문학의 밤이라는 행사가 있었다. 

교회 청소년부에서 자체적으로 연극, 중창, 연주, 낭송 등을 준비해서 사람들을 초청해서 발표하는 행사다. 

누가 하라고 떠미는 것은 아니지만 무척 열심히 준비했고, 모여서 수다도 떨고 간식도 먹고 하다보니 교회 사람들과도 매우 친해지는 계기가 됐다.

문학의 밤이 진행되는 10월-11월에는 거의 매주 토요일 저녁마다 주변 교회를 방문했었다. 

내가 중학교 1학년때 고등부 형, 누나들이 문학의 밤에 같이 가자고 나를 불렀다. 

밤늦게 돌아다닐 수 있고, 친한 형누나들과 같이 가는 거라 조금 먼거리의 교회였지만 좇아갔다. 

문학의 밤이 끝나고 나니 10시가 거의 되는 시간이었다. 

집에까지 가려면 한참 가야해서 빨리 나가려는데 고등부 형이 말했다.

"포장마차 갈래?"

내 머리속에서 포장마차는 술마시는 덴데 너무나 자연스럽게 포장마차를 가자고 하니 당황스러웠다.

모두들 같이 가자고 이야기하니 안갈 수가 없었다.

포장마차에 들어가니 형이 주문을 했다.

"아줌마, 우리 우동하고 닭발주세요"

문학의 밤을 보러가면 저녁을 못먹게 되다 보니 보통 이렇게 다닌다고 했다.

처음 먹어본 연탄불에 구운 닭발은 생각보다 맛있었다.

추운 가을 저녁에 문학의 밤이라는 멋진 행사를 보고 좋아하는 형,누나들과 포차에서 우동을 먹었던 청소년 시절이라...

그나마 지금 갖고 있는 감성이 다 이렇게 만들어진거 같다..

나에게 닭발 사줬던 형, 누나들은 지금 어떻게 살고 있는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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