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는 모르겠는데 나는 국민학교 3,4학년때 대방동에서 뚝섬으로 학교를 다녔다.
아침 일찍 아침을 먹고, 20여분을 걸어서 대방역에 도착한다. 지하철표를 사서 서울역까지 지하철을 타고 간다.
복잡한 지하철역에서 정확하게 출구를 찾아 나가서 65번을 타고 성수동 노룬산 시장앞에 내린다.
그리고 다시 걸어서 학교에 간다. 등교시간 약 1시간 30분.
오후에 집에 올 때는 역순으로 타고 온다.
덕분에 놀 시간이 충분했다. 학교에서 애들이랑 놀다가 늦게 집에 오게되면 버스가 오지 않아 늦었다고 하면 그만이었다.
당시에는 집에 전화가 없어서 연락을 할 수 있는 방법도 없었다. 내가 똑똑해서(?) 아주 늦게 집에 오지는 않았기 때문에 집에서 별 걱정을 하지는 않았다.
아마 어버이날이었던 것 같다. 내가 어렸을 때는 '어버이은혜, 감사합니다'라는 문구가 써 있는 조화 카네이션을 어버이날에 부모님께 달아드려야 했다.
학교에 가서야 내가 꽃을 안달아드리고 등교한걸 깨달았다. 그날은 친구들과 놀지도 않고 문방구에 가서 카네이션을 사서 집으로 출발을 했다.
오후에 카네이션을 들고 버스에 탔더니 버스안에 같이 있던 아주머니들이 다 한마디씩 했다. 아침에 해야지 왜 늦은 시간에 카네이션을 샀냐고...
아침에 못달아드렸다는 말을 하기가 창피해서 부모님이 주무신 새벽에 나와서 못달아드렸다고 거짓말을 했다.
졸지에 어버이날에 아이 아침밥도 안 챙겨주는 무심한 부모님을 만들었다.. (아빠, 엄마 죄송해요 ㅜㅜ)
지금 생각해보면 열살 남짓한 아이에게(난 7살에 학교를 들어갔다) 그렇게 통학을 시킨건데 아빠,엄마가 나를 믿은 건지 무모한 건지 지금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