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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후감/2022_독후감

[2022-99]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

by 반란을_꿈꾸며 2022. 12. 20.

 :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

 : 박준

 : 난다

 : 2022/12/06 - 2022/12/18

 

시인이라고 하는데 작가에 대해서 잘 모른다.

매달 한 권씩 교보문고에서 전자책을 빌려주는데 이번에 이 책을 대여해줘서 읽게되었다

산문집이라고 하는데 아마 수필을 말하는 것 같다.

시인의 산문집이라서 그런지 읽는 호흡이 편했다.

분명 21세기를 살아가는 사람의 이야기인데 마치 70년대의 삶으로 돌아간 것 같은 느낌이다. 

뭔가 부족하고 고달프지만 따뜻한 기억이 나게 하는 시절...

나이가 들어야 느낄 수 있는 감성.. 

그런 느낌의 책이다. 뭐라 말하기 좀 어렵다.. 

 

 

12% 늦은 반성이라도 하듯 그곳에 머무르는 동안 매일 일출과 일몰을 보러다녔다. 다행이 맑은 날이 이어졌다

13% 말은 사람의 입에서 태어났다가 사람의 귀에서 죽는다. 하지만 어떤 말들은 죽지 않고 사람의 마음속으로 들어가 살아남는다

28% 증상과 통증은 이제 미병이 끝나고 우리 몸에 병이 시작되었음을 알려준다. 대부분의 장기와 기관들은 통증을 통해 자신의 존재를 알린다

39% 나는 얼굴 한 번 본 적 없는 사람들이 만들어낸 미신 같은 말을 잘도 믿고 지키며 살아왔다. 그러면서도 정작 믿어야 할 사람에게는 의심을 품은 채 그 사람과 그의 말을 믿지 않을 때도 있었다

44% 자신이 말을 하는 시간과 상대방의 말을 듣는 시간이 사이좋게 얽힐 때 좋은 대화가 탄생하는 것이라 나는 그때 김선생님을 통해 배웠다

45% 오래전 사당동 막횟집에서 좋아하는 노래가 무엇이냐는 선생님의 질문에 답을 했던 노래. “안녕 귀여운 내 친구야 멀리 뱃고동이 울리면 네가 울어주렴. 아무도 모르게 잠든 밤에 혼자서”로 시작되는 노래. “안녕 내 작은 사랑아 멀리 별들이 빛나면 네가 얘기하렴 아무도 모르게 울면서 멀리멀리 갔다고”로 끝나는 노래

61% 내가 그곳에서 가장 자주 한 일은 걷는 것이었다. 밥을 먹고 걸을 때도 있었고 끼니를 거르고 걸을 때도 있었다. 별을 맞으며 걸었고 비가 오는 날에도 걸었다. 걷고 있는 시간만큼은 미래에 대한 막막함이나 글쓰기에 대한 두려움, 내가 스스로 세운 목표에 대한 중압감 같은 감정들을 조금 내려놓을 수 있어 좋았다

67% 배가 고플 때 먹고, 고단할 때 몸을 뉘이고, 졸음이 오면 애써 쫓아내지 않고 잠이 드는 것. 어쩌면 이것이 인간으로서 성취할 수 있는 해탈과 가장 가까이 자리하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적어도 그렇게 참지 않는다면 조금 덜 욕망할 수 있을 테니까

76% 누가 해도 비슷한 수준의 결과를 내는 노동의 직종들은 한없이 천대받기 시작했다. 이미 오래전부터 노동은 세계를 구성하는 것이 아니라 세계를 소비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p83% 분명 서울에서 종종 먹어왔던 음식인데도 재료의 맛과 질이 크게 달라 같은 음식이라 부르기 무색한 것들이 너무도 많았다. 게다가 산지에서는 서울보다 훨씬 싼값에 먹을수 있으니… 그럴 때마다 나는 맛에 감탄을 하면서도 그동안 크게 속으며 살았다는 모종의 배신감에 휩싸이곤 했다

p91% 맹목에 가까울 정도로 썼던 습작시들은 하나도 아깝지 않았지만 이십대 초중반, 스스로를 몰아붙이며 애를 쓴 시간들이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되고 있다는 생각이 나를 괴롭혔다. 나는 곧 그곳의 일을 그만두고 문학과 관련된 직장을 얻고자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