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서부터 그림엔 소질이 없었다.
그래서 그런지 글을 쓰면서 놀기는 했어도 그림을 그리며 논 적은 한 번도 없었다.
학생수가 많아서 그랬는지 학교 선생님들은 아이들의 수준을 고려해주지 않았다.
미술시간만 되면 선생님들에게 혼이 났다.
나는 단지 실력이 없어서 그림을 못그린 건데 선생님들은 그걸 성의가 없다고 판단했던 것이다.
아무리 노력을 해도 완성도는 형편없었고, 내 노력과 시간에 상관없이 항상 선생님에게 혼이 나니 미술시간은 점점 더 싫어지고 두려웠다.
무섭고 싫은 미술시간은 고등학교 2학년때까지 나를 괴롭혔고, 고등학교 3학년이 되어서야 난 미술시간에서 해방됐다.(야호..)
붓을 잡을일도, 그림을 그릴 일도 없어서 너무 좋았는데 문제는 미술관이었다.
미술관이나 박물관에 가면 어쩔 수 없이 그림이나 조각을 봐야 했는데 이해를 할 수가 없는 것이다.
궁금은 한데 누가 설명해주는 사람도 없고, 아는 내용도 없으니 참 답답했다.
특이한 것은 미술을 그려야 할 때는 그렇게 싫었는데 좋은 작품을 보는 건 너무 좋았다는 것이다.
결국 내가 제일 잘하는 방법인 책읽기를 시작했다.
미술사를 읽으면서 화가나 조각가에 대해서 알게 되니 작품을 이해하는 게 더 도움이 됐다.
당시 역사적 배경을 함께 알게 되니 왜 이 작품이 중요한지, 어떤 변화를 일으켰는지를 깨닫게 되었고, 다시 작품을 더 자세하게 보게 됐다.
학교에서는 그림그리기만 가르칠 게 아니라 미술작품을 보고 감탄하는 걸 가르쳐야 한다.
그래야 나처럼 미술 못하는 사람도 미술에서 떠나지 않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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